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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BY 통곡하고 싶은 녀 2001-11-17

결혼한지 2년 지난 한 아이의 맘입니다..
그냥 속상해서 주절주절 얘기하려 합니다.
좀 길어서 짜증나실지도 모르겠네요.

2년동안 살아보니 왜 먼저 결혼한 친구들이 연애는 이상이구 결혼은 현실이라구 얘기했는지 뼈속깊이 깨닫게 되네요.
죽도록 사랑한다고 믿었어요.
그래서 학벌이며(남편은 고졸이죠),
경제력이며(빈털털이였으며, 시댁두 가난하죠),
직업이며(3D직종) 모든게 저랑 차이가 났었지만
전 사랑하나만 있음 그런 모든 상황들이 다 채워질수 있을꺼라구 믿었어요.

그땐 왜 제가 그렇게 교만했을까요. 후회스러워요
아! 나는 선보구 이리저리 자로 재듯 끼어맞추는 사람들을 보며 너희같은 속물들하곤 차원이 다르다.
내 사랑은 그야말로 위대하다고... 때론 친구들보다 훨씬 더 내가 인간적이라는 우월감까지 가지게 되더군요.
어리석었어요.

남편은 평일에 쉬는 직업이라 주말엔 쉴수가 없어서 맞벌이 하는 우린 결코 함께 주말을 보내지 못해요. 거기다 2교대 까지 (365일 내내)
남편 직업 특성상 그런데 우린 아이가 자라도 가까운 놀이공원에도 한번 못갈꺼예요.
그 생각만 하면 늘 가슴이 답답해요. 토,일 종일토록 아이랑 둘이 시름하다가... 자꾸만 남들하고 비교가 되네요. 남들은 지금쯤 가까운 근교에라도 나가 얼마나 재밌게 지낼까...?
나중에 아이가 좀더 자라면 그땐 완전히 아빠없는 아이처럼 나혼자서만 아이랑 놀아줘야 하는건 아닐까...?
직장동료들은 주말에 어디어디 갔다면서 넌 뭐했냐구 물을때마다 속시원히 얘기못하구 항상 거짓말로 둘러치다간 뒤돌아서서 양심도 찔리고 제자신이 넘 한심스럽고 후회스러워 울고싶어집니다.

결혼하기전에 충분히 이해할수 있을것 같았고 참을 수 있을것 같았지만 지금은 제자신이 그렇게 못나고 미울수가 없어요
제가 직장을 포기하자니 사는 형편이 빠듯해서 그럴수도 없구

첨엔 남편에게 투정도 부리고 짜증도 냈지만 결국 그래봐야 답이 안나와서 그냥 맘을 닫았어요. 그러니 이젠 제속이 썩더군요

결혼 전에 친정에서, 글구 친구들이 말릴 때 들었어야 했는데...
하루에도 이런생각으로 몇번씩이나 지옥을 왔다갔다 합니다.

사는 즐거움이 없어요. 답답해서 죽겠어여.
방금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네요. 바빴는데 지금은 좀 괜찮다구.
제 목소리 듣고 무슨일 있었냐며 걱정스레 묻더군요.
(남편은 자상하고 성실한편에 속해요)
그 자상함에 제가 제 발등을 찍었어요.
제 눈에 씌였던 콩깍지가 이제 벗겨지려하네요......

결혼전의 시간으로 되돌릴 수만 있다면...
제가 너무 많은 것을 바라나요?

넘 속상하고 답답해서 이렇게 얘기라도 하지않으면 가슴이 터질것 같아서 이렇게 글 올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