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오늘까지 였으면 좋겠습니다.
사소한일까지 짜증만 납니다.
신랑은 다리가 아프다고 벌써 한달째 낑낑 거리고 있습니다.
듣기좋은 소리도 한두번 인데 매일 아프다는 소리만 듣고 삽니다.
신랑 말로는 "내가 아프다고 해도 콧등으로 듣지도 안는다"고 서운해 합니다.
그래서 내가 너무 그랬던가 싶어서 어제는 아픈곳도 어루만져 주었지만 역시 짜증만 납니다.
병원을 가라고 해도 안가고...
오늘에서야 갔지만..
오늘도 정말 짜증이 났습니다.
4년차 아줌만데 물론 19개월된 아이도 하나 있습니다.
거기다가 지금 뱃속에도 있구여.
7개월인데 만삭인것 처럼 엄청 힘듭니다.
아이도 다 키워 놓고 직장생활도 하고 싶은데..
지금은 키워줄 사람이 없어서 그냥 밥순이 하고 산답니다.
하루 하루도 너무 무의미하게 지나가고
오늘은 오랜만에 컴을 켜서 게임을 했습니다.
겨우 "오목"이었지만.
나 스스로 오목에는 자신이 좀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알짱알짱 거려서 인지 (이렇게 아이탓으로 돌리는 내 자신이 싫지만)연속 4판이나 졌습니다.
게임중 챗팅창이 뜨는데 거기에 이렇게 써있더군여.
"너는 아무리 해도 나를 이길수가 없지"....
그순간 정말 열받더라구여.
물론 저도 대답을 해주었지요.
왜 반말이냐구..
집에서만 뒹구는게 보인는지 그 사람이 누군지 모르지만
그사람도 저를 야잡아 보는것 같더군여.
그렇게 느낄수밖에 없는 내 자신이 더 싫었습니다.
그 게임방에서 확 나가고 싶었는데 진행중인 판이 끝나야지만
나갈수 있더라구여.
빨래를 했습니다.
빨래 구정물 까지 나를 야잡아 보는지 평소에 튀지도 안던
구정물도 확 튀고.....
아이에게까지 화풀이를 하게 되더라구여.
오늘은 신랑이 일찍 퇴근을 했더군여.
어제 늦게와서 짜증을 냈거든여.
신랑한테 이러쿵 저러쿵 속풀이를 했는데...
거기까지는 좋았답니다.
신문이 필요해서 신랑한테 차에 신문이 있느냐고 물었는데
오늘 지저분해서 다 치웠다고 합디다.
그래서 왠일로 청소를 했냐고 했더니 뭐 뒷자리에 네가 벌여놓은
쓰레기가 더 많다고 합디다.
난 기억에 없는데.
무슨 쓰레기가 있나구 조목 조목 따졌지요.
오늘 짜증이 많이 나니까 소주나 한잔 하자고 했더니.
사러가기 귀찮은 눈치데여.
그래서 귀찮으면 가지 말라고 했죠.
그랬더니 신랑은 왜 나한테 신경질 내냐고 하더군여.
정말 별것도 아닌데 왜 서럽던지..
기냥 눈물이 나데여.
세수하고 그냥 나왔죠.
정말 갈데 없습디다.
임신이나 안했으면 술이나 한잔 마시고 들어오면 되는것을...
오늘 따라 입성도 왜이리 초라한지..
목이 다 늘어난 티셔츠... 색이 다 바랜 주황색 쫄바지..
빨간양말.. 여름슬리퍼... 10년전에 샀던 점퍼 거기에 불룩한 배까지.. 후줄근한 내모습...
물론 8시가 넘은 시간이라 잘 보이지는 안았겠지만 지나는 사람들의
시선은 나한테만 꽂힌것 같았죠...
정말이지... 한심하더군여.
한쪽으론 반성도 되면서...
또 다시 눈물도 나면서...
얼마전까지는 나름대로 행복했던것 같은데.
왜 어제 오늘 사이에 이렇게 비참해 졌을까도 싶구...
자정이 다 되어서 집에 들어가고 싶었지요.
은근히 신랑이 걱정해주길 바라면서...
정말 갈곳이 없었어여.
빈 벤취에 앉아서 신호등만 바라봤죠.
보행신호등으로 10번만 바뀌면 들어가야지 했는데..
평소에 엄청 자주 바뀌었던것 같은데 오늘은 한번 바뀌는데 10분 이상이 걸리는것 같더라구여.
혹시 신랑이 나와서 찾으러 다니지는 않는지...
둘러도 보게 되더라구여.
빈 벤취는 왜그리 차갑던지...
발도 시렵구..
"아 ! 운동화 신고 나올껄"
그래도 열번째 신호등에 잽싸게 길을 건녔죠.
한바퀴 더 돌고 집에 들어갈까 하다가 그냥 집에 들어갔죠.
나를 반기는건 그래도 우리 아이밖에 없더라구여.
신랑은 쳐다보지도 않구...
말이라도 한마디 위로에 말을 해주었으면 좋겠는데..
지금 잔답니다.
신혼때는 다른방에서 컴 하고 있으면 "뭐해" 하면서 왔는데.
그래 너 삐질라면 삐져라 하고 있어여.
내일은 다 풀려야 하는데..
읽어주셔셔 감사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