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299

나를 키워주신 울 할모니......


BY 나쁜 손녀 ㅜ.ㅡ 2001-11-21

저는 어릴때부터 외할머니하고 엄마아빠하고 같이 살았습니다.
우리 할머니 딸만 둘 낳고, 육이오때 할아버지 돌아가셔서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그리고 줄창 고생만 하다고 중풍걸려 지금 왼쪽 팔다리는 불편해서 지팡이 짚고 겨우 걸으십니다.

제가 기억하는 할머니는 항상 몸이 불편했습니다.
그런데도 엄마아빠 맞벌이하신다고 손녀들 할머니께서 다 키웠습니다. 불편한 몸으로 멀리 시장가셔서 내가 좋아하는거 사오시고 아침에 도시락까지 싸주셨죠.
저 대학가고 머리 좀 컸다고 할머니한테 많이 대들었습니다. 불편한 몸으로 집안일 하시는거 제대로 한번 도와드린 적 없고 잔소리한다고 짜증만 많이 냈죠. 집에서 목욕할때 등 밀어달라고 하면 너무 귀찮아 했습니다.
저 어릴 때는 외할머니하고 같이 친할머니집에 갔다가 내가 외할머니만 좋아해서 울 할머니가 내가 참 이뻤다고 했습니다.
그랬던 제가 나이 좀 들었다고 이상하게 변했었나 봅니다.

저는 딸만 셋인 집에 막내딸입니다.
아들이 없어서 저 결혼하고 나서 우리집에 아무도 없습니다.
엄마아빠는 딸셋 결혼시킨다고 기둥뿌리 뽑혀서 아직도 일하시고 밤늦에 오시기 때문에 울 할머니 경로당 갔다오면 엄마아빠 오실때까지 집에 혼자 계십니다. 거의 10시, 11시까지요....
이 나쁜 손녀는 결혼하고 할머니한테 전화 자주 안드렸습니다.
어제 전화드렸더니 무지 좋아하시더이다.
그리고 제가 엄마편으로 전해드린 6천원짜리 선물받고 너무 좋아하셨습니다. 그리고 다음부터 이런거 사지 말라고...네가 힘들게 돈 벌어서 그걸 왜 나한테 쓰냐고 하십니다. 겨우 6천원인데....
연세가 많아서 인제 귀도 좀 어두워지신거 같습니다. 전화통화할때 가끔 제 말을 잘못 알아들으십니다. 어제도 똑같은 말 여러번 큰소리로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내가 왜이렇게 니 말을 못알아듣겠노?' 하십니다.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우리 할머니 요새 들어서 딴데 구경도 많이 다니고 싶고 놀러다니고 싶다고 하십니다. 그런데 저는 할머니 모시고 여행한번 못시켜드립니다. 그것보다 할머니 얼굴 한번 더 보러 가는게 중요하겠지요.
그런데 친정간지 한달이 다돼갑니다.
이번 주말에 친정에 갈겁니다. 우리 할머니 얼굴 실컷보고 와야지요.

오늘따라 할머니가 왜이리 보고싶은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