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815

못난 아줌마의 일기


BY 강아지 2001-12-06

따로 사시는 시어머니께 전화를 드렸다. 아이 학교에서 무슨 발표회를한다고 하니 남편이 어머니를 모시란다. 사실, 생각 안한것은 아니지만, 주말마다 일이 있어 뵈었으니까 하는 마음으로 넘어가려 했는데.... 싫었지만 전화했다. 못된 며느리라 그런지 어머니의 전화받는 소리도 싫다. 오시라고 하니까 그러신단다. 안오실리 없지. 남편은, 한편으로는 이해가 가지만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자기 에게 잘한것도 없고, 매사 시누들편만 들면서 우리에게는 의무만 강조하고.. 더우기 나는 시집와서 지금까지 맏이의 의무라는 것 때문에에 남편과도 수없이 싸워서 지긋지긋한데 말이다. 정작 당사자는 지겹지도 않은가.... 나도 인간인데 나에게 아무리 잘못하고 미운 시어머니도 전화해서 아프다하고 징징 우는 소리 하시면 가슴이 아프다. 그러나 넘어가면 안된다. 왜냐? 수없이 당했기 때문에.... 정말 인간적인 마음으로 잘해 드려도 그때뿐, 기억하시기나 하는건지... 시누들이 한번 한건 10년이 넘어도 기억 하시고 내가 공들여 며칠걸려 명절차리고 생신차린일은 어디로 갔는지 기억조차도 못하시는듯하다. 더구나 수도 없이 해댄, 맏아들, 맏며느리로서 의무라 생각해서 한 일들이 한순간에 날아갔을때는 정말 같은 식구 맞나 싶었다. 시어머니.... 그렇게 시누들 생각해봐야 나중엔 우리식구와 같이 사셔야 할텐데 왜 나나 우리 아이들한테는 정주는 소리를 안하시고 공없는 소리만 하시는지....

오시기만 하면 먼길이 아닌데도 굳이 주무셔야 한다. 나는 그것도 싫다. 어차피 서로 편하자고 따로 사는데... 오셔서 같이 식사하고 즐겁고 좋은 마음일때 같이 있고 각자의 생활로 돌아 가고 싶은것이 솔직한 나의 마음이다. 하지만, 어디가서 이런 얘기 못한다. 못됐다소리 들을 까봐....나는 우리 친정부모가 오셔서 주무신대도 부담스러운데... 솔직히 그렇지 않은가.... 시집간지 일이년도 아니고 10여년이 지나니 이제 내집이 제일좋고 친정가고싶은 마음도 별로 없다. 친정에 가는것도 딸로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 가는데....

혼자 있을때는 '그래, 우리 시어머니도 안됐다. 저나이에 혼자 사시니... 외롭고 적적하시겠지.... 이번에 만나면 살림합쳐 같이 살자고 해볼까....' 하다가도 얼굴을 마주보는 그순간 나의 생각이 너무나 순진한 생각이었는것을 우리 시어머니는 깨닫게 해준다. 마땅찮고 흠잡을이야기만 하시니까.... 이런 이야기를 우리 시누들이 들으면 아마 나는 천하에 못된 여자가 될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그런말 하면 안된다. 왜냐면, 시누들중 제대로 시부모 모셔본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까. 우리 어머니... 맏며느리인 나에게는 명절때 일하는게 즐거움이라하시고 딸들은 어쩌다 명절때 시댁에 반나절 갔다오면서 조금이라도 일을하면 안쓰러워 어쩔줄 모르고 쉬라하신다. 얼마나 힘들겠냐며... 며칠씩 혼자 일한 내 앞에서... 물론, 나도 늙을것이다. 며느리도 볼것이고, 사위도 보겠지... 그래도 우리친정엄마같은 시어머니도 있으니 너도안늙을거냐는 말로 나를 비난할 수는 없겠지... 우리 친정 엄마, 며느리 힘들까봐 김치도 담가주고, 생일때는 무스탕에, 갈비에 사준다. 딸 생일은 있는지도 모른다. 제사때도 고작 전좀 부쳐가면 아주 큰일 한거고... 잘못한일이 있어도 아버지한테 혼날까봐 딸 입막음까지 시킨다....

후..... 괜히 한숨이 난다. 여태 살면서 남편과 싸운일의 80%는 시댁, 특히 시어머니 때문인것같다. 그만큼 아슬아슬 줄타기를 하면서 지켜온 나의 결혼생활.... 이젠 어느정도 안정도 되고 남편과도 맞아들어가는데.... 어느때 깨질지 모른다는 생각을하니 정말로 가슴속이 엉클어진 실타래 같다. 시어머니 오실생각을하면 그때부터 소화도 안되고 가슴이 뛴다. 이제 좀 무디어 질만도 하건만.... 사람 좋고 싫은것은 어쩔수 없다 하더니... 이 어찌 병이 나니라 하겠는가... 일도 손에 안잡히고 책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시어머니나 시댁 식구가 맘에 안든다고 결혼 생활을 포기할수는 없다는 마음으로 살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