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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언을 하는 아내.. 엄마


BY 헐크 2001-12-17

남편에게 화를 냈다.
나쁜 놈, 이중인격자, 더러워...
해서는 안되는 그런 말들을 거친 말투로.
좀 있다 진정이 된 뒤에 생각하니 참 미안했다.
너무 화가 나서 그랬어. 미안해.

남편은 그런다
나는 아무리 화가 나도 너나 애한테 그런 말은 안해.
너 갈수록 심해지는 것 같다.
왜 그러니.

맞다. 갈수록 심해진다.
오늘 그렇게 소리치고 있는 나를 보며 나도 깜짝 놀랐다.
TV에서 가끔 보던 정신 잃은 여자같았다.

어제 밤엔 애가 깨서 좀 심하게 칭얼댈 때,
잠결에 달래다가 애한테 화를 냈다.
남편이 그런 내 모습에 짜증을 내면서 일어나 자기가 아기를 달랬다.
나는 아기한텐지 남편에겐지 심한 욕을 뱉으며 자리에 벌렁 누워버렸다.
이건 남편의 말이고 사실 나는 잠결이어서,
몹시 짜증스러웠던 기분밖에 욕을 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무슨 욕을 했느냐고 물어도 남편은 어이없다는 말만 하고
말해 주지 않는다. 자기 입에 담고 싶지 않을만한 욕인 것 같다.
나는 평소에 욕같은 건 하지 않는데, 무슨 상소리를 했는지... 끔찍하다.

가끔 남편이 날 화나게 할 때(사소한 오해나 암튼 사소한 것들로)
참지 못하곤 한다.
이제 아이도 점점 크면 내가 하는 말 다 알아들을텐데
큰 일이다.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다짐하지만
그런 상황이 조성되면 어떨지 장담할 수 없다.
나는 꼭 그 순간만 진심으로 뉘우치는 폭력 남편같다.

요즘 이런저런 일로 마음이 어지러워서 그럴까?
애 키운다고 너무 집 안에만 있었더니 미친걸까?
남편에게 쌓인 불만이 많아서 그럴까?
늘 싸우던 부모님의 모습이 나도 모르게 학습된 것일까?
정신과엘 가봐야 할까?
나의 겉모습만 아는 사람들은 내가 이런다면 안믿을 거다.

입장을 바꿔서 남편이 나에게 그랬다면 나는 이혼을 진지하게 고려했을 것 같다.
남편에게 아이에게 미안하다.
미안하다는 나의 말이 무력해서 다시 할 마음도 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