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888

새드 크리스마스


BY 우울 2001-12-26

크리스마스 이브는 그래도 행복했죠.
놀이방에서 오는 큰아이랑 등에 업은
작은 아이 데리고 집 근처 제과점에서
자그마한 생크림케?兩煐?
저녁에 촛불켜고 케롤부르고 했으니까요.
트리없이 전구사다 온방안에 둘러놓고
반짝반짝 불켜놓고 우리 네식구
박수치고 노래도 하구요.

어제 크리스마스에 온가족이 늦잠자고
늦은 아침먹고
오늘은 놀이공원에 가서 사진도 찍고
놀다오자고 얘기가 되었는데
도대체 어디서 부터가 잘못된 건지..

여차여차 쓸데없는 일로 말다툼이
시작되었고
화나서 아침안먹고 커피마시는 날 보고는
신랑 내가 아끼는 원두커피봉지를
냅다 집어던지고 발로 차더군요.
그때부터 냉전.
애들 둘이 옷입히고 감기핑계로
동네의원 간다고 나서도
방에 드러누워 코빼기도 안비치고
똥바람 쌩쌩부는 대로를
그렇게 아이들이랑 다녀왔습니다.

다녀오자 말자 우리 신랑
큰아이 다시 데리고는 나가서 저녁까지 감감무소식.

저녁 8시가 되어야 살그머니 문열고
들어오고 아이는 나한테 와서 안기고
나는 모른채 하고 작은방으로 가버렸죠.

생각해보니 기가차고 화가나기도 해서
큰방으로 가 신랑한테 잔소리 또 잔소리
남자인 당신이 좀 아량을 베풀면 안되냐
좀 참으면 안되냐
집구석에 처자식 달랑 남겨놓고
도대체 이시간까지 어디갔다 왔느냐
주위에 친한 사람하나 없이 외롭게
지내는 거 알면서
신랑이라는 사람이 그렇게 아내의 마음을
몰라주느냐 나 하나 기쁘게 해주는 게
그렇게 어렵냐
다른 날도 아니고 오늘은 크리스마스인데...

정말 미친 여자처럼 두서없이 소리치는 중에
그동안 한마디없던 신랑이
엊그제 새로산 카세트를 집어던지더니
연이어 알람시계를 깨부수고
너랑 안살아도 좋다
또 그러면 테레비고 컴퓨터고 다 부순다
그러더이다.

큰 아이한테 사준 선물인
천원짜리 몬스터 필통도 박살을 내더군요.

순간 정신이 번쩍 나고
결혼전에 나때문에 화난다고
길거리 현수막 주먹으로 깨던게 생각나데요.

깨진 거 빗자루로 쓸고 걸레로 닦고
아무소리 없이
방으로 들어가 누워 잤습니다.

아침도 안먹고 신랑 전날 케?躍?
숟가락으로 퍼먹고 출근했데요.

난 너무 울어서인지 눈이 부었구요.
큰 아이 놀이방보내고 집으로 와
거울을 보고는 마음이 많이
찹찹했어요.
아빠가 카세트 부수는 걸 보고는
우리 큰 아이 많이 놀랬거든요.
지가 아끼던 거였는데...
깨진 조각 붙들고 울더이다.

그래요.
문제는 나나 신랑의 성질입니다.
욱하는 성질 조금도 참지 못하는 성질.
서로 노력도 해보지만 잘 안되네요.
아무렇지도 않게 웃어보려고도 하지만
그게 쉽지가 않습니다.
아이들 생각하면 우리가 이러면 안되는데.
정말 몇년만에 이런 일이 생기니
내가 어떻게 대처해야 옳은지 갈피가 안잡힙니다.
큰 아이오면 셋이서 친정에나 갈까
아니면 신랑오면 웃으면서 사과할까

아!!
올해를 이렇게 마무리하기 싫은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