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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내남편이기 전에 시댁식구더군요...


BY 에혀 2002-01-02

저희 남편은 자상하고 저한테 끔찍히도 잘해줍니다... 시집에 일이 있어도 제가 일하는거 조금이라도 덜시키려고 하고, 딸만 셋인 친정에도 아들처럼 할려고 노력합니다...암튼 시집식구들이 울 남편보고 결혼하고 나서 새로태어났다고 할 정도거든요.

그런데....이런 저희 남편도 제 남편이기보다 '시'자 붙은 식구들중의 하나라는 걸 느꼈습니다.
지난 토욜이 시모 생신이었거든요. 제 나름대로 집에서 음식준비 해가지고, 시집 조카들 새해선물까지 챙겨서 금욜날 밤에 갔습니다.
토욜 저녁에 시형님들이 오셨습니다. 누나 4명중에 근처에 사는 두분만 오셨더군요.
그날 밤에 울 남편이 조카들 선물 나눠줬는데, 고마울 정도로 조카들 좋아해주더군요. 그런데 막내형님 하는 말...'나는 니네가 뭐 해주면 바라는 거 있는거 같애서 무섭더라'
셋째형님은 좀 넉넉하게 사시는데 넷째형님은 남편이 백수라 좀 어렵게 삽니다. 솔직히 그런 집에 제가 바랄게 뭐있겠습니까? 그 형님 성격 뭣같은건 시집식구들도 다 압니다. 그래도 저는 아직 적응이 덜되서 쫌 충격받았습니다. 그래도 웃으면서 넘어갔죠.

밤에 자러가서 둘이 있을때, 제가 남편한테 그랬습니다.
'형님은 참.... 말하는게....그러네....' 울 남편 그냥 웃고 말더군요.
마악 잠들려고 하는데 막내형님 애가 미친듯이 울더군요. (아들만 둘인데 30개월정도 된 둘째애가 난폭하고 과격하거든요...밤만되면 몇시간씩 악을쓰며 울고...울 시부 '저거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거 같다'그럽니다) 생일상차린다고 신경썼더니 피곤하기도 하고 그래서 짜증이 납디다. 그래서 제가 '엄마가 덕을 안 쌓으니까 애가 복이 없어서 저렇지...'그랬습니다. 제가 넘 못되게 말을 하기도 했지만 저녁에 선물 주고도 좋은 말도 못듣고 성질도 나고 해서 그랬습니다.
울 남편 '됐다' 하더군요. 그쯤에서 참으면 됐을텐데 제가 또 '그럼 아니냐'구 그랬습니다.
그랬더니 남편....그만해라, 그래도 우리 누난데....하면서 성질을 팍 내는겁니다. 그순간 정이 팍 떨어지데요.
일년넘게 돈한푼 안 벌어와도 쥐꼬리만한 제 월급으로 시댁식구 다 챙기면서 참고 살았는데... 하나 있는 친정조카 크리스마스 선물 하려니까 돌도 안된 애한테 뭘 사주냐고 못사게 하면서 자기 집안 조카들 선물은 열심히 준비하는거 보고 싫은소리 한번 안했는데....섭섭했던 일이 구구절절 생각나더군요.

아무리 자상하고 좋은 남편도 결정적일때는 내 식구가 아닌 시집의 식구중의 한명이고...죽어도 친정집 아들노릇은 할 수 없다는걸 절실히도 느꼈습니다.
결혼하고 일년이 넘어서야 뒤늦게 깨달은 제가 바보같기도 하고, 남편한테는 시집식구보다 제가 더 중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나는 참 한심한 사람이구나 생각이 들더군요.

저 정도면 행복한 거라고 말씀하실 분들도 있겠지만...
암튼 저는 그런 생각으로 작년 한해를 마감했죠...

이궁,
새해부터 이런 얘길 써서 죄송하지만...
다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