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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누노릇 이렇게 한다.


BY 나두 시누다. 2002-01-04


우리 부모님 엄청 가난해서 고생많이 하셨고 당연히 나도 고생 많이 하고 자랐다.

울 막내 아들 딸만 내리 낳다가 얻은 아들이라 그 와중에 편하게 살았다. 우리 엄마가 여자 기숙사 청소하면서 주워온 양말 신을때 그놈은 메이커 양말만 신었을 정도니까.
지 놈이 공부 못해서 대학 안간거지 우리 딸들은 다 지힘으로 대학 다녔고 나는 대학 4년동안 안해본 아르바이트가 없다.

그러다 그 놈이 장가를 갔다.
울 올캐한테 나 어떤 시누가 되야 할지 생각이 많았다.
왜냐면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울 올캐가 우리 부모님께 하는게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의무상 하는 며느리하구, 정말 마음에서 우러나와서 효도하는 거하고는 다르지 않는가.
나는 우리 부모님이 물 한잔을 드셔도 며느리가 기분좋게 드리는걸 드시게 하고 싶었다.
돈 천원이라도 정말 드리고 싶어하는 용돈을 받게 하고 싶었다.

우리 친정 부모님 생일 무조건 우리 딸들이 챙긴다.
왜냐구?
당연하다.
우리 부모니까.
고생해서 키운건 우리들이지 올캐가 아니다.
아들 키우느라 고생한거지 며느리 키우느라 그런거 아니니까.

어버이날도 우리가 선물하고 카네이션 챙긴다.
그것도 당연하다.
우리 부모님 우리위해 고생하셨으니.

명절날은 어쩔수 없다.
나도 시댁에 가야하니.
그러나 내가 친정 가기 전에 남동생한테 전화해서 얼렁 올캐 친정 보낸다.

올캐 남동생 얼굴 보는 건 다음에 하면 된다.
밖에서 외식을 하거나 커피한잔이면 된다.
얼굴 자주 본다고 정나는거 절대 아니니까.

올캐랑 엄마랑 안좋은 기미가 보이면 절대 모른 척 한다.
그리구 엄마를 살살 달랜다.
나두 시집이 있구 시집살이 한다구
엄마 나 잘 살기 바라면 그러면 안되시는 거라구.
다 이해하시라구.
요즘 젊은 사람 중에 올캐만큼 잘 하는 사람 드물다구....

올캐 생일에는 잊지 않고 꼭 카드랑 선물 해줬다.

그렇게 했더니 울 올캐 진심이면 통하는 사람이었다.
처음 시집올 때부터 시부모에게 잘 못해야지 하는 사람 없다.
환경이 그렇게 만드는 것 같다.

물론 인간이 안된 예외는 어디에나 있다.

남동생은 교육을 시켰다.
한 주 집에 오면 그 담주는 처가댁에 가라구.
네가 장인 장모님께 하는거 두배로 우리 시댁에 잘 할 사람이라구.

그렇게 몇년이 지났다.

올캐는 점점 정이 나는 것 같다.
때로는 주말에 친정에 가서 쉬라구 해도 여기도 편하다면서 웃음도 짓고,
조금씩 편안해 하는 것 같다.

나는 맏이고, 남동생은 막내라서 그런 것도 있지만
나이차이가 많이 나서 그런지 무조건 안타깝고 마음이 짠하기도 하다.
어린 나이에 시집와서 그래도 시집살이라고 얼마나 맘고생이 심할까 생각하면 안스럽기도 하다.
친정 부모님을 모시지는 않지만 그래도 옆동네인데 얼마나 신경쓰이겠는가.

울 친정 부모님 평균적인 부모님이시지만 친정 아버지가 술을 좋아하시고 약간 어린 아기같으시다.
결혼전부터 그리고 지금도 아버지한테는 당부가 많다.
며느리한테 존경받고 싶으면 술 좀 끊으시라구. 깨끗이 하시라구 부탁을 드린다.
그러면 허허 웃으신다.

집에 여자가 잘 들어와야 그 집이 편안하다.
그리구 그 여자가 잘 하게 만드는건 시집 식구 모두의 몫이다.

올캐가 안하무인으로 굴지는 않았지만 데면데면하구 의무상 했던 모든 일 이제 조금씩 달라진다.

아예 상식도 없는 인간이면 몰라도 진심이면 다 통할 것 같다.

내가 시누시집살이에 시달려서 시누라면 치가 떨려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우리 친정 부모님 생각에 여우짓을 한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정말 잘 한 것 같다.
남동생이 결혼 전보다 더 잘하고, 올캐도 갈수록 더 이쁜 짓을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