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주말.
요즘은 주말이 와도 마음이 무겁네요.
마음은 친정으로 달려가는데, 시댁엔 또 뭐라고 해야하나.
일거수 일투족 모두 파악하셔야 마음 놓이는 시어머니 때문에 대충 넘어가는 일도 없으니, 다 고하고 다녀야 하는데,
친정엄마 돌아가신지 넉달..벌써 친정에 갈 때마다 뒤통수가 간지럽습니다.
이번 주말엔 그냥 시댁에 가서 일하기로 맘 먹고 나니
한편으로는 홀가분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화가 나기도 하고 그러네요.
요즘은 가끔, 다시 혼자였을 때가 좋다고 생각합니다.
마음 착한 남편과 토끼같은 자식이 싫지는 않지만,
결혼해서 산다는 일이 이렇게 "내 자신"을 잃어가는 일이라는걸 정말 몰랐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 내가 갖고 싶은 것, 내가 먹고 싶은 것들에 대해서는 미련을 가져봤자 저만 괴로운 일이되어가고,
늘 어른들, 시댁과 친정 식구들, 남편, 그리고 아이 중심으로 돌아가는 세상을 살고 있더군요.
요즘은 착한 사람이라는 말이 욕이라지요?
저도 이젠 착한 며느리, 착한 딸, 그리고 좋은엄마라는 딱지를 떼버리고 저하고 싶은 대로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퇴근하고 피곤해도 집에 오면 무거운 몸 끌고 청소하고, 아이 씻기고, 아침이면 또 그렇게 억지로 출근해서 아니꼬운 소리 더러운 꼴 안보고 살고 싶습니다.
주말이면 남편과 아들 다 떼어놓고 혼자 영화도 보러가고,
강둑에 앉아 캔맥주도 드라마 주인공처럼 마셔보고 싶고,
혼자 되신 친정아버지 모시자고 부득부득 우겨보고도 싶습니다.
저도 퇴근하면 피곤하다고 밥상 안차리고 싶구요,
한달이고, 두달이고 내 맘 내키는대로 시댁에 안가보고 싶습니다.
신랑 담배 끊게 하라고 저한테 잔소리하시는 어머니께
제가 남편 시중드는 시다바리냐고 한마디 하고도 싶네요.
세상살이 필요한 도리같은거 다 던져버리고
내가 하고 싶은대로만 살고 싶네요.
하지만 어쩝니까. 저만 이렇게 사는 것도 아니겠지요.
퇴근시간이 다 되어가는 주말 오후에 괜히 이렇게 투정을 부려 보네요.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