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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청한년


BY 123바보 2002-01-14

난 바보입니다
난 멍청이 입니다
난 현명하지 못합니다
난 참을성도 없습니다
난 감정을 숨기지 못합니다
난 종종 나이를 잊고 감정의 늪에서 방황합니다
난 답을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난 그렇게 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난 참으로 어리석고 현명하지 못하고 멍청하며 바보입니다
난 참 외롭습니다
난 참 슬프고 지금 울고 있습니다
나의 눈물샘은 참 대단 합니다
그 오랜 세월 기능좋게 메마르지도 않습니다
사람들은 남편이 참 착하게 생겼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남편이 참 잘 생겼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남편이 참 순하게 생겼다고 합니다
남편은 참 조용합니다
남편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남편은 잔인하지도 폭력적이지도 않습니다
그렇지만 난 남편이 무섭습니다
소리없이 흔적없이 남편은 나의 목을 조입니다
철저한 외면과 거짓으로 나의 목을 조입니다
스스로 나가 떨어지길 고대하는듯 합니다
"너 죽는다며, 왜 안 죽는데?"
남편은 술 취한척 내게 물었습니다
나는 알고 있습니다
남편은 그날 너무나 말짱 했습니다
그리고 남편은 기억나지 않는다며. 농담이었다며
얼굴을 바꿉니다
오늘은 허리가 너무 아픕니다
물론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오늘은 유난히 아팠습니다
파스를 꺼내오는 내게 마지못해 "어디고" 라는 한마디속에
붙여주고는 이내 등돌리고 잠듭니다
자꾸만 눈물이 났습니다
슬며시 일어나 깜깜한 어둠속에서 술을 마셨습니다
그런데 아들 녀석이 살며시 나오더니 한마디 건넵니다
"엄마 조금만 마시고 자"
너무 부끄럽고 미안하고 슬프고 죄스러웠습니다
직장 다닌다고 늘 혼자 밥차려먹는 아들녀석인데''''''''
술잔을 치우고 다시 잠들까 했는데 좀체 잠이 오지 않습니다
누군가에게 하소연이라도 하고 싶고 엉엉 소리내어 울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습니다
이 얼마나 좋은 문명입니까
이렇게 푸념이라도 할 곳이 있으니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