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724

시댁문제 해결됐어요! 제 이야기 아시는 분들.(좀 길어서요)


BY 하소연 2002-01-25

시아버지 생신에 안갔습니다.
애랑 남편만 보내고 아컴에다 글 남긴날 입니다.
남편이 회사에 나가야 해서 아이를 데려다 두고 집에 있는데
시어머니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너무 놀랬지요. 먼저 전화한다는것도 자존심 상해 하실분이...
내용은 이렇습니다.

며느리로써 기본적인건 해야지 이제 안보고 살꺼냐고
아버님 생신이니까 그래도 오려니 했다고 말좀 해보라고...
아직 어머니 뵐 자신이 없어서 못갔다고 했습니다.
무슨 자신? 그럼 저번에 그러고 간건 잘한거냐 십니다.
저더러 그러고 마음이 편하냐고 니 마음 편해서 그럴꺼라고 생각은
안하지만 안볼것도 아닌데 의견충돌이 있을수 있지만 해야할
도리는 해야하는것 아니냐 십니다.
그동안 욕먹고 일방적으로 당하고도 늘 쫓아갔던 저입니다.
제 도리는 다해야할것 같아서, 내가 한번만 참으면 집안이 조용할것
같아서 그런데 변한건 없었습니다. 이번에도 그냥 어쩔수 없이
갔다면 얘는 늘 이런애다 그러셨을겁니다. 변한건 없을겁니다.

그 와중에도 저에게 며느리 사표 쓰는거냐고 시간을 두고 봐달라는
거냐 십니다. 기가 막힙니다. 생각 같아서는 뭘 봐주시는데요?
하고 싶었지만 참았습니다. 그리고 최대한 예의 바르게 말씀 드렸습니다.
"그럼 어머니는 절 볼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으세요?"
"그럼 난 그러려 했지. 식군데 난 부모가 그런지 몰라도 너보단
내가 더 아량이 넓은것 같구나. 남같으면 그런 생각 안할텐데
넌 식구니까 남한테 흉도 못보고 서로 부딪쳐 풀고 그러려했지.
그럼 넌 나 볼 자세가 안되서 못온거야? 잘못했다는 마음의
준비가 안됐어?" 하십니다.
너무 황당했습니다. 어머님은 당신이 전화하시면 제가 죄송하다고
할줄 아셨나 봅니다. 어쩜 그런 기대를 가지고 면죄부를 주는
심정으로 전화를 하셨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어머니가 왜 안왔냐고
하셔서 죄송해요 갈께요 하고 가면 앞으로의 저의 인생은 뻔합니다.
지금 내가 하고픈 이야기를 하지 못한다면 모든게 제 잘못이 아니라
어머니가 절 그렇게 만드셨고 그동안 너무 심하게 절 대하셨다는걸
인정하시지 않으신다면 절대로 그냥 이대로 마무리 지을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서 아무일 없던것 처럼 지나갈수도 없고 제가 무조건 다 잘못했다
고 말씀 드리기엔 그동안 어머니께서 저에게 하신 행동이나 말씀이
있으시잖아요"
어머님은 제가 말씀만 드리면 날카롭게 말씀 하셨습니다.
넌 잘못한게 없는데 내가 한게 있어서 그런다는 거냐고.
난 너를 그렇게 모질게 대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내가 엄한건
사실이지만 난 내 아들들한테도 그렇게 해왔다고 난 내식구 만들려고
한것 밖에 없다고...
"그렇지만 어머니 저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살다가 온 사람이잖아요
어머니 말씀처럼 한 식구로 제가 융화되기까지는 어머님도 저도
어느 정도 서로를 받아들일 준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설사 처음이라 제가 몰라서 실수를 할수도 있었겠죠 그런데 어머니는
저를 이해해 주시기 보다는 너무 강하게만 대하셨어요"
어머니는 니 맘대로 하라고 하시곤 전화를 끊으셨습니다.

우리 시어머니 성격상 먼저 전화하시리라곤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마음이 조급하셨던 모양입니다. 주위에 제 이야기를 한다해도
겉으론 절 나무랄지도 모르지만 모두들 어머님 성격을 알고 있기에
전적으로 당신편에서 이야기 할 사람은 없다는것도 알고 계실겁니다.당신이 하신 행동 말씀 당신이 차마 아랫사람에게 인정은 못하시지만
다 알고는 계실겁니다. 제가 어떻게 어머님을 이길수 있겠습니까...
어머니에게 당신이 잘못했다는 이야기를 듣길 바란것은 아닙니다.
그렇게까지 어머니를 이기고자 했던건 아니지만 어찌해야 할지
난감했습니다.

아는 언니에게 도움을 청했더니 어머니가 이번엔 오겠지 했는데
안오니까 당황하신거 같다고 합니다. 어쨌든 살꺼면 가 보라고 하더군요.
남편 보기에도 엄마가 먼저 전화까지 했는데 안가고 무시하고 넘기면
더 안좋을것 같다구요. 가서 어머님이 끝까지 너만 나무라시고
또 예전처럼 욕하고 멱살잡고 그러면 너도 마음 정리하고,
잘 이야기 되면 좋은거니까 일단 가보라고...

애를 업고 우산을 들고 버스를 타고 갔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제 모양새가 참 서글펐습니다. 그러나 그보다
무슨 이야기를 해야하나 생각이 들었지만 머리가 복잡해서
아무 생각도 안나고, 단지 절대로 내가 전적으로 잘못했다고는
못하겠다. 앞으로 어머니가 변하시지 않으면 나 무조건 죄인처럼
지금까지 살았던 것처럼 살지는 않을것이다 그생각만 가지고 갔습니다.
그런데 저를 맞아주시는 어머님은 이전의 분이 아니셨습니다.
왔냐고 어떻게 애 업고 왔냐고 반갑게 맞아 주시더군요.
어머니를 뵈면서 마음이 많이 누그러 들었어요.
내 멱살을 잡고 흔드시던 어머니 모습이 연상이 안될정도로
"제가 아랫사람으로써 먼저 찾아오던 전화를 드리던 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서 죄송해요" 했습니다.
어머님은 저에게 우리는 한가족이니까 앞으로는 서로 배려하며 살자고
말씀 하시더군요. 딸이 없다고 한탄하시는 어머니께 아버님이
며느리를 딸처럼 생각하고 살면 되잖아 하셨더니 대답조차 안하시던
분이 절 딸처럼 생각 하시겠답니다. 너도 내가 한 얘기 친정엄마가
하셨거니 하고 듣고 나도 그렇겠다시며... 저를 미워한건 아니라고
가만 생각하면 너만한 며느리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예전에 불미스러웠던 일로 너는 날 어렵게 생각하고 나는 네가
내 뜻대로 안따라 주는것 같아서 그랬던것 같다고.
그런 어머님께 제가 뭐라고 하겠습니까...
오늘 이렇게라도 와줘서 참 좋다고 하시는데, 그동안 쌓였던 감정이
눈녹듯 사라지는 것 같았지요. 하지만, 몇번씩 앞으로 잘지내자고
하시고선도 매번 그러셨던거 생각하면 무언가 말씀을 드려야 겠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어머니께 제 고민이나 여자로써 사는 이야기
같이 이야기 나누고 편하게 지내고 싶었어요" 하고 말을 꺼냈습니다
남편과의 문제 그때문에 맘 상하면서도 시어른들 앞에선 내색하지
않으려 노력하면서 제 할 도리 해가면서 그동안 살면서도 늘 어머님께
야단맞고 욕먹고 질책 받으며 살았기에 정말 힘들었다는 제 의중을
정중히 말씀 드렸어요. 당신 아들이 저에게 잘하는줄만 아셨을 꺼예요
그래서 제가 더 미우셨나 봐요. 그러던 당신 생각 외로 당신 아들이
저에게 했던 말이나 행동을 들으시더니 무척이나 놀라시더군요.
왜 진작 이야기 안했냐고 하시면서...
"그 사람도 한집안의 가장이고 애아빤데 제가 말씀드려서 야단 맞으면
제 맘은 편하겠어요. 다른 일로 야단맞을때도 솔직히 유쾌하지는
않던데요. 그래서 그사람 위한답시고 어른들 걱정하실까봐 그냥
속으로 삼켰는데 이젠 어머니 정말 속상하면 어머니께 말씀 드릴꺼예요." 했습니다.
어머니는 한동안 말씀이 없으시더군요. 아들이 그정도로 제게 했을줄
생각도 못하셨을꺼예요. 그리고 앞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위하면서
지내자는 마지막 말씀과 함께 기나긴 기싸움이라고 할까요.
여하튼 이번 사건은 마지막을 고했습니다.

마음이 편합니다. 정말 그동안 너무 힘들었어요.
앞으로 어떻게 확 달라지길 바라진 않을겁니다.
저는 그동안 제가 해왔던 것처럼 제 도리를 다 할꺼구요.
단지 달라진게 있다면 그때는 내가 내 도리를 다해야 나중에 할말이
있지 이심정이였는데 이젠 마음을 보태서 해드릴꺼예요.
어머니께서도 이번에 저라는 사람에 대해서 느끼신게 있으실 겁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조심해 주시겠지요.
그거면 됩니다. 절 많이 예뻐해 주시란것도 아니고 무조건 칭찬해
주시란것도 아니고 그저 제 아들 앞에서 욕하시거나 나무라지 않으
시는 것만으로도 전 만족합니다. 그외의 변화는 어머님 마음이 닿으
셔야 하는거니까. 그건 어머님 몫이라고 생각해요.
예전의 감정을 털어버리기 힘들줄 알았는데 의외로 너무 맘이 편해요
새로 시작하는 기분으로 차곡차곡 쌓아 가고 싶습니다.
마음 풀렸다고 너무 잘하려고 하다가 금새 지치고 싶지도 않고...

제 긴 하소연을 들어주셔서 감사해요.
제가 이렇게 또 긴 글을 쓴 이유는 맨처음엔 너무 암담하고 답답하고
절망적이라 올렸구요, 두번째는 제가 지금 잘하고 있는건지
누구의 이야기라도 듣고 싶었구요. 세번째는 이렇게 해결될수도
있다는 경험담이라고 해야하나요? 여하튼 어느 분은 아컴에 오면
시댁욕만 한다고 하신 분도 계시지만 안 당해 본 분은 모르거든요.
정말 시댁과 잘지내시는 분들 보면 너무너무 부러워요.
꼭 그 관계 잘 유지하시고 혹시 저처럼 비슷한 갈등 가지고 계신분들은 자기 현제 상황에 맞추어서 잘 해결해 보세요.
전 참 어렵게 풀었지만 누굴 미워하지 않을수 있어서 정말 마음
편해요. 전 앞으로도 안보고 이렇게 사는게 더 편하겠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풀고 싶고 다시 보고싶다는 생각도 안들었는데 막상 서로의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 하니까 정말 살것 같더군요.
한번뿐인 인생 기왕이면 행복하게 살고 싶었거든요.
모두 건강하세요.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