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이상한건가요?
요즘은 정말 제가 정신이 이상한 것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다른게 아니고, 요즘은 괜히 시어머니하고 마주 앉아있기가 싫습니다.
하지만 맞벌이 부부로 아이를 시댁에 맡기고 아침저녁으로 들러야 하니 그러기는 불가능하죠.
시댁에 두분만 덩그마니 식사하시는 것이 안타깝다는 이유와 맞벌이로 매끼니를 챙긴다는 것이 힘들다는 이유(사실은 당신 아들과 손자 식사를 제가 대충 챙길까봐 더 걱정이신)로 아침 저녁을 시댁에서 먹고 다닙니다. 물론, 생활비를 드리죠.
처음엔, 이것도 다 제 복이다 싶었습니다.
밥도 안하고 반찬도 안하고 이게 웬 떡이냐고요.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이젠 숨이 막힐 것 같습니다.
아침에 바쁘게 내려가면, "니가 늦잠 잤지?"하면서 괜히 신랑이랑 아들녀석 타박을 합니다. 그럼 그 소리게 제게는 "니가 게을러서 이렇게 늦는거 아니냐?" 하시는 소리같기만 해서 불편합니다.
그리고 아침 저녁으로 신랑 담배 때문에 잔소리를 듣습니다.
그런 잔소리를 듣고도 바보같이 꼭 시댁에서 담배를 피우는 신랑이 이젠 꼴보기도 싫습니다. 왜 남편 담배를 제가 끊게 해야 하고, kbs 1 tv를 제가 꼭 챙겨 봐야 합니까?
하루 종일 말 할 사람이라곤 아버님과 제 아들녀석 밖에 없어서인지 퇴근하면 저를 붙들고 별 이야기를 다 하시는 어머님 말씀을 그동안은그냥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면서 이해를 했습니다. 근데 이런 시간이 거의 5년이 넘어가다보니, 요즘은 벌받을 말로, 퇴근하기가 짜증스럽네요.
저도 직장생활하면서 스트레스 받고, 짜증나는 일도 많은데 집에 가서 그런 소리를 들으면(저희 어머니는 밝은 이야기를 하시는 적이 거의 없죠) 그냥 돌아버릴 것 같습니다. 친정 엄마 같으면 한마디 톡 쏘아주기라도 할텐데 그러지도 못하죠.
저희 어머니 말투를 예를 들어보자면,
"내일 저는 근무구요, 애비는 느지막히 애기 데리고 올거네요."그러면,
"일찍 올 지 안올지 아냐?"하고 툭 쏘십니다.
애가 금방 자라서 옷들이 작아지면 그 얘기를 새 옷을 입힐때까지 생각나실 때마다 리바이벌을 하십니다.
그리고 제일 참기 힘든 건, 똑같이 퇴근해서 집에 가면 저는 상 차리고 아이 챙기지만, 편하게 누워 있는 신랑한테
"일이 많이 힘드냐?" 하고 걱정을 하십니다.
신랑 옷 입는 것도, 술마시는 것도, 담배 피우는 것도 모두 제 책임입니다.
당신 아들은 잘났고, 당신 손주도 잘났죠. 전 그 둘을 보살피고, 생활을 위해 돈도 벌어오고, 시댁에서 잘 해야하는 며느리 일뿐이죠.
다른 시어머니들처럼 드러내놓고 야단을 치거나 구박을 하거나 차별을 하시지만 않지만, 가끔 전 역시 이 집 식구가 아니구나...하는 생각이 들때가 많습니다. 그 꼿꼿하다는 양반가 집안이라서 그런지 은근히 자기집 식구들 외에는 은근히 무시하는 경향이 식구들 모두 있고,
도무지 정이 들었가다도 가끔은 천리 밖으로 달아나버립니다.
요즘은 신랑하고도 냉전입니다.
마누라 뻔히 안팎으로 힘든 거 알면서도 강건너 불구경하듯 하고,
제가 부어있으면 자기도 입이 부어있습니다.
그리곤 아직도 자기네 집에선 덜 큰 아들내미 시늉이고,
혹시나 시댁에 부족한거나 불편한 있으면 덜렁 사들고 들어가서 사람 황당하게 하곤 좋은 소리도 별로 못듣는거 정말 짜증이 납니다.
제가 성질이 못된걸까요? 아님, 정신상태에 문제가 있는 걸까요?
요즘은 시댁에 가면 입도 뻥긋하기가 싫습니다.
뭐라고 대꾸 해봤자 "그래, 맞다"하는 소리 못 들을게 뻔하고,
전 이 집에서 도대체 뭔가...싶은 생각만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