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385

시어머니에 대한 생각


BY 앤 2002-02-05

남편은 8시 반쯤 집에 들어와요.
9시에 저녁을 먹죠.
저녁을 다 차려놓으니 전화가 오네요.
시어머니...
저녁 먹었냐길래 지금 먹으려고 차려놨다고...
남편을 바꿔 달라네요.
팔이 아프다고 하소연을 했나봐요.
남편이 듣다듣다 버럭 화를 내더군요.
아프면 병원을 가야지 나한테 매일 이렇게 얘기하면 어쩌냐고.
그리고 완치되는 게 아닌데 엄마가 운동하고 병원 다니고 약 먹으면서
유지해야지 매일 이야기하면 뭐하냐고...

울 시어머니 몇 년전에 유방암 수술하셨거든요.
유방암 수술하면 임파선(?) 때문인가 팔이 붓잖아요.
그리고 당뇨도 있으세요. 심한 건 아니고...
혼자 사시죠.

노인네들 다 그렇기는 한데...
원래 안 아파도 아프다고 응석을 많이 부리시는 분이죠.
밥 먹었어도 굶었다고 하고...
걸핏하면 전화에 대고 울고...
형제들 중에 유독 마음 약하고 착한 남편이
늘 어머니께 잘 말려 들더라구요.
그런 남편도 어제는 웬지 화가 났었나봐요.

저는 늘 짜증스럽죠.
하루종일 일하고 지쳐 들어온 아들, 저녁 먹을 시간에 전화해서 붙들고(안 그래도 하루종일 전화통화했을 거면서) 또 아프다는 타령이니까... 속으로 저러고 싶을까 그러죠.

전화를 끊더니... 남편이 그러더군요.
"왜 우리 형은 엄마랑 같이 안 살지?"
그래서 제가 그랬죠.
니가 같이 안 살거면 형한테도 그런 거 바라지 말라고.
그랬더니 "우리 형은 장남이잖아."하더군요.
그래서 또 제가 그랬어요. 장남이 무슨 죄냐고.
평생 집에다 쏟아붓고 늘그막에 겨우 여자 하나 만나서
재미 붙이고 사는데 엄마까지 모시라고 할 수 있냐고.
나는 몰라도 너는 그런 말 하면 안 된다고...

울 시어머니 불쌍하긴 해요.
건강도 별로고 평생 남편과 자식만 알고 살았는데
외롭게 혼자 사니까요.
밖에 나가서 누구 만날 줄도 모르고 그냥 혼자 집에 있어요.
그리고 아무래도 노인네인데 혼자 살다 무슨 일 생길지 모르잖아요.

하지만 전 같이 살 수 없어요.
성격 안 맞고 시어머니 싫거든요.
이렇게 따로 살아도 갈등이 많은데...
저는 성격이 못돼서 말대답도 따박따박 잘해요.

딸들은 다 출가외인이고...
아들이 둘인데 며느리 둘이 다 같이 살려 하지 않아요.
형님도 보통 성격이 아닌데 전 형님한테 불만 없어요.
아주 경우없는 사람은 아니니까.
형님도 나름대로는 잘 한다고 하다가 시어머니랑 어긋났어요.

전 그렇게 생각해요.
외로워도 어쩔 수 없다고... 그냥 사는 수밖에
울 친정엄마도 혼자 사는데 전 엄마하고도 같이 살 자신 없어요.
형제들에게도 같이 살라고 절대 하지 않구요.
그저 가까운 데 살면서 들여다 볼 수는 있어도
노인 되면 성격도 많이 바뀌고 같이 살기란 너무 힘든 일이에요.

아무튼... 같이 산다는 건 무슨 일이 있어도 불가능한 일이에요.
근데 마음의 가책은 항상 있죠.

요샌 그런 생각을 해요.
내가 내 자식들에게 해줄 수 있는 건...
잘 먹이고 입히고 공부시키는 것보다...
내 노후대책 확실하게 해놓고, 독립적으로 살아주는 것... 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