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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이혼하자는데.


BY 이혼준비 2002-02-08

자기 종 부리듯이 10년.
이제 이혼하잔다.
말인즉슨 더 이상 늙은 여자랑 살 수 없단다.
내가 능구렁이가 다 되어 자기 말을 안 듣는대나.
그러면서 통장이랑 집 등기부등본이랑 모두 뺏아간다.
하긴 내 이름으로 된 것은 하나도 없었지만, 그동안 내가 가지고 있었는데, 그걸 집밖으로 가지고 가서 어디에 간수해 두었는지.

우리, 달랑 두식구다.
사정상 아이는 없고(있었는데 없다), 남편 직장도 꽤나 안정적인 곳이다.
그리 큰 보수는 아니지만 그래도 불만은 없었다.
시엄니 생활비로 월 30만원 나간다.
혼자 사는 노인네가 우리랑 같은 생활비를 쓴다.
막내 아들인데도 다른 아들들한테는 돈 한푼 얻어쓰지 못하면서, 우리한테는 당당하게 돈을 달라고 하시고, 남편은 잘 드린다.
물론, 내게는 말을 않는다. 사후 통보를 할 뿐이다.
남편은 나한테 월 50만원을 준다.
그것으로 자기 보험료 10만원을 내고 자기 핸드폰이랑 집 전화요금으로 10만원을 낸다(초고속 인터넷 포함)
나머지 30만원으로 아파트 관리비, 쌀값까지 쓴다.
그러면서도 영지나 상황버섯은 죽어도 먹는다.
그 돈이 만만찮다.
그러니 내가 쓸 돈은 아예 없다.
처가에 뭘 하는 것은 결혼 10년동안 10만원이 전부였다.
처제가 결혼해도, 처남이 결혼해도 입 닦는 남편덕분에 내가 죽을 맛이었다.
난, 집에서 남편 모르게 월 10만원 정도를 번다.
그 돈으로 내 핸드폰 요금과 내 보험료를 내고 나면 5만원이 남는다.
이돈이 내가 친정에 쓰는 돈이다.
물론 남편은 모른다.
나는 명목상 통장 하나에, 비밀 통장이 하나있다.
비밀 통장에서 핸드폰 요금과 보험료가 빠져 나가고, 비밀 수입인 10만원이 들어온다.
명목상 통장은 남편이 생활비를 이체해주는 통장이다.
때로 그놈의 비밀 통장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눈물이 난다.
나도 예전엔 괜찮은 직장인이었는데, 월 10만원이 내 전재산이라니.

남편은 나를 밖으로 내놓지 않는다.
절대로.
철저하게 집안에만 있었으면 한다.
물론 돈 많이 벌어다주고 있으라면 인터넷 쇼핑하는 재미로라도 버티겠는데 이건 아니다.
정말 너무 심하다싶었지만, 부모님께 불효하기 싫어 잘 참았다.
그랬는데 이제 이혼하잔다.
그것도 내가 말 안듣는다고.
남편이 말하는 좋은 아내란 이런 여자다.

자기 집(시집)에 잘하고, 돈 여물게 쓰면서 살림 잘하고, 남편의 심부름도 착착 잘하고, 남편 직장일이 많으면 얼마든지 도와줄 능력이 되고(거의가 논문 아니면 프리젠테이션), 밤이든 낮이든 자신이 원하면 성욕도 해소시켜줄 수 있는 여자.
그러면서도 지적인 미모와 젊음을 간직할 수 있으며, 날씬한 여자.
고로 어디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게 여길 수 있는 처녀같고 능력되는 여자.

그런데 나는 자꾸 여기에서 멀어지고 있다.
돈도 좀 써보고 싶고, 시어머니와는 사이가 점점 멀어지고 있으며, 남편 심부름을 잘 하려니 새벽에도 일어나야 하는 고충이 심해 싫고, 더 이상 논문을 잘 쓸 능력도 상실했으며, 가장 중요한 것은 남편의 섹스를 제때 받아줄 수 없을 만큼 날마다 피로하다는 것이다.
또한 나이가 들어가니 얼굴에 주름살도 생기도, 아직도 날씬 하기는 하지만 피부의 탄력이 줄어가니 이제는 아줌마 소리도 많이 듣는 편이 되었다.

이러니 남편입에서 이혼하자는 말이 나온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인즉슨, '넌 금방 재혼할 수 있을거야'
이건 웬 소리?
자기는 싫다고 내치는데 어느 남자가 금방 날 데려가나.
아니, 그렇다고 내가 냉큼 갈 수나 있나.
그러면서도 친정에서 가져온 밑반찬은 잘도 먹는다.
섹스도 빠트리지 않는다.
이혼하자는 사람이 이혼하는 순간까지는 자기 거라면서 칙칙하게 군다.
한대 패주고 싶지만 힘이 딸려 못하고, 정말 이런 남자 골병들일 방법은 없는지?

겉으로는 학자같으면서 속은 이기심으로 똘똘 뭉친 이 남자를 정말 죽도록 패주고 싶다.
이혼하느니 너 죽고 내 살자하면 좋겠는데, 정말 방법이 없다.
어제는 자고 있는 꼴을 보다가 목졸라 죽일뻔 했다.
너무 화가 나서.

아이고, 정말 미치겠다.
정말 죽여버리고 감옥이라 갈까?
이혼은 정말 해주기 싫다. 누구 좋으라고.

미친놈한테 10년간 충성한 생각을 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