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성실하게 사시던 우리 친정아버지.
제가 대학에 들어가던 무렵 사기를 당했습니다.
그것도 세번을 일어설만 하면 한번.
일어설만 하면 한번.
이악물고 다시 일어설만하니 또 한번.....
그러더니 폐인이 되셨어요.
제가 벌써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으니 벌써 5-6년을 저러고 계시는군요.
가족들 모두 다 지쳤습니다.
막내 남동생 집나가서 소식도 모릅니다.
연일 카드 빚이랑 여기저기서 빚만 날아오고......
아버지가 일을 손놓으시니 친정은 또 빚만 늘구요.
결혼한 두 딸도 형편이 그리 넉넉치 못하네요.
이럴줄 알았다면 돈많은 남자한테 시집갈걸 그랬나봐요.
그동안 생활고에 너무 지친 우리 엄마와 우리 가족 모두.
마음에 독만 남은 것 같아요.
그렇지 않아도 나약해져서 술로만 사는 우리 아버지에게 모두 독만 뿜어냅니다.
저두 마찬가지지요.
이번에는 굳게 다짐했습니다.
그런데 또 하루를 못갑니다.
아빠에게 소리를 지르고 차라라 돌아가시라는 말까지 했어요.
어깨를 축 늘어뜨린 아빠.....
이제는 헛소리까지 하십니다.
평생 성실하게 일해왔건만 마지막 몇년 좀 잘못했다고, 우리가 너무한다 싶어 마음을 다잡다가도 밑빠진줄 모르고 들어가는 돈과 더 심해지기만 하는 아빠의 모습은 정말 화가 납니다.
이번 설에도 친정에 갔다가 오늘 왔습니다.
술을 못드시게 하려구 8개월된 아기 업고 계속 따라다녔어요.
잠깐 젖먹이는 새 재활용 수집하는 곳(우리집 바로 앞)에서 버린 소주병을 기울여 드시구,
수퍼에 가서 술을 들고 도망칩니다.
밥은 전혀 안드시구.
우리를 살려 줄 사람은 (여인천하에 나오는) 장대인 뿐이라고 어서 모셔오라고 합니다.
걷다가 넘어지셔서 쇄골뼈가 부러졌습니다.
8자붕대를 해주는데 그걸 5분을 넘기지 못하고 풀어버립니다.
병원에 가서 애 하나 업고, 애 하나 걸려서 3시간이 걸려서 그걸 다시 합니다.
1시간이 가지 않네요.
풀 수 없게 탄탄하게 해달라고 했는데
얼마나 용을 썼는지 땀을 흘리면서 결국 풀고 마네요.
제가 그 붕대를 던지면서 또 소리를 질렀습니다.
악을 악을 쓰면서요.
그리고 결국 짐을 싸서 집으로 왔습니다.
차라리 가족들에게서 아빠를 떼어놓고 싶습니다.
온갖 수모와 모욕.
특히 엄마의 독품은 말들.....
이번 설에는 사위들 앞에서도 망신. 창피를 당했습니다.
엄마 마음도 이해합니다.
오히려 엄마는 아빠에게 할만큼 했습니다.
작년 여름에는 다죽어가는 아빠
병원에서도 포기한 아빠를 엄마가 지극정성으로 살려냈으니까요.
하지만 이제 한계인것 같습니다.
엄마 몸에도 병밖에 안남았으니까요.
어떻게 해야 될런지.
눈물만 납니다.
저희 통장에 제가 안입고 안쓰고 모은 돈이 3000만원이 있지만 맞벌이 않고 남편이 혼자 번 돈이고, 그동안 친정 빚 대신 갚아준 것이 거의 1000만원이 다 되는지라 차마 남편에게도 입이 안떨어집니다.
그 빚도 거의 대부분 막내 카드빚이랑 아빠 술빚이었거든요.
저 남편에게 큰소리한번 못내고 살구요.
화장품이나 옷은 꿈도 못꾸고
양말도 옆집 아줌마가 여자기숙사에서 버린거 모아온데서 골라서 신습니다.
이제 아빠의 힘겨운 삶도 얼마 남지 않으신 것 같습니다.
제발 마지막 생애만이라도
저를 포함한 가족들의 수모와 독설로부터 벗어나서 좋은 곳, 좋은 사람들에게서 좋은 말을 듣게 하고 싶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너무 힘들고 괴로워서
잠을 이룰 수 없어요.
아이들 재롱으로 웃다가도 나 혼자 웃고 있는 것이 너무 죄송스러워서 울고맙니다.
얼마나 돈을 가지고 싶으셨으면 대국의 거상 장대인을 데려오라고 입버릇처럼 하시는지...
마음이 갈갈이 찢어지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