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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의 일은 아니지만...


BY 훗날 2002-02-27

저 맏며느리입니다.
시어머님 살아계시구요.
하지만 저에게 뭐 해주신건 없습니다.
시어머니면 꼭 며느리에게 뭘 해줘야한다 이건 아니지만,
8년 동안 한집에 같이 살면서
저는 맞벌이를 했습니다.
그러나 육아, 가사, 경제적인 것 뭐 하나
도움 받은건 없습니다.
저와 같이 사시면서도 시누이네 아이 봐주시더군요.
제가 아이 낳아 한집에 두아이 두고 다니니
어머님이 얼마나 죽을 소릴 하시는지,
도저히 안되겠어서 남의 손에 제 아일 맡겼습니다.
그러면서 시누이네 아이는 계속 우리집서 봐주시고...
오히려 쉬는 날엔 제가 그 아이까지 봐줄때도 있었지요.
살림이라도 좀 해주시겠지 하고 용돈, 생활비삼아
넉넉히 드렸습니다.
그거 그저 어머니 용돈 용도로만 쓰시더군요.
아침은 굶고, 나가면서 아이 맡기고,
동동거리고 퇴근하면서 아이 데리고 집에 들어오면
정말 진이 다 빠집니다.
그래도 부랴부랴 옷갈아입고 저녁해먹고...
때론 아이 찾는 시간 때문에 못끝낸 일 가지고 들어와
애 재우고 나서 새벽까지 일했습니다.
그나마 남편이 잘 도와주었기에 망정이지
안그랬음 아마 돌았을겁니다.
그리고 손아래 시누이 결혼한다고 할 때
그나마 맞벌이 해서 조금 모아놓은 목돈,
기분 좋게 내놓았습니다.
얼만지 말하면 다들 미쳤냐고 할겁니다.
몇천을...
어머님 돈 없으시니 우리라도 해주어야겠다고
그래서 해준거지요.
그때 잠시는 다들 고마워하는것 같더군요.
지금 생각하니 제 발등을 짓 찧고 싶어집니다.
애 남의 손에 맡기고 고작 시누이 결혼자금 대줄라고 그러고 살았나 하구요...
그렇다고 시댁에 물려받을 재산이 있거나 그런것도 아닙니다.
지금 시누이는 시집가서 할거 다하고 삽니다.
전의 저처럼 그러고 살지 않더군요.
우리에게 고마워는 하는지... 별로 그런것 같지도 않더군요.
뭘 바라고 한건 아니었으나
사람 맘이 그게 아니네요.
암튼 지금은 제 시어머님 시누네 가서 사십니다.
시누네가 가게를 하게되어서
아이를 봐주어야 하기 때문이죠.
저에게야 잘된 일이죠.
저도 지금은 전업주부거든요.
하루세끼 꼬박 차려드리고 같이 먹고... 답답하거든요.
며느리랑 사는 집에선 손하나 까딱 안하시면서
시누네 가서는 애봐주고 살림해주고...
암튼 그런데 어제 남편과 통화하면서 그러시더라네요.
난 나중에 니들과 살아야겠다고...
아마도 딸네서 사는 설울이 나름대로 있으신건지...
저요, 언젠가는 같이 살게 되리라는거 모르는거 아닙니다.
다 생각하고 있었지요.
하지만 막상 그 말 들으니 속에서 천불이 나대요.
무슨 염치로 그런말을 하실까 하고...
사실 제가 좀 천사표거든요.
위에 얘기한대로 하고 살면서도
큰소리 한번 안내고 혼자 참고 말았죠.
그 때문에 우울증도 앓고 그랬지만... 암튼 그랬어요.
그리고 시어머니에게도 내 친정부모 생각해서
인간적으로 잘해드렸답니다.
그래서 서로 얼굴 붉힐일 별로 없었죠.
오히려 딸이랑은 가끔 싸우시대요.
별것도 아닌 일들로...
그래서 저를 참 좋아하시고 편해하셔요.
그런데요 어제 그말 들으니 넘 얄밉고 억울하고 그런거 있죠.
그래서 남편한테 쏘아주었지요.
'왜 우리한테 와서 사신대? 딸네들한테 그렇게 충성하셨으면
딸네들 끼고 살다 가셔야지... 내가 말을 안해서 그렇지
할말이 없는줄 알아? 우쒸~ 씩씩~~!!!'
그랬더니 남편이 그러네요.
대신 내가 다 알아주고 고마워하잖아.
당신 어떻게 살았는지 내가 다 알지. 그거 모름 나쁜놈이지.
진짜 고마워. 노인네 울적해서 한마디 한걸 하지고 뭘 그래... 하구요.
그래서 속으로 '그래 넌 뭔 죄겠니...' 싶어서 그만 두었답니다.
몇년이 될지 언젠가는 힘없어진 노인네를 거둬야할 저, 맏며느리...
당장의 일도 아닌데 속이 상하네요.
긴 넋두리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털어놓고 나니 속이 다 후련하네요.
요즘 새댁들은 좋겠어요. 이런 사이트 있어서...
내 그 시절에도 이런거 있었음 스트레스 좀 덜받고 살았을텐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