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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 받았습니다


BY 보 2002-03-02

딸이 이제 9개월 다 되어가네요.
직장다니다가 내아이 내손으로 키우겠다고 주위 반대 물리치고 휴직하고 24시간 젖무리며 애기 옆에만 있었습니다.
그런에 올겨울 들자마자 6개월 신고식하듯 감기 시작해 중이염, 장염 반복을 여러차례 겨울내내 아프고 아직도 아픕니다.

집안에서만 지내다보니 우울증도 도지고..암튼 제 기분이 영 아니어서 최근들어서는 정말 짜증도 많이 냈던것 같습니다. 아이한테.
그렇다고 해서 이럴 수 있을까요?

얼마전부터 애기가 아빠 퇴근해서 들어오면 잘 놀다가도 울음섞인 목소리로 불쌍하게 칭얼거리며 아빠한테 매달리는 것이었슴다. 마치 낮에 저한테 구박이나 받은것처럼...
그렇게 아빠한테 안기면 엄마한테는 절대 안 오려고 하고...그때도 기분이 좀 그랬지만 배신감보다는 일찍 퇴근해 아이 잘 봐주는 신랑에 대한 흐뭇함이 더 컸읍니다. 그런데, 그런데...

어제밤이었어요. 아이가 잠을 못들이고 10시부터 시작해서 눕히면 앵, 눕히면 앵...새벽 3시경이 되자 정말 돌겠더라구요. 그런적이 없던터라 더 짜증이 났었지요. 결국 아이를 울리고 말았습니다. 바닥에 패대기치고 화장실로 들어가 버렸지요. 남편이 일어나 아기한테로 가고(감기 걸려서 각방쓰고 있어요), 좀 있다 저도 따라 들어갔지요.

그런데 아이가 우리 둘의 얼굴을 한번씩 보고는 슬금슬금 기어 지 아빠한테로 가는겁니다!!! 너무나 당황되어서 " 엄마한테와"하며 팔을 벌려도 고개를 돌리고 지아빠 목에만 죽어라 매달리는 모습이라니..
너무 충격적이었어요. 업어보려고 등을 대고 싫어하는 걸 억지로 업고 재우고 있으려니 정말 그 심정이란...

본능대로 움직였을 그 때에 제게 안 오고 지 아빠한테로 기어가는 모습...지 아빠가 자상한 아빠이긴해도 절대적으로 많은 시간을 나와 함께 보내고 젖도 물리는데...휴직까지 해가며 아이옆에 있었던 지난 시간이 그냥 물거품이 되더군요.

남편이 출근하며 "괜히 그걸로 고민하지 마라"라고 했지만, 마음 한구석이 무너져내리는듯, 세상 오로지 내것은 아이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거부당하니 넘 비참하네요.
오늘 아이를 보니 느낌이 예전같지가 않습니다.

아이를 어찌 대해야할지 이런 서먹서먹함 정말 싫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