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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내 팔짜야


BY 팔짜 2002-03-03

애들 다 재우고 부엌 뒷정리 하고, 음식물 쓰레기 버리고

거실 바닦 닦고 나니 밤 11시 10분 쯤 됐더군요.

전 음악방송의 순위프로를 틀었어요. 엠넷 가요베스트 27 ....

유리상자가 나왔더군요. " 사랑해도 되나요".

예전의 해바라기와 비슷한 분위기라 좋아하거든요.

재밌게 보고있는데 자러 들어 갔던 남편이 방에서 나오더라구요.

왜냐? 그 사람은 자다가도 담배를 주기적으로 피우러

왔다갔다 하거든요. 담배를 다 피우더니 " 야! 뭐 저딴걸 보냐"

하며 채널을 확 돌리는 거예요. 자기가 좋아하는 영화를 보네요.

늘 하는 짓거리니까 냅두고 티비가 있는 방에 들어 갔는데

아뿔싸 티비는 며칠전부터 공중파 채널인 13번 까지만 나와서

아무리 리모컨으로 채널자동 설정을 해도 나오는 건 6,7,9,11,13번뿐.

남편을 불렀지요. 니콜 키드만을 뚫어지게 보고 있던 남편은

매우 귀찮아 하며 그것도 못하냐, 낮엔 뭐 하고 밤에 자길

부려먹냐며, 하필 재밌는 영화 보고 있는데 어쩌구 저쩌구...

티비 나오는 대로 보지 왜 다른 채널을 보냐며...

시아버지 살아 생전에 라이터 불도 시엄니가 켜 줄 정도로

움직이지 않았는데 역시 가정 교육이 중요 하겠지요.

3.1절인 금요일 오늘 토요일 이틀 쉬는 날 ...

제겐 뼈가 휘어지도록 일만 한 날이었지요.

밤새 영화 보다가 아침 12시까지 자고 밥먹고 운동 한다고 기어나가

언제 티비를 손봐 달라고 합니까?

토요일에 가요베스트 보는게 유일한 낙인데...

리모컨도 못만지는 무식쟁이 여편네가 애들 보는 뮤직비디오는

왜 보냐고 ... 고함을 꽥 지르는 거에요!

참고 참았던 울분이 한꺼번에 터져서 그래 고물 티비 안본다.

컴이 안될때도 며칠간 뜸을 들이다가 고쳐주곤 무슨 대단한

독립 운동을 한 위인 처럼 큰 소릴 빵빵 쳐대고

다른 아빠들은 아들 목욕탕에도 데리고 가고 친구 처럼 지내던데.

같이 놀아주는 건 기대도 안한다.

안그래도 오늘 4학년 딸아이 수학 문제집 같이 푸느라 낑낑 맸는데

울 형부는 애들 공부도 봐주던데...

아이고 내 팔자야, 어쩌다 저런 사람하고 십 수년을 살았는지.

그렇다고 배용준 처럼 잘생겼나, 박찬호처럼 돈을 잘버나

박봉의 월급쟁이 주제에...

여러분 제발 저를 비난하지 마세요. 삶에 찌든 아줌마의 넋두리

읽어주신 분들 감사드리구요.

이런 무심하고 권위적인 남편 혼내주는 방법 뭐가 좋을런지.

뻑하면 고함을 질러 심장이 쪼그라들었다구요.

당장 내일 일요일...밥을 주지 말까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