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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초임 선생님이 쓰신 교단일지 퍼왔네요. 가슴이 뭉클..


BY 학부모 2002-03-06

얘들 교육에 관심이 많아서 선생님들이 자주 오시는 사이트에서 이런글을 발견했답니다. 우리집도 얘들 선생님이 아이들 지도하시느라 참 힘이 많이 드실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아컴분들도 한번씩 읽어보시면 좋을것 같아서요. 참고로 이 학교는 서울의 서민층이 사는 지역에 위치한 학교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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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 이튿날>>
오늘부터 꼭, 꼭, 반드시, 교단일기를 쓰겠다고 그렇게 다짐을 했건만.. 월요일이라 직원 조회 있고, 옆 반 선생님 낼 1학년 입학식 꾸민다고 도와드리러 갔다가 그냥 짐싸서 왔습니다. --; 그래서 잠깐이나마 게시판에 글 남기려구요..

오늘은.. 저번 토요일보다는 2% 만족했습니다. 나머지는 절망, 비참, 엉망 & 슬픔..

아침에 6시 반에 집을 나서서 8시 반에 학교에 도착 얘들 3,4명이 벌써 와서 또 난리를 치고 있더군요. 남자 여자애들끼리 서로 때리고 잡고 도망가고.. 아휴.. 그래도 칠판에 아침에 할 꺼리를 적어주니까 그나마 아침에는(9시 전까지는) 분위기가 좀 잡혔습니다. 만족스럽더군요, 우리 반도 이렇게 조용해 질 수 있다^^

그러나..
수업 시간표를 몰라 아무런 준비도 못 해 간 나는, 온 종일 '자기 소개'를 위한 활동만을 계속했습니다. 약간씩 지루해 하는 눈빛에 얼마나 민망하고 미안하던지--; 내일은 6시간 꼭꼭 채워서 수업 시간표 준비해 오라고 알려줬는데, 이렇게 하루가 다 가 버리고 언제 수업 준비를 할 수 있을지.. 정말 막막하네요. 더구나 애들이 체육을 하자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길래, 일단 체육 준비해 오라고 하긴 했는데, 학년 부장 선생님 말씀으로는 공이 하나도 남은 게 없다고 체육 할려면 당분간은 반에서 알아서 공을 준비하라시더군요. 어카죠? 애들은 글케 기대하고 있을텐데, 낼 실망을 시킬 수는 없고.. 여자애들은 달팽이 게임으로 어케 때우면 되는데, 남자 애들은.. --;

오늘 저희 반에서는 몇 가지 소동이 있었습니다. 한 팀, 둘이서 싸워서(쉬는 시간, 제가 없는 새에 시운이가 김대용이라는 애한테 김대중 씨 아들이라고 막 놀려서 대용(가명)이가 한 대 쳤어요.) 시운이 코에 피가 나오고 상처가 남았어요. 양호실에 데려가서 약을 발라주며, "엄마가 얼마나 속상해하시겠니.."했는데 애들 보내고 나서 환경 조사서 읽어보니까 아버지께서 "엄마가 없으니 많은 사랑 부탁드려요."이렇게 써 놓으신 거예요. 얼마나 마음이 아프던지.. 아버지께 연락이라도 드려야 했는데, 핑계지만 정신이 또 없어서 오늘 글 좀 쓰고 내일 드려야 할까봐요. 짠한 것.. 저희 반에는 5,6명이 한 쪽 부모님밖에 안계시더라구요..
그리고 또 한 팀은 남자애가 여자애를 막 괴롭혀서, 여자애가 분을 못 참고 제가 보는 앞에서 남자애를 죽어라고 쳤습니다. 그 쪼그만 애가 화를 내며 때리니까 때리는 걸 막는 데 정말 아프더군요--; 그러면서 제가 못 때리게 막으니까 분에 못 이겨 미치도록 소리를 지르는 거예요. "아~~~~~~~~~~~~!!!" 어찌 해야 할 바를 모르겠더군요.. 아유, 남자 이 자식들, 왜 그렇게 여자애들을 괴롭히는지.. 또 한 팀은 원주임이라는 여자애가 애들이 자꾸 자길 원주민이라고 놀린다고 시간마다 애들 패고 다녀요. 제가 그래서 "애들이 그렇게 놀리면 아예 반응을 하지 말아버려. 니가 반응을 보이니까 더 놀리는 거야."했더니, "아녜요, 걔들은 패 줘야 돼요."하면서 반발을..

그리고 전 식판을 처음 배급해 봐서, 정리하다가 애들 다 먹고 음식 묻은 식판을 한꺼번에 꽈다당, 소리가 나게 떨쳐버렸습니다. 어찌나 챙피하던지.. 그런데 그 와중에서도, 참 책임감 있고 선생님 말에 잘 따라주는 여자애가 끝까지 청소를 도와주더라구요. 역쒸.. 그리고 또 특이한 한 남자아이. 제가 자기 소개 글 쓰랄때도, 짝궁과 게임하랄 때도, 계속 책만 읽는 거에요. 자기 소개때 본인이 내성적이라고 썼더구만요. 그런데 말 한 번 못 할 것 같은 그 아이가, 점심 식사 후에 제게 와서 "선생님, 아까 식판이 왜 떨어졌는지 아세요?" "아니.. 모르겠는데?" " 이러저러해서, 이쪽이 높고 저쪽은 낮고, 이쪽은 무겁고 저쪽은 가볍고, 해서 떨어진 거예요." "아~ 그랬구나." "그럼 어떻게 하면 되냐면요. 이러저러하게 해서, 저걸 이리 두고 이건 나중에 하고.. 하면 되요." (도통 이해가 안 되나서) "그래? 그럼 내일 직접 시범을 보여주면서 다시 한 번 설명 좀 해줘." "네~"

역쒸.. 뭔가 다른 아이더군요.

책임이 막중해요, 저.
겉보기로는 별 잘난 것 없어 보이는 애들이 가진 나름의 장점을 찾아내서 길러줘야잖아요.

그리고 행동 빨리빨리 하는 것 좀 배워야겠어요. 도대체 뭐부터 해야 할지, 내내 갈팡질팡하다가 시간 다 보냈는데.. 이젠 정신 좀 차려야지..



<<세째날- 고뇌>>

오늘도 우리 반 아이들은 수업 시간에 죽어라고 떠들어대더군요. 이것들이 1학년인지, 5학년인지, 제 눈치는 전혀 안 보고 정말 분위기 파악 못 하고 계속 떠들어요. 내일은 한 번쯤, 온종일 공부 안 하고 '쉬는 시간 없이 떠드는 날'을 만들어볼까, 고민해 볼 정도로요. 그런데 아무래도 먹힐 것 같지가 않네요. 오히려 더 좋아하지 않을까--;

저희 98 발령 동기가 있어요. 저희 학교에 신규가 세 명이거든요. 77년생 오빠와, 76년생 언니. 언니는 6학년 담임을 맡았고, 오빠는 한 학기 지나고 군대에 가야 해서 체육 전담을 맡았어요. 오늘 교과실에 있다가 후관(저희 반 속한 건물)에 들어가려는데 그 오빠를 만났어요. 그래서 "저희 반 애들이 체육을 넘 하고 싶다고 해서, 오늘 6교시 체육하자고 했는데 어케 해야 할까요? 공은? 운동장 사용은? 분필 가루는? 등등.." 했더니, 그 오빠 왈. "처음이니까 운동장에서 체육 하지 말고 잡아야 해요." 하시더라구요. 마침 체육 하기 넘 걱정됐었는데, 기회다 싶었어요. 그리고 오빠가 그러시더군요. "가서 2반 애들한테 말해요. 목요일에 체육 시간에 니들 다 죽었다구. 체육 선생님한테 다 벌 받을 거라구." 그래서 제가 웃으며 말했어요. "중, 고생만 됐어도, 지금 오빠 말에 이성적으로 반박할 수 있을텐데요? 뭐야, 이유도 없이 왠 벌을 받냐구..^^"

그러다가 쉬는 시간에 우리 반 애들한테 체육 선생님 이야기를 전했더니, 까부는 한 아이가(토요일에 허락 안 받고 집에 가고, 아주 정신없는 애. 근데 또 말은 사람 웃기게 디게 잘 해서, 도무지 미워할 수가 없어요.) "어! 저, 아까 화장실에서 어떤 남자가 제 머리를 톡! 치는 거예요. 그러면서 몇 반이냐고 묻길래, 2반이라 그랬더니, 너 다음 체육 시간에 죽었어. 너희 반, 각오 하라 그래!라고 말하고 가셨어요." 애가 또 화장실에서 까불었던 모양이예요.
얘 말이 끝나자마자 우리 반 애들 다, 공포에 질린 얼굴로(특히 순진한 여자애들^^) "으아!!! 너 왜 그래!! 너때문이야!!"라며 그 아이를 원망하더군요.

그리고 점심 시간. 체육 선생님께서 지나가시길래, 일부러 인사를 했어요. 그랬더니 샘이 잠깐 우리 반에 들러서는, "2반 너희들, 딱 걸렸어! 니들 목요일에 죽~었어!"라고 하시며 가시는 거예요. (신규들 같이 학교 처음 인사 왔을때, 그 남샘은 정말 민들민들 약하게 생기셨었는데, 오늘 보니까 정말 무섭게 표정짓고 무게 잡으시더라구요? 얼마나 웃기던지.) 제가 뒷문으로 들어갔더니 애들 모두 자리에 앉은 채로 공포에 질려 있더군요. 그러면서 그렇게 체육 좋아한다고 소리지르던 애들이, "선생님, 제발 체육 하지 말아요. 우리끼리만 해요. 제발요~~" 하는 거예요. 이 귀여운 것들, 순진하긴^^

이렇게 재밌는 일도 있지만..
수업은 암 것도 못 하고..
오늘 시끄럽다고 눈 감는 벌을 열 번 넘게 줬습니다. 다른 반들은 수업 끝나고 다 가는데도 너무 속이 상해서 우리 반은 더 눈 감고 있으라고 했어요. 그런데도 시끌사끌, 정말 속상하더라구요.

그래서 지금 무척 갈등하고 있어요. 다른 선생님들 말씀처럼 1년 편하기 위해서 지금 무섭게 해야 하나, 아니면 내 바램처럼 친절하고 웃는 선생님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남을 것이냐.. 당근 후자쪽을 바라지만, 제 능력이 넘 부족하네요..
그래서 저, 학교 나오면서는 '내일부터는 아침에 와서부터 교실에서는 아무 말도 못 하게 해 놔야겠다.'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지하철에서 애들이 월요일에 적어 낸 "새 학기 다짐과 선생님께 바라는 말."을 읽어보니까, 하나같이 "때리지 말아 주세요.", "무섭게 하지 말아주세요."라고 적어놓은 거예요. 약속한 듯이 때리지 말아 달라고 적어놓았길래, 얘들이 맞고만 살았나.. 안쓰럽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더라구요. 얼마나 맞을 짓을 했으면 선생님들이 그러셨겠어요.. 에고에고..

될 수 있음, 내일 애들한테 잘 해 줘야지..
다행히 내일은 4교시만 하는 즐거운 수요일이랍니다!! 너무너무 기뻐요. 수업 준비는 지금부터 시작해야지.. --; 벌써 밤11시네요..
넘 피곤한데.. 자고 싶은데.. 엉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