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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아이


BY 엄마마음 2002-03-09

초등 6학년이 된 아이가 요즘 영어와 수학 학원을 다니고 있다.
여태 학원과는 별 관계없이 지내다가 주변을 둘러보니 우리 아이만 놀고 있지 않은가?
물론 학원을 다니는 아이들이 다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잘하는 아이들을 보니 학원에서 열심히 하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다.
학교 선생님께서도 학원 안다니는데도 이 정도면 보내면 더 낫겠다 하셔서 결심을 하고 조금 세게 시킨다는 영어학원과 수학학원에 보내게 되었다.
그런대로 실력이 좋은 편이었던 내 아이는 수학학원에서도 제일 top반에 들어갈 수 있었고, 영어학원에서도 잘 하는 아이들에게만 들을수 있는 듣기 클래스에 넣을 자격이 되었다는 안내장을 받기에 이르렀다.
요즘 학원들의 장삿속이란, 그 안내장의 문장을 보니, 내가 보기엔 별로인것 같은 내 아이가 그 학원의 꽃에 비유되어있었고, 소수정예임이 유독강조 되어있고, 정말 선택받은 아이이니 꼭 정규클래스에 연결시켜 등록하라고 안내되어있었다. 시간을 보니 정규클래스 두시간 수업에 이어져있어서, 하루에 연속 네시간 수업이 되는 것이었다. 그것도 5시부터 9시까지가 되니 밥때도 놓치게 생겼다.
같이 보내는 엄마는 햄버거라도 싸서 보낸다고, 시대가 원하니 시켜야한다고, 또 다른 엄마는 자기 애는 보내고 싶어도 그 수준이 못되서 학원에서 연락이 없다고 오히려 부러운듯 말하고, 나도 얼떨결에 보내보기로 결정했다.
수학학원에서 나눠준 여러장의 프린트로 숙제를 하던 아이가 제 아빠에게 일요일에 산에 같이 가자고 했다. 조금 크면서부터 같이 다니던 등산에 빠지곤하던 아이가 그렇게 말하니 아빠는 반가워서 어쩐일이냐고 물었고, 아이가 하는 말에 나는 한방 먹고 말았다.
산꼭대기에 올라가서 고래고래 소리지르고 싶다고 하는것이었다.
가슴이 철렁했다. 착하고 여리기만 한 아이가 답답하고 힘든 표현을 그렇게 하는 모양이었다.
안다니던 학원을 갑자기 뺑뺑이 돌다보니,
아이는 엄마가 보내서 가긴 했지만 벅찼던 모양이다.
낮엔 한 엄마가 전화로 이런 얘기를 해주었다.
강남 D동의 유명한 영어학원에 오랫동안 기다렸다가, 테스트 받을 차례가 되서 갔다가 합격하자(그래야 다닐수 있다고한다.) 엄마랑 아이랑 끌어안고 그 자리에서 울었단다.
정말 마음이 답답하다. 요즘 나는 자격증 공부를 하러 매일 학원에 다닌다. 내가 다녀보니 아이들 마음을 알겠다.
학교에서 체벌이 있으면 뒤집어질 엄마들도 학원에다가는 때려서라도 가르쳐달라고 한다니, 정말 왜 이렇게 ?榮쩝?.....

내일 온 가족이 산행을 하기로 결정했다.
아이말대로 꼭대기에서 소리도 지르고 컵라면도 한개씩 사먹으면서, 밀린 이야기, 마음속 깊은 이야기 나누면서 봄을 맞아야겠다. 동생에게 의젓한체 하느라, 부모앞에서 당당해보이느라 애쓰는 이제 열세살인 내 아이......
그래, 아직도 먼 길, 이제 시작인 이 길, 영어가 아무리 중요해도 끼니까지 지나치며 학원으로 너를 보내지는 않으련다,

나는 아직도 마음 약한 엄마인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