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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 앞둔 신랑이 불쌍해...


BY 만삭녀 2002-03-11

저는 결혼한지 1년 6개월된 주부입니다.
올 6월에 애기도 낳을 예정이고요.
결혼해서 정말 재밌게 잘 살고 있는데 엄청난 현실이 다가옵니다.
신랑은 우리나라에서 꼽히는 모 대기업 대리로 우리 나이에 비해
연봉도 괜찮은 편으로 별 걱정없이 살았습니다.

지금은 지방에 있지만 본사로 갈 기회가 참 많았습니다.
결혼 얼마전에 본사에 지원을 해 면접까지 갔는데 우리 신랑의 기회는 그 친구에게로 갔습니다.
별 생각없이 같이 내 보자고 했는데 그렇게 되었지요.
출신 학교로 보나 전공분야로 보다 우리 신랑이 월등했는데 그때
그 친구는 결혼한 장남이고 연고지가 수도권 뭐 이런것이 인사과에 반영되었는지 하여튼 그렇게 되었지요.
본사에서 제 신랑도 뽑을려고 했는데 같은 부서에서 2명은 뺄수가 없다고 하여...
그 후로도 본사 실무자에게 계속 연락이 오고 그렇게 오래 끌었던 것이 얼마전에 본사 부사장까지 결재가 나서 본사발령 조취를 취했는데
대기업 계열에 왜 그리 사장이 많은지 지금 다니는 회사와 본사 사장이 두달전에 한 사람에서 두사람으로 바뀌는 바람에 이곳에서 놔 주질 않습니다.
근데 문제는 여기서 본사로 갈려고 했다고 미운털이 박혀 더이상
오래 다닐수가 없는 겁니다.
자기 부하가 이동하는 것이 직속상관의 고과에 영향을 미친다 하여
하루하루 피를 말리는 팀장.
나날이 술로 세월을 보내는 신랑.
우리 아가의 탄생을 기다리며 정말 행복하게 살았는데 이제는 뭘 먹고
살아야 하는 막막함.
텔레비젼에서 실업자 예기를 많이 들었지만 나와는 무관하다고만
생각했는데...

전에는 그 친구가 우리 대신 갔다 하더라도 별 생각이 없었는데
지금은 제 신랑 뼈져리게 후회 합니다. 약게 살지 못하는 착한 신랑.
경쟁자를 하나 더 붙여 놓고 얼마나 가슴이 찢어질까.
그 친구도 그게 미안하여 요번 본사결정건에 대해 가끔 전화 옵니다.

전에 전 그랬어요. 대출 많이 해서 수도권에 코딱지만한 집 얻어 사느니 여기서 편하게 살자고 위로했죠. 근데 다니던 직장에서 나와야하니
이제는 아무 생각 없읍니다.
이 글을 읽는 분 중 이런 제 심정 이해하시는 분들 계시겠죠.
지금사는집 전세도 올해 9월이면 만기인데 나오면 어디로 가야할지.
전세는 하늘의 별따리라는데...
배는 나날이 불러오고 식욕도 많이 왕성해지는데 돈 걱정되어 먹고싶은것 사고 싶은것도 손이 떨려 망설여집니다.

그래도 아직 짤린건 아니니까 힘을 내야겠죠. 어떤 결과가 나오면
그때 다시 올릴게요. 제 코가 석자지만 실업자 여러분들 힘내세요.
아 그리고 그 친구 부인이랑 제가 친구예요. 제 신랑이랑 본사로 간 친구는 기숙사 3년 룸메이트 였구요. 그래서 소개받아 결혼한건데
일이 이렇게 되니 저랑 그 부인 친구면서 연락도 뜸해지네요.
모든것이 잘 되리라 믿고 싶으면서 이 글 마칩니다.
재미없는 글 읽어 주시느라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