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명세표를 받아드니 한숨부터 나옵니다.
8년 경력이 우스울 정도로 작은 금액에 이것 떼고, 저것 떼고 나면 남는 것이 하나도 없을 정도죠. 남편 월급은 아마 카드값으로 2/3가 나갈거고, 이번 달에도 마이너스를 메우기는 틀린 것 같습니다.
아니, 더 커지지나 않으려나 모르겠네요.
사는 것이 왜 늘 이렇게 다람쥐 쳇바퀴 돌듯 힘만 들고 제자리인지 모르겠어요.
요행을 바라지도 않고, 요령을 피우지도 않고 산 것 같은데, 늘 내 손에 쥐어지는 것보다는 빠져나가는 것이 더 많은 것 같고,
서른 중반을 바라보는 지금, 거울 속에는 펑퍼짐하고 부시시한 아줌마 한명이 보일 뿐입니다.
나를 위한 투자라고는 가끔 동네 책방에서 빌려다 보는 책대여비 정도일까요? 늘 내 자신을 소모만 할 뿐 재충전을 못시켜 주는 것 같아서 웬지 서글픕니다.
제 표정을 보면 활기차 보이기는 커녕 무표정하고 심드렁한 표정인 것이, 밖에는 화사한 봄꽃들이 막 피기 시작하는데, 이게 뭔가 싶고 그러네요.
막 움튼 개나리를 보면서 전 꿈을 꿉니다.
모델만큼은 아니더라도 어떤 옷이든지 편하게 입을 수 있는 날씬해진 몸매의 제 모습을.
아침엔 어학 공부를, 저녁에 헬스를 할 수 있는 시간적, 경제적, 심적 여유를 가진 제 모습을.
주말엔 가볍게 여행도 가고, 가끔은 남편이 아닌 친구와 무드 있는 곳에서 와인 한잔 할 수 있는 그런 제 모습을.
마이너스가 잔뜩이 아닌 플러스된 통장으로 마음 가볍게 산뜻한 봄 옷 한벌 사 입을 수 있는 제 모습을.
하지만, 오늘도 전 무거운 마음으로 퇴근을 해서 시댁에 가 이번달치 생활비를 드리고,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간 후, 청소를 하고, 빨래를 돌리고, 그리고 아이와 씨름을 하다 잠이 들겁니다.
정말 우울하네요. 봄이라서 그럴까요? 새삼, 정말 화사하게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