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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결혼하면 이렇군요


BY 엉엉 2002-03-22

오늘 좀 펑펑 울었습니다
보수적이고 성질 급한 남편때문에요
전 10개월되어가는 아기 엄마예요
임신5개월에 직장을 그만두고 들어앉았죠
연애결혼했는데..친구였던 남편이 빚도 있고
타지 생활에 힘들어하고 그래서
두려워하던 결혼을 하기로 용기를 냈죠
그때 서른 한살이었어요
대전 시집에서 빚도 갚아주고
작년 말에는 좀더 보태주시기도 하고 빌려주시기도 해서
19평 아파트로 이사를 했습니다..고맙죠
물론 아들 손자 생각해서 그러는 거지만 고맙죠

고맙고 좋게 생각하면 정말 감사한 일이지만
배부른 투정일까요?
남편이 점점 더 보수적이고 무서워집니다

우리둘다 한 성격씩 하는 사람들이거든요
서로 다 알고 결혼했다고 해도
살아보니 결혼은 정말 힘든 일들이 많아요

다정다감하고 애정표현도 많았던 사람이
일이 힘들어서 그렇고
내 가정이라 편해서 그렇다지만
너무 고리타분하게 구는 거예요

임신했을때부터 직장에서 스키를 타러 다녔었는데
지난 겨울에도 어린 아이랑 저를 두고 주말에 집을 비웁니다
물론 출장도 있었구요
울 아기는 젖먹여 길러서 어디다 맡길수도없는데
나는 늘 아기랑 집에 있거나 남편이랑 같이가지 않으면
다니기도 불편한데 자긴 내심 너무 즐거워하는게
너무너무 샘나요

너무 속상해하니까 휴가를 받아서 설연휴 후에
가까운데로 여행을 가자더니
시어머니를 모시고 가서 저는 하나도 편치않았어요
그래도 싫은 소리안했습니다
말이라도 미안해했으니까요

봄이오니까 또 다른 문제들이 터지는 군요
시댁 제사와 생일챙기기요
첨엔 직장다닌다고 그런 소리 안하더니
이젠 집에 있으니까
제사때 식구들 생일에 제사를 챙겨 전화를 하래요
사실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시어른 제사 그리 중요하다고 생각안해요
내가 전화하겠다고 한건
시집온 죄로 그많은 대소사 챙기는 동서들한테 미안해서죠
남편은 나중에 무슨 참견을 하고 무슨 잘 난척을 하려는 건지
"타지 산다고 일있어도 전화한통 안했으면서"운운하는 소리가
듣기 싫다는 겁니다
저하고는 기본 입장이 들린거죠
딸만 있는 우리부모가 제사받길 바란다면 해드리겠지만
사실 전 죽은 사람이 제사모신다고 행복해 할거라고 절대
생각안합니다
일년에 한두번 내 부모 살아생전을 기억하는 행사지
무슨 제사 안모시면 불상놈이고 나쁜 짓이라고 생각하는
시어머니와 남편생각과는 달라요

동서들한테 전화하는 것도 그렇죠
시집온지 2년이 넘었어도 일년에 너댓번 보고
그나마 사촌동서들은 더 가끔인데
우리는 큰 집 큰 동서한테 전화해야 하거든요
동서들 생각하면 전화도 못하는 불성실이 정말 미안하지만
전화해서 매번 "형님 못가서 죄송해요,고생하시네요"
하는 것도 참 민망하더군요
다른 화제거리가 특별히 있는 것도 아니구요

얼마전에는 시아주버님 생일이었어요
달력에 표시한다고 표시했는데
그 전 제사에는 깜박 잊어버리고 못하고
아주버님 생신은 음력으로 듣고 양력표시를 해서 몰랐는데
어머니가 남편한테 전화를 해서
"넌 니 형 생일에 전화도 못하냐?"하셔서
남편한테 혼이 났습니다
내가 챙겨 전화를 하던가 그게 어려우면 자기한테 날짜라도
알려주지 그러냐구요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런 일로 매번 얼굴붉히며 쥐잡듯 화를 내는 남편을 보면
내가 무슨 죽을 죄를 지어서 이런 꼴을 당하나 싶어
반발심만 생깁니다
살림도 못하고 기억력도 나쁘고 상냥하지도 않은 여자란걸
뻔히 알고 결혼해놓고도
내가 성당다니니까 자기 아버지 제사상에 절만 할 수 있으면 된다고 까지 하더니
점점 나는 없고 공경하고 챙겨야할 시집 살이만 많아집니다

냉장고에 무슨 뚜껑을 잘못닫아 냄새가 난다
미나리가 썩어난다는 둥
먹지도 않으면서 있는 반찬은 왜 안꺼내주냐고 잔소리..
부쩍 잔소리가 심해지고 타박만 받습니다
내가 살림 잘 못하는 여자라서 인정하고 고쳐야지 생각하지만
점점 더 목이 조이는 것 같아서 화가 납니다
아기랑 셋이 살면서 거의 매번 혼자 저녁을 먹고
무슨 살림솜씨가 팍팍 늘겠으며
남편 먹으라고 하는 반찬은 내 입맛과 틀린데
남으면 알뜰히 먹고 치우고 하겠습니까

내가 부족하니까 참자했다가
살림에 재주 없으니까 다시 돈 벌자 생각했다가..
맘은 복잡하지만
퇴근이 이르지 않은 남편인데 남한테 애 맏기고
내 일이 늦어지면 속타서 어케 일하나 싶습니다
그렇다고 밥하고 살림하는 일이 내 주관이 아니게 되는 것도 아니고..

요며칠
시아주버님 생일건과 아이 병원 데리고 가는 일.
세탁소에 맡겼던 바지가 잘못된 일이며
냉장고가 어쩌구,달라고 하지 다 먹고 나서
있는 반찬도 안준다는 둥 계속 연이어 화난 소리를 듣는 통에
기분 엉망 ..며칠 서먹하고 뚱하게 지냈어요

내가 불편해서 문자메시지를 보냈더니
푼다고 지도 전화한게..오히려 확인사살하듯
니가 잘못했다였습니다

그래 다 내 잘못이라고 해도
화내면서 아내를 몰아부치면 누가 고분고분하게
말 잘듣습니까?
시댁에 고마운 맘 좋은 맘도 없어지고
옛날 여자친구 얘기하는 푼수같은 시어머니 모습만 떠오르고
지금이 무슨 조선시대라고 제사 모시기가 그리 중요한가 싶고
내가 일안하고 살림만 하니까
남편한테 얹혀살아 이런 수모를 당한다 싶기도 하고
집안대소사 못챙기면 차라리 나한테 말을 하지
남편한테 전화하는 시어머니가 싫은 생각도 듭니다
남편한테 혼나고 시어머니한테 전화할려면 참 민망하고
속 좋은 척하는 것도 미칠 노릇입니다

칭찬이 사람을 키운다는데
점점 싫은 소리만 듣고 살려니
내가 무슨 식충이나 못난이 기생충 같은 생각이 듭니다
이런 내 맘을 남편은 이해 못합니다
그게 더 답답합니다

보수적인 경향이 있다손쳐도
이럴 줄 몰랐는데 내가 만만해진 모양입니다
나는 이제 임씨집안 딸은 아니고
송씨 집안 며느리일 뿐입니다
돈벌어오는 남편 알뜰한 뒷치닥거리나 하는 집사람일뿐입니다

가끔은 아이를 기르며 살림하면서
내 인생에 큰 교훈을 얻는다 생각할때도 있지만
점점 자신감도 없어지고
남편한테 만만하기만한 존재가 된다는 것이 참을 수가 없어요

내가 살림못하고 못난 주부라서 그런건가요?
남편이란 존재의 위상은 시대가 변해도 바뀔 수 없는 거라 그런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