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결혼하면 천안서 다녀야 한다고 했던 사람 기억나세요?
또 접니다.
사실 저희 헤어지고 다시 만나길 몇 번. 깨진 그릇 본드로 붙여놨다 생각들지만 그 정이란 놈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군요.
저희 둘은 차이가 너무 많아요.
전 서울에 있는 4년제 대학 나왔고, 신랑될 사람은 지방 2년제 나왔습니다. 제 전공은 인문. 신랑될 사람은 공업쪽. 지금 있는 직장의 성격도 너무나 다르죠. 제가 가만히 앉아 머리 굴리는 직업이라면, 남친은 몸으로 뛰어야 하는 직업입니다. 까맣게 때 탄 작업복과 여기 저기 묻은 때자국이 제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아주 막노동은 아니지만 땀흘려가면서 해야하는 산업 현장에 있다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몸하나 아프면 정말 아무 일도 못하겠죠...나중에. 전 제 직업에 있으면서 나이=경력=월급 이라는 안정적인 자리에 있습니다. 월급이 많지는 않지만 나이들거나 결혼생활하면서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그런 직업입니다.
성격차는요. 말도 못합니다.
한 가지 예로, 저 돈도 안되는 낭만 무지 좋아합니다. 혼자 여행도 잘 다녔고, 대학때는 여러가지 문화 동아리에서 서클 활동도 하고, 암튼 돈 안되는 짓이라도 제가 재미있으면 푹 빠져서 하는 그런 면이 있지요. 제 남친. 돈 없으면 아무리 자기가 하고 싶고, 사고 싶은 것 있어도 무한대 참습니다. 참을 때까지 참습니다. 청바지 떨어질 때까지 입고, 화장품 시엄니가 주신 여자 화장품 비슷한거 그냥 바르구 옷 절대 안삽니다. 제가 2000만원짜리 니트 사주면 너무 좋아합니다. 오직 들어가는 용돈은 기름값과 담배값, 그리고 데이트 비용 정도입니다. 그런 면에 있어서는 칭찬해줄 만하지만 좀 답답하고 쪼잔해 보일때도 있죠. 짜증도 나구요.
지역차. 저 서울 토박이입니다. 남친 충청도 토박이입니다.
충정도 분들 화내지 마세요. 좀 보수적입니다. 서울과 충청도 차이가 있더군요. 그냥 세월에 순종적으로...별 도전없이 사는 분위기더군요.
직장 때문에 투덜거릴거라면 아예 관두고 시엄니 계신 바로 위층(이번에 얻어놓으신 아파트)에 눌러 앉으랍니다. 좀 타협이나 융통성 없고 이기적입니다. 천안서 서울까지 다니면 교통비만 40만원 들겝니다. 그럼 이것 저것 제하고, 저희는 시엄니 생활비도 한달에 40만원씩 드려야 합니다. 효자 남친인 제 남친은 자기 보너스 타는 달은 20만원 정도 더 드리자고 합니다. 제가 부모님이 모두 안계세요. 얼마전에 사고로...
좀 억울합니다. 죽겠다 돈벌어 효도 한 번 못받고 돌아가신 우리 부모님 생각에 마음이 아픕니다. 물론 시엄니도 제가 사랑하는 남친의 엄니이니 마찬가지라는 생각하려지만 이게 무슨 짓인가 싶습니다. 전 서울까지 출퇴근하고, 바로 시엄니랑 같은 아파트 위층에 사니 주말에 제대로 잠이나 자겠습니까?
그리고..제가 좀 생활비 드리는 거 줄이자고 했더니, 그럼 30만원 순수한 용동으로 드리고, 나머지 관리비, 가스비, 수도세..등의 세금은 모두 우리 통장에서 빠지게 하잡니다.
사람 점점 치사하게 만듭니다...아. 울 시엄니만 계십니다. 시아버님 일찍 돌아가셔서 혼잣손에 키우셨습니다.
집안차.
우리집, 제가 반항 많이해도 엄니랑 아부지 저, 좀 민주적이었습니다. 할 말있음 다 하고, 솔직하게 친구처럼 그렇게 지냈습니다. 울 남친집. 울남친 엄니 말에 반항 한 번 해본 적 없답니다. 지금도 매우 효자입니다. 저번에 말씀 드린 것처럼 혼수로 하는 냉장고를 시집에 드리자고 제안해서..제가 열받았었?.
그건 ....새발에 피겠죠.
인생 선배님들께 여쭤보고 싶은 것.
글쎄요. 선택은 제가 하는 거겠죠. 사실 저 결혼하고 싶지 않거든요. 지금 당장. 왜냐면 결혼하고나서 별로 나아지기보다는 서울서 천안까지 출퇴근에 시다리기 + 돈은 돈대로 교통비로 나가고, 또 시집살이 하겠죠. 너희 시엄니가 이번 겨울에 입으라고 떠 준 스웨터 3개에 혼자 자취한다고 곰탕 봉지 봉지 얼려서 담아주시거. 반찬 해주시거..그렇지만 시집살이는 시집살이잖아요. 또 아직은 제가 좀 되지도 않는 꿈을 많이 꿉니다. 대학원도 가고 싶고, 또 연수도 함 갔다오고 싶고..제가 하는 일이랑 관련이 많아서요...하지만 결혼과 동시에 별로 넉넉하지 않은 시집과 또 남친의 수입이 적은 편이니 물거품이겠지요.
하지만 혼자 있는 외로움(아부지랑 따로 삽니다)에 자꾸 헤어지자니 겁이 나구요...걱정입니다.
누구가 꺼려하는 홀시엄니 외아들. (무녀독남).
무엇보다 이렇게 차이가 많지만 결혼하신 분덜 어떻게 사시는 지 넘 궁금하고 제가 과연 결혼생활 잘 할 수 있을런지 고민이거든요...
정말 머리가 아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