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는 컵이 없다.
아니 있지만 꼭꼭 숨어있다.
우리 남편이 우리 집엔 컵이 하나도 없는 줄로 알고 있다.
추위를 잘 타는 내가 둥글래 차를 마시면서 가끔 컵을 안 치우는 나에게 남편이 몇 번의 경고를 했지만 그게 잘 이행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차를 마시다가 전화 받고 나가야 할 때도 있고 또 뜨거워서 식으면 마시려다가 출근 시간에 ?겨 나가야 할 때도 있다.
그리고 컴을 하면서 마시던 차를 자리를 이동하면서 잠시 잊을 때도 있고 화장을 하면서 마시던 찻잔을 그대로 두고 나올 때도 있었다
그런데 그게 새벽 2시에 다들 잠든 시간에 망치를 가져다가 두드려 깨야할 정도로 화가 나는 일일까?
마누라가 마시던 찻잔이 그 자리에 있다는 이유로 남들의 잠을 깨는 것에는 안중에도 없이 망치를 들이대야 하는 것이냐는 것이다.
그 날 난 남편을 만류해야했다.
우리의 불화로 남들에게 고통을 주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집에 있는 컵이라면 다 내 놓으라는 남편의 말이 떨어지자 딸에게 컵이 든 상자를 다 버리라며 안겨 주었다.
밖으로 몇 번을 오가던 딸이 잠들고 씩씩대던 남편도 잠이 들자 가만히 밖으로 나가 그 컵을 집안으로 가지고 들어와 남편이 모르는 곳에 꼭꼭 숨겨 두었다.
손님이라도 온다면 그 때 내 놓아야 하니까...
우리 집엔 손님다운 손님도 안 오지만...
그런 남편에겐 손님다운 손님이 거의 없다.
남편은 지금 정신과의 약을 먹고 있다.
간질환자는 성격이 이렇게 과격한지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다.
좋다가도 갑자기 돌변해버리는 상황에 정말 몸서리가 쳐진다.
자기의 케이스에 모든 것을 맞춰야만 직성이 풀리는 성격에 정말 날마다 이혼을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