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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삼촌... 편히 잠드세요...


BY 세헤라자데 2002-05-01


사람 일이란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기에 더더욱 슬픈 것 같다...



오늘 노동절이라... 늘 업무에 찌들어 사는 남편은 아침일찍 낚시를 갔다 왔다. 나는 며칠째 이 봄에 어울리지 않는 감기 몸살로 닷새째 문밖출입도 못하고 집에 누워있는 참이다.



남편은 낚시 갔다 와서 샤워를 하며 소리친다.

"날도 더운데, 뭣 좀 시원한거 시켜먹자!!"

"뭐 먹어?"

"쟁반국수 시켜!!"

"알았다!!"


그리고 둘이 앉아서 티비를 보며... 노동절인데 노동자를 위한 프로그램은 않하고 축구얘기만 나오니 어쩌니.. 쓰잘데 없는 얘기를 하며 앉아 있었다.



"아니, 왜 배달 안와?"

"노는 날이니 우리말고도 시켜먹는 사람 많으니 그렇지! 그것도 몰라?"



그러고 있는데 친정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넌 어떻게 엄마한테 전화 한통이 없니?" 하신다.



감기 걸리고 며칠간은 전화를 드리지 않았다. 딱히 효도하는 것도 없는데 감기몸살로 꼼짝 못한단 얘기를 하기가 그래서.. 가래끓고 다 쉰 목소리로 전화하기 미안해 며칠째 전화를 안했다.



근데... 엄마가 이상하다.. "미안해." 하니 "감기 걸렸구나?" 하시더니.. 말씀이 없으시다.



"엄마, 왜 그래? 무슨일 있어?"

"흑.. 어떡하니,... 니 막내 외삼촌 죽었다... "

"무슨 일이야? 왜? 정말이야?" 두서없이 물었다...



막내 외삼촌은 건강하시고... 젊은.. 시골에서 농사지으며 잘 사는 분인데 그분이 왜 뜬금없이 돌아가셨다는 건가... 자꾸 정말이냐는 물음이 나왔다.



"흑.. 교통사고로... 어젯밤에 병원에 왔는데.. 오늘 낮에...어떡하니... 어떡해... 걔 서른 아홉밖에 안되는데.. 즈이 처는 서른 일곱밖에 안되고.... 애들은 넷인데... 어떡하니 어떡해... "



엄마는 계속 흐느끼시는데... 나는 뭐라 할 말이 없다... 믿어지지가 않는다...



"큰 애는 그래도 열세살이라... 지 아버지 죽은 줄을 알고 울고 하는데... 나머지 어린 것들 셋은.. 지금 무슨 일이 난지도 모르고 울지도 않으니.. 그 꼴이 더 딱해... 여기에 서라, 절은 이렇게 해라.. 하고 알려주려는데.. 어린 것들이 너무 불쌍해서..."


서른 아홉 젊은 나이에 가신 외삼촌도 불쌍하고... 졸지에 아이 넷 딸린 과부가 된 숙모도 불쌍하고... 아버지 없는 아이가 된 외사촌들도 불쌍하고... 제 아버지가 돌아간 줄도 모르고... 죽음이 뭔지도 모르고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어린 아이들이 불쌍하고...



사실... 돌아가신 외삼촌과는 거의 10년 가까이 교류가 없었다.. 외삼촌의 아이가 넷이나 된다는 것도 작년에야 알게 되었다.. 작년 말에 돌아가신 외할아버지와 오해가 있어서...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의절 상태로 있었다... 그러다 돌아가시기 전에 화해를 하고... 장례를 함께 모시고.. 그리고 이젠 잘해보자, 앞으론 사이좋게 지내자 라고 다짐을 한지가 겨우 5개월 인데... 어쩌면 이럴수 있나 싶다...



참... 그런데 사람이란게 참 묘하다... 지난달 식목일에 할아버지 산소에 성묘갔을때... 외삼촌이 그러더란다..



"어... 저 아부지 옆엣 자리 편하기도 하것다. 저기 자리 하나 잡아놓으까." 하더란다.



그러더니 다음날로 땅이며 논이며 재산의 모든 명의를 숙모앞으로 해놓더란다. 참 이상하기도 하지... 한 달 전의 일이라 형제자매들 기억에 생생한데... 그 일이 생각나면서 엄마는 더더욱 슬프신가 보다. 걔가 뭘 알고 그런 거였나... 하면서...



근데... 사람이란게 참 우습다... 젊은 나이에 때이르게.. 예기치 않게 가신 외삼촌이 안됐으면 서도... 어제부터 오늘까지 물 한모금 입에 못대고 울고 계신 엄마가... 더 신경이 쓰이고.. 몸이라도 상하시면 어떡하나 걱정이 된다...



"엄마.. 삼촌은 가셨지만... 그래도.. 식사하세요... " 하니 엄마는..

"동생을 앞서 보내놓고 내가 뭐가 넘어가.. "하며 또 우신다...



삼촌의 아이가 넷이란 말에... 삼촌은 자식욕심이 많구나 내지는.. 다복한 가정이네.. 했는데... 삼촌이 돌아가시고 나니 그 아이들 이젠 어떻게 키우나 싶고.. 서른 일곱밖에 안된 젊은 숙모 앞으로 어찌하나 걱정이 된다... 하나나 둘이었으면 숙모도 힘들지 않을 것을 이란 생각이 드는 것은.. 잘못일까...



자기의 받은 수명 다했는지.. 또는 다 하지 못하였는지... 자식과 아내두고 발걸음 떨어지지 않을 망자를 눕혀두고... 우리네 산자들은 자신의 일과.. 산 사람들의 일을 걱정한다...



날은 이렇게 좋은데... 왠지 더 서럽다... 산다는게 다 무어냐 싶고... 사람의 마지막날이 언제인지 모르니 죽을때 미련 안남게.. 선하게.. 남의 마음에 상처주지 않게... 자기 할일 열심히 하며... 최선을다해 살아야 겟다는 생각이.. 든다...



슬프다... 나이를 먹을 수록 주변에서 한사람 한사람 죽는 사람이 생기고... 외삼촌... 편히 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