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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일기] 부 페


BY 김윤미 2002-05-12

2002년 5월 11일

부 페

우리 곁에 부페라는 문화가 들어온 것도 10여년이 되었을텐데...
아직도 부페를 한번도 못 가본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과 특정적인 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중에 알게된 사실이었지만
부페를 한번도 못갔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설마하는 생각으로 꼬치꼬치 물으니....
그들은 정말 부페를 한번도 가보지 못한 것이 사실이었다.
부끄러웠다.
모든 생각을 내 잣대에 맞춰서만 상상했던 것이 낮뜨거웠다.

그들이 생각하는 부페는 그 어떤 이상향과도 같은 것이었다.
부페에서 나오는 음식들은 모두 맛있을거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부페의 분위기는 어떤 궁중의식이 치뤄지거나
높은 사람들의 연회장 같은 모습일 것이라고 어림하고 있었다.

이들은 마치 문명의 혜택이 전혀없는 오지에서 생활하는
아프리카의 후진국 사람들인 것 같았다.

같은 세대에 살면서......
어쩌면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내가 이들의 이러한 이야기를 들은 후 이들 모두를 부페에
꼭 데려가겠다고 약속한 적이 있었다.
무심한 나는 이후 여러가지 이유로 이 사실을 잊고있었다.

지난달 아이의 돌잔치를 부페에서 하기로 우리 부부는 결정을 했고
부페를 예약하면서 인원을 정할 때 예상인원에 이들을 포함시켰다.
예약을 마치고 이들을 찾아가서 5월 11일 돌잔치를 부페에서 하는데
모두 초대하겠다고 정식으로 이야기했다.

그들의 기뻐하는 모습과 때 묻지 않은 환한 미소를 마음 속에
하나 가득 담고 그들의 집을 나설 때.....
파란 하늘의 하얀 구름이 유난히 맑고 또 맑게만 보였었다.
그들보다 내가 더 기분이 좋은 것 같았다.

그리고 어제.....
아이의 돌이었다.
장소는 서울 송파구에 있는 코아코부페였다.
11층에 위치한 이곳은 창 밖으로 석촌호수가 보이고
롯데호텔과 매직아일런드가 보이는 비교적 전망이 좋은 곳이었다.

아침에 퇴근하는 나는 서둘러서 경기도 광주시의 집으로 향했고
우리 가족을 태우고 부페에 도착하여 문 앞에 내려주고는
부지런히 그들이 살고있는 남한산성 밑의 작은 연립주택을 찾았다.

집안은 온통 아수라장이었다.
이른바 하자보수 공사였다.
화장실은 막혀있고....세면기의 물은 항상 내려가지 않아 고여있고..
방의 벽은 습기가 차다못해 물이 흐르고 있는 이상한 집이었기에
그 집의 문을 열면 항상 썩는 곰팡내와 함께 그들 특유의 냄새가
함께 전해졌었는데....
집주인이 어쩐 일인지 보수공사를 해주고 있었다.
화장실 바닥을 들어내는 작업으로 그집의 공사는 시작이 되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많은 시간을 부페에서 보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조금 속력을 내서 부페에 도착했다.

부페에 발을 들여 놓은 순간
그들은 눈과 입이 커지면서 주변을 살피기에 여념이 없었다.
낯선 곳에 처음 왔을 때의 전형 바로 그것이었다.

부페에서는 음식을 어떤 방식으로 가져와서 먹고,
접시는 누가 가져가고 등등을 알려주면서 부페 안을 전시회장을 돌듯이
데리고 다니면서 많은 음식들을 설명해주었다.

맛있게 먹고 또 타러가고....
다 먹은 빈 접시를 가지러 온 종업원을 머쓱한 표정으로 대하면서도
음식을 먹고 또 먹고 있었다.
진작 좀 데려올 것을......

이들은 모두 선천성 후천성으로
정신적 또는 육체적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다.

우리 모두가 보다 나은 삶을 영위하기 위해 자신의 부를 쌓아갈 때
이들은 이 사회의 어둡고 그늘진 곳에서 존재의 가치를 외면당한채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그렇게 살고 있었다.

이들이 다른 장애를 가진 사람들과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모두가 그림그리기와 도예품 만들기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이들 중에는 신체의 모든 부분이 다 쓸 수 없는 가운데에
입은 그나마 움직일 수 있어 입으로 그림을 그리는 구족화가도 있었다.

돈을 벌 수 있는 사람이 없다보니 사는 것은 늘 형편무인지경인데..
최근에는 자구책으로 자신들이 그린 그림을 T 셔츠에 인쇄해서
그것을 팔아 생계를 유지해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중이다.

T 셔츠라도 인터넷으로 많이 팔아줄 수 있도록 노력해봐야겠다.
그리고 부페에서 그들의 행복해하는 눈빛을 봤기에
앞으로 자주 이런 시간을 만들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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