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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폭발한 종가 맏며느리의 자유 선언


BY 연꽃 2002-05-15

지금 모두가 잠들어 있는 시간.

새벽 1시 반에 울린 시누이로부터의 전화.
시댁에 무슨 일 있는지 걱정되어 묻자,

"너 지금 잠이 오니? 내가 지금 살떨려서 원...
니가 우리 엄마, 아빠한테 대못 박은 만큼 내가 니네 친정 가서 니네 부모앞에서 뒤집어 엎어버릴 거야!" 그리고 이어지는 황당한 발언들...
나도 며느리이면서 친정에서 시누이지만 친정 부모님들 생각해서 올케들에게 얼마나 말 조심, 행동조심하는데. 이런 막말을.

예전에도 시누이는 자기가 시어머니랑 똑 같은 사람이라며 저를 잡들이한 일이 많답니다. 그래도 찍 소리하지 않고 참았거늘...

맵고 매운 시집살이 12년차 아줌마, 행사 많은 종손 맏며느리, 층층시하 시댁 어른들, 나이와 순서가 뒤바뀐 동서들, 중간에서 말만들어 전하는 시어머니와 동서들, 맏며느리는 머슴으로 아는 사람들.

결혼해서 부터 사사건건 트집잡으며 괴롭히는 시댁 식구들, 이젠 지긋지긋합니다.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프고 힘들었던 이야기가 많지만 가슴이 메어 그 많은 이야기를 적을 수가 없군요.

친정 부모님 생각해서, 남편과 아이들 생각해서, 나도 잘 못하는 것이 있을테니까, 그리고 내가 전생에 지은 죄가 많아 업장소멸이려니, 힘들어도 내가 성숙해지는 기회를 주었구나하며 한 생각 돌리면서 참고 참았습니다. 시댁 식구들과 얼굴 붉히는 일 만들지 않으려고 무지 노력했습니다. 솔직히 남편에게는 하소연도 하고 싸움도 했지요. 그렇게라도 안하면 가슴이 터져 버릴 것 같았기에.

그러나 참고 잊어버릴만 하면 계속 이어지는 힘겨운 나날들.
그랬더니 남은 것은 꽝 아니 적자. 무엇을 바라고 하지 않았다는 것은 거짓말이겠지요. 바로 시부모님의 사랑과 사람 대접이였어요. 제가 욕심부린 것은 아닌 것 같은데...

이해 관계가 얽힌 대식구들 틈바구니에서 계속 꼬여만 가는 시부모님과의 갈등이 너무 힘들어 장문의 편지를 썼습니다. 그동안 대화하려고 시도 좀 했다가 성깔있는 시부모님들 거품무시길래 얼굴 맞대는 것 보다 편지가 나을 것 같아서요. 힘든 점과 제 생각을 조목조목 적어 보냈지요. 편지로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고 싶었어요. 그 방법이 더 이성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우리 시어머니 그 두툼한 편지가 제가 보낸 돈이라도 든 줄 알고 기뻐하다가 뜬금없는 편지가 나오니까 황당했다고 전화하시대요. 그리고 편지 내용 제대로 안 읽어 보고 시누이에게 엉뚱한 말을 전해서 제가 꼭두 새벽에 이런 시누이 전화를 받았답니다.

한편으로는 시누이에게 고맙기도 합니다. 저를 이렇게 폭발하게 한 기폭제 역할을 해주셔서.

의무만 많고 많은 종가집 맏며느리 자리를 이제 사표내렵니다. 나중에 아이들이 엄마가 좀 참지 그랬어라는 원망듣고 싶지 않았는데, 친정 부모님 모욕하는 시누이의 언사에 제가 더 이상 견딜 수 없습니다. 남편에게도 미안하네요. 시부모님에게도.

이런... 미안한 사람들도 많네요. 사표내는 시점에서도.
그러니 10년 넘게 이렇게 살았겠지요. 바보.

한 세상 살다 가면 그만인 것을 왜 사람들은 서로를 괴롭히며 눈물흘리게 할까... 아무리 지가 지은 것 받는다지만.
알다가다 모를 인생살이 입니다.

지금까지 넋두리 읽어 주신 분 고맙습니다.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