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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


BY 중학교 교사 2002-05-15

어제 꽃집 앞에 카네이션 바구니들을 사들고 가는 많은 어머니들을 보았습니다.
저는 중학교 교사입니다.

스승의 날을 걱정하는 어머니들 글을 보니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어서 용기를 내어 글을 씁니다.

선물받으면 고맙고 쑥스럽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어머님이 챙겨주신 선물은 포장부터 다르고,
부담스러움 때문에 고마움이 감춰지는 것 같아요.


이 선물을 혹시
우리 아이 기죽을까봐 보낸 건 아닐까,
조금 더 잘 봐달라고 보낸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래서 과하다 싶은 선물은 돌려드리고 싶어지고 저도 실제로 그렇게 해 본 적이 있습니다. 물론 그것도 도리는 아닌 것 같습니다.

경력 10년이 넘은 교사로서 제가 가장 받고 싶은 선물은 진심어린 인사말입니다.

아이를 학교에 보내시기 전에
선생님께 감사하는 마음이 있는지를 묻고 그렇다고 한다면 그것을 솔직하면서 단정하게 인사하도록 이야기해주세요. 평소에 하는 인사보다 조금더 이삿말을 다듬고 반듯하게 하도록 가르쳐주신다면 그보다 더 좋은 선물이 없을 것 같습니다.

이런날 아침,
단정하게 교복을 여며입은 학생이 찾아와서
'선생님, 지난 번 좋은 말로 타일러 주셔서 고맙습니다. 앞으로 더 잘할게요.'라고 인사를 한다면
손을 꼭 잡아주고 싶습니다.
눈물 나도록 고맙고 힘이 날 것 같습니다.

가장 무서워할 만한 것은 바로 인격의 힘이 아닌가요?
선생님을 믿으신다면
귀한 아이를 믿고 보내주시는 마음만한 선물도 없다는 걸 믿어주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