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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의 관계에 대한 보고서!!


BY 로즈 2002-06-08

나는 신랑이랑 둘이서 조그만 식당을 한다.
새벽까지 영업을 하는 이유인지 이상하게도 우리 가게엔 불륜들이 많이 오는 편이다.

문열고 들어서는 폼새만 봐도 저것들이 불륜인지 다 알수가 있다.
향수를 덕지덕지 발라서 온 가게안을 역겨운 냄새로 바꿔버리는 여자.
여자 못지않게 향수 뿌리고 머리에 기름발라 올백으로 넘기고 잔주름 하나 없이 다려입은 옷을 입은 남자.
특히 이 커풀들이 왔다가면 냄새땜에 머리가 아파 돌아버릴 지경이고,
그 냄새 뺄려면 적어도 3시간정도 문열고 환기팬 열라 돌려야 한다.

(근데 더 수상쩍은 냄새가 날때도 있다.
왜 여관의 싸구려 비누냄새 말이다.
그 싸구려 세수비눈 냄새도 독해서 오래간다.
어디서 뭘하다 왔는지....ㅉㅉㅉ)

아무리 그들이 무표정을 가장하고 있어도 눈빛엔 뭔가 상기된 표정이 역력하다.

그리고 그네들은 꼭 구석진 자리만 찾는다.
벽에 커다란 거울까지 달리면 금상첨화.
상대방 시선피하며 거울로 점검하느라 정신이 없다.

근데 더 웃긴건 여자태도.
내가 물컵 갖다 놓으면 물컵들고 이리저리 살펴본다.
그리고 특히 술잔에 민감.
잔뜩 교양과 잘난체와 깔끔함을 섞어놓은 듯한 하이톤의 목소리로 나를 부른다.
"이봐여, 아줌마. 이 잔, 다른걸로 바꿔줘요."

자기께엔 전혀 신경쓰지 않고 상대방 남자의 술잔을 바꿔달란다.
멀쩡한 잔을 도로 가져오는 난 그래도 손님인지라 다른 잔을 한번더 꼼꼼히 살펴 본 후 가져다 준다.

그러다 얼핏 남자의 표정을 보면 아주 이뻐 죽는단 표정이다.
쳇, 웃기지도 않어.

그리고 국그릇에 고춧가루 조금만 빠져도 새로 달란다.
남자가 먹다가 빠뜨렸는데도.
여자는 잘 먹지도 않으면서 남자 반찬챙기느라 정신이 없다.
음식이 조금 빈다 싶으면 무조건 새로 갖고 오란다.

어휴, 성질 같아선.....

난 그 여자 뒷통수에 대고 이렇게 외친다.
(야 이 골빈년아, 집에가서 늬 신랑한테 반에 반만큼이나 신경써라.)

여관에서 얼마나 만족을 시켜줬으면 저렇게도 잘해주나 싶기도 하다.

그들은 내가 옆에오면 금방 여보,여보 한다.
부부처럼 보이게 대화할려고 애쓴다.

그러다 내가 돌아서면 금방 자기야,로 바뀐다.
그리고 서로 주물럭 대느라 정신이 없다.
여자의 손은 남자의 허벅지에 고정되 있고 남자의 손은 어깨를 지나 여자의 가슴 부근에서 왔다갔다..

술병이 하나 둘 늘어나면 더이상 울 부부 신경쓰지도 않는다.
소리도 질러가며 러브샷은 기본이고 대놓고 키스도 한다.

여자 정말 술 잘마신다.
새벽 2시가 되도 일어날 생각들을 안한다.
여자 술 넘 취하면 탁자에 엎어져 운다.
그러면 남자 위로하는척 위에서 덮으고...
그러다 갑자기 둘다 노래를 부른다.
정말 가관이 아니다.

아, 정말 어서 가버렸으면 싶다.
울 신랑은 부엌에서 피식피식 웃어댄다.
재밌댄다.
난 정말 여자나 남자나 한심하단 생각밖에 안든다.

이들이 갈려면 멀었다.
어쩜 불륜남녀들은 다 똑같은지...

한 새벽 2~3시 정도에 각자의 핸폰이 울리기 시작한다.
남자의 핸펀이 울리면 그렇게 시끄럽게 웃어대거나 노래를 부르다가도 소리가 뚝!
어떤 여잔 젓가락질까지 딱 멈추고 숨조차 죽이고 남자의 핸펀을 바라본다.

주위가 조용해지면 남자 헛기침 한번 하고 천천히 플립을 제낀다.
"여보세요? 어, 곧 들어갈거야. 응.. 여기 집앞인데 친구만나 술한잔 하고 있어. 아, 그렇다니까... 아따, 지금 일어나는 중이야.. 그래.." 하고 탁 전화를 끊는다.

그러고 나면 또 여자의 핸펀이 울린다.
남자들은 그 자리에서 핸펀을 받지만 여자들은 대부분 밖으로 나간다거나 급하면 우리가 있는 주방으로 뛰어들어 오며 전화를 받는다.

웃기는건 남자들은 핸폰에다 큰소리치고 여자들은 다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미안해를 연발한다는것.

둘다 핸펀을 받고나면 진짜 분위기 묘해지데.....
마치 나이트끝나고 썰렁한 분위기...
그 핸펀의 멜로디 소리가 "이제는 우리가,헤어져야 할시간,다음에 또 만나여...." 하는 것 처럼....

둘이 한동안 앉아있다가 주섬주섬 일어선다.

얼굴이 시뻘개 가지구 어떻게 집에 들어갈건지 여자가 좀 걱정될때도 있다.

이 커플들은 한창 사귀고 있는 커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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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2탄을 쓸께요.
희안한 일들 많이 겪었거든요.
재미 있으셨나요?
제 경험담이 못마땅하다고 리플 올라오면 그만 쓸께요.
하지만 불륜들이 자기들은 로망스라고 얘기할 지 몰라도 제 3자의 눈에 비춰지는 모습들이 어떤지 함 얘기하고 싶어서요.

더 기막힌 커플들이 많이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