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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엄마의 울음섞인 목소리를 전화로 들으니 맘이 아프네요


BY 막내딸 2002-07-09

저는 친정에선 1남2녀중에 막내딸예요.
그래서 어릴때부터 유난히 부모님한테 귀여움,이쁨도 많이 받고 다른 집의 막내딸처럼 공주(?)처럼 자랐어요.
결혼하기전까지 집안일도 거의 안해보고 제 방조차 청소하지않을정도로 정말 '온실속에 화초'처럼 곱게 자랐어요.
어릴때부터 피아노를 전공한탓에 다른형제들보단 교육비나 옷이나 모든...제게 들어간 돈도 훨씬 많았고 또 그에 따라서 저는 우리집안의 기대주일만큼 가족들한테 기대를 많이 받고 자랐답니다.
물론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하기전까진 부모님기대에 벗어나지 않게 음대도 나왔고 대학원까지 졸업해서 학생들을 레슨하면서 제 날개를 펼치며 살았구요.
그런데......

제 나이 29살에 친구결혼식에서 남편을 첨 만났어요.(축가연주하다가..)
그동안 중매도 많이 들어왔고 사회적으로 능력좋다는 사람도 많이 만나봤지만 결혼을 생각하게 된 사람은 지금의 남편뿐이었어요.
그런데 친정부모님은 남편을 보시기전부터 남편을 반대하셨어요.
저에게 기대를 많이 하신만큼 제 남편감으로는 지금의 남편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셨나봐요.
다른 딸가진 부모님모두 그러시겠지만 자신의 딸이 좀더 넉넉한 집안에 시집가서 고생안하고 남한테 무시안받고 잘 살기를 바라셨거든요.
흔히 말하는 의사나 변호사나....그런 집안에 가기를 바라셨는데 제 남편은 그런 사람들과는 거리가 먼 데다가 학벌도 저보다 낮았고 시댁도 어려웠어요.(남편은 공고야간,2년제야간대학다니며 일찍 시동생들을 뒷바라지를 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래도 저는 성실한 남편하나 좋아서 부모님반대에도 무릅쓰고 눈물의 결혼식을 올렸답니다.

그리고 지금 결혼3년째에 아기를 가졌구요.(그동안 경제력때문에 임신을 미뤘어요)
물론 그동안 저에겐 많은 일들이 일어났어요.
친정에선 다시는 저 안보신다고 친정에도 못 오게 하셨고 친정부모님또한 신접가구들어올때만 저의 집에 오시고 한번도 안오실만큼 거의 의절하다시피 지냈으니까요.

아마 저에게 배신감같은 그런 마음도 생기셨고 제 남편까지 딸도둑질한 나쁜놈으로 보여지셨을테니까.....

아무튼 저와 남편은 결혼3년동안 크나큰 일없이 잘 지냈어요.
저도 친정에서 아무런 도움없이 빈손으로 왔고(반대결혼한 탓에..)남편또한 시댁이 어렵다보니 임대아파트18평짜리 대출받아서 어렵게 장만하고 모든 결혼식준비도 간단하고 검소하게 하구요.(첨엔 혼인신고만 하고 살 생각이었는데 제 남편이 그럴수 없다고 해서 무리하면서까지 결혼식을 했어요)
그래서 정말 남편하고 저는 빈손으로 시작해서 서로 맞벌이하며 바쁘게 살았답니다.(은행빗을 어깨에 지고..)
남편은 작업복입고 열심히 하루일당받으면서 공사판에서 전기만지고 저는 밤까지 전공학생들 피아노레슨하면서 살림하구요.

그런데.....오늘 아침에 친정엄마한테 결혼해서 첨으로 전화가 걸려온거예요.(전화 받는순간 숨을 쉴 수없을만큼 가슴이 찡^ 했어요)
제가 임신해서 배가 많이 부르다는 소식을 들으셨는지...친정엄마는 제 건강먼저 물어보시더군요.
그리곤 제 남편의 안부까지도요.
사실 요즘은 장마철이라서 날도 찝찝하고 전기도 위험한 시기라서 항상 전기만지는 남편이 걱정됐어요.(어제도 전기가 통해서 찌릿했대요)
매일매일 땀에 절인 작업복을 손에 들고 지친모습으로 집에 오는 남편을 볼때마다 제 맘도 아프고 또 아기생각해서 맛있는거 사먹으라고 만원짜리 한장을 제 손에 쥐어줄때마다 제 가슴이 미어질만큼 아팠거든요.
남편이 고생한게 맘이 아프고 또 저에게 잘해주는 남편이 넘 고마워서요.

친정엄마는 첨엔 그냥 웃으시면서 잘 지냈냐는 안부를 물으시다가 갑자기 울음섞인 목소리로 변하시면서 우셨어요.
"0서방은 잘해주니? 싸우지 않고 잘 살지?! (갑자기 흐느끼면서) 난 너를 그런자리로 시집 안보낼려고 했는데...고생안시킬려고 했는데..
많이 힘들지? 넌 더위도 많이 타서 에어콘 없으면 못사는 앤데..어떻게 더위를 버티고 사니? .....작년에 열병걸려서 응급실에 실려갔다며?...지금은 괜찮아?...."하시면서 계속 제 걱정으로 우셨어요.
저두 당연히 엄마의 목소리에 마음이 아프고 죄송한맘에 울구요.
그동안 친정언니통해서 제 소식을 하나하나 듣고 계셨나봐요.
아무튼 저는 친정엄마랑 40분동안 울면서 통화했답니다.

전화끊은 지금도 역시 마음이 허전하고 슬퍼요.(친정부모님의 가슴에 못 박았다는 죄책감과 엄마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죄송함에..)

하지만 저, 지금까지 남편하고 결혼한거에 대해서 후회한적은 없어요.
여전히 가정을 위해서 열심히 일하고 또 항상 변함없이 저만 아껴주고 사랑해주니까요.그리고 성실하니까요.
다만 돈이 없어서 조금 불편하고 사는데 힘들지만 그래도 저는 행복하답니다.

곧 있으면 친정아버지 생신이신데....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어요.
엄마는 오라고 하는데 친정아버지 볼 자신이 없거든요.
거의 3년동안 안뵙으니 좀 쑥스럽고 어색하고 또,,,겁나서요.
제 남편은 그냥 아무말도 못하고 제 결정에 따른다고만 해요.(전화통화했거든요)
남편자신도 좀 어려운가봐요.
선뜻 가자고는 안하고 그냥 "당신 알아서 해.같이 가자고 하면 같이 가고 아니면 당신혼자 간다면 혼자가고...난 당신이 하자는대로 할께."하며 그냥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하네요.

주부님들! 저의 친정아버지...저희 부부를 편하게 받아주실까요?
걱정되고 두렵습니다.
저의 친정엄마는 저희부부를 편하게 인정하신듯 하는데 친정아버지는 ..글쎄,,,잘 모르겠어요.
어떡하죠? 마음이 무겁네요.
그리고 자꾸만 눈물이 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