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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투정


BY 슬픈 맘 2002-08-04

남편의 직장은 삼교대이다.
이틀 꼬박 여섯끼를 차리고
담날 하루 출근해 밤에 온다
중간에 야근 한번한다.

남편은 아무거나 안 먹는다.
내가 잘 만드는 음식들..다 싫단다.(덕분에 하루 두끼만 먹겠단다)
매일 반복되는 밥투정..(맛도없고 성의가 없단다..)
남편의 주장은:때마다 압력솥으로 새밥 달란다.
전기밥솥은 싫단다(그 속에 넣은 밥은 밥도 아니란다)
렌지돌린 밥은개밥이란다.

얘들은 둘다 초등학교에 들어가 한참 손도많이가고
방학이라 정신도 없고 날도 더운데
말썽이라도 피우면 인상쓰고 집안이 좀 어질러 있으면 난리난다.
콩나물국 끓이면 된장달라고한다
고등어 튀기면 비린내난다고 조기내놓라고 수저 팍 놓는다
지는 감자탕이나 순대국밥, 선지해장국, 돼지하이포크로스,
서더리탕, 회..이런게 좋단다.
집에서 손쉽게 만들수 없는 것들이다.
사 먹으라면 인상쓰며 문을 험악하게 닫고 훽 나가버린다.
들어와서두 말도 않고 문을 쾅 닫는다.

내가 아침밥을 차렸다.
금새 밥해놓고 된장찌개 끓이고 조기굽고 계란찌고,콩나물올리고
구운 김, 햇김치,올려놓고 저 멀리 떨어져 앉는다.
심판 받는 기분..
심장이 떨려 같이 못먹는다.수저 저분 놓는 소리 요란하다.
결과는"이것두 밥이냐? 억지루 먹는다"
"성의가 없다,개밥이냐, 왜 옆에와서 안앉냐.."
옆에 앉으면 심장마비가 올거같아서이다.
이걸달라,저걸 달라,간장을 넣어라, 간이 안 맞네,어쩌네
유난법석부리는 모습을 보면 인간의 모습이 어찌저리
추할까..싶다
.
.
.

한 끼가 고통스럽게 넘어가면 또 점심시간이 다가온다.
얘들이랑 같이 먹으면 좋으련만
낮잠 자느라 지 일어나는 시간이 식사시간이다.
몇시에 일어날지 예측도 못한다.
일어나자마자 먹으라면 화낸다(서두른다고)
어떤날은 일어나서 준비안돼면 화를낸다(배고프다고)

또 심판 받는다.
돼지뼈 사다 감자탕을 끓인다.
"내가 고추가루 많이 넣지 말랬지?"
또 시비다.
밥 먹는 뒷 머릿통을 밥상에 쳐 박아버리고
싶은 충동도 느낀다.
등에 땀이 흐른다.
렌지에 돌린밥은 개밥이란다.
세시간 국물우려 이 더운데 끓인 감자탕엔 입도 안데고
오기로 국물만 떠 먹었다...
또 저녁을 차린다.
저녁엔 찬밥 긁어내고 새밥을 해본다.
또 심판의 시간...
"우리 식당아줌마한테 좀 배워라"
어이가 없다.

난 요리에 관심이 많다.
물론 잘 하진 않지만 얘들 해먹이는거보구 동네
이짐들이 혀를 내두른다."잘두 해 먹이네"소리..마니듣는다.
마트 하루에 꼬박 두번 다닌다.
사람들 난리다 뭘 도대체 해 먹길래...그렇게 사들고 다니냐고..
이런 노력도 밥투정하는 인간에게는 다 헛수고다.

더 어이가 없는것은 저녁먹고 밤근무 나가
낼 아침 다시들어오면
또 아침점심저녁을 이러식으로 차리고
구박당하고 심판 받아야한다.
아니,차려줘도 말도없이 뛰쳐나가 사먹고는
내가차린 밥은 성의 없는밥이고,맛도 없단다..
그럼 이혼해야지..

싸우고 설득하고 별 수 다 써봐도
여자의 의무는 밥이고 (새 밥을 해야하고)
것두 웃으며..인상쓰면 안된다.(아무리 밥투정을 해도 웃어야함)
내가 인상써서 집에 들어오기가 싫단다.
딴 여자들은 절대 안그런단다.

밥을 차리는 주부라면 누구나 그럴줄안다.
이왕 차리는거 정성을 다 한다.
받아먹는 사람이 맛있게 먹어줘야지, 맛이있네없네,
정성이있네,없네,수저나 팍팍놓는 몰상식..
그러니 내 표정은 두려움과 혐오감이 교차할수밖에..
돈내고 먹는 밥도 주인에게 투정하면 "다신 오지마쇼"할거다

어떤 아짐이 그랬다.
밥투정 하는 인간들은
야구방망이로 입에 피가나도록 때려주고 싶다고..
공감한다.
이혼하구 싶다.
남들은 어떻게 사는가...
제대로 걸려 혹독히 당해보면 내 생각날까?
때는 늦었다고 말하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