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추석이 다가오고 있다... 작년 추석의 악몽이 아직 잊혀지지 않았건만 다시 추석이라니..... 그나마 이번엔 동서가 들어와서 좀 나아지지 않을까~~~하는 약간의 기대도 해본다...
작년 추석이 어땠냐구요? 좀 길긴하지만 함 보세요....
작년 추석때 나 임신 7개월... 나 맏며느리.... 위로 시누세분, 아래도 도련님 한 분...추석 전전날 도착하니 싱크대에 설겆이 거리가 잔뜩이더이다..(울 시어머니 가게하십니다.고로 추석은 대목임니다)
설겆이 다하고 시엄니께 왔다구 전화드리니 청소 다 해놓고 모두백이(표준어가 맞나? 발음 그대로 썼는뎅.... 뭐 밤, 대추, 땅콩, 별거별거 다 넣은 떡 있잖아요) 에 넣을 밤이랑 땅콩 다 까놓으라더군요..
뭐 그게 어렵냐? 하시는 아짐들 계실텐데요, 울 시엄니는 살림과는 좀 거리가 먼 분이시지요.. '내살림 쓸고 닦아서 가꾸자'하고는 정 반대인 분입니다. 전 한 깔끔하는 성격이라 첨에는 제가 참을 수 없어서 쓸고 닦았지만 이젠 포기했답니다.... 저 혼자서 할 수 있는게 아니고 청소용역업체 정도는 불러야함을 깨달은 것이지요...어쨋거나 도련님하고 신랑하고 나하고 무진장 청소했습니다... 집이 좋지는 않지만서두 좀 큰 관계로 시간이 많이 걸리더군요.. 한 네다섯시간??? 글구 나서 본격적으로 물에 불린 땅콩을 까기 시작했지요... 근데 이거 무지 손가락 아프더군요... 울시엄니 손이 아주 큰 관계로 까도 까도 끝은 안보이고 나중에는 손가락 지문이 다 튀어나올라구 하더군요..
절반쯤 깠는데 말동무하던 도련님 친구 만난다구 나가버리구, 울 신랑어머님 심부름 때문에 나가더군요... 다음날 아침에 방앗간에 맡겨야하니까 미룰수도 없고.... 제가 깔 수 밖에 없잖아요? 그거 다 까고나니 50개는 넘을듯한 밤에 있더군요... 기다려도 신랑은 안오구 올때까지 천천히 까야지~~하며 까는데 신랑은 함흥차사구 결국 제가 다 깠습니다... 그날밤 달빛에 비친 제 오뎅같은 손가락 보면서 많이 울었습니다. 괜시리 서럽더라구요...이런게 시집인가하구.... 신랑도 제 손가락 보면서 무지 놀래더라구요.. 원래 임신하면 손이 붓기는 합니다면, 손가락을 쫙 펴도 손가락사이의 틈이 안보일 정도로 부었더라구요.... 내가 우니까 울 신랑도 손가락 부여잡고 울대요....-_-;;;;
담날 아침 꼭두새벽(울 시엄니 기상시간은 5시 반이거든요^^;;;), 시엄니 일나가시는 관계로다가 새벽부터 어머님 지시 받느라 전 바빳답니다..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아침차려주고 먹고 설겆이를 하려는데, 헉~~~ 손가락이 굽혀지지가 않는 것입니다..굽힐라고 할때마다 통증이 온몸에 퍼지는 것이.....전 손가락에도 근육통이 있다는걸 그때 알았습니다.. 추석기간 내내 이 손가락은 절 괴롭혔고, 나중에 출산때까지 고통을 주더군요.... 어쨌거나 하루종일 서서 일했습니다. 사촌동서가 와서 도와주시긴했지만 초보인 제가 하기에는 벅차더군요...그나마 신랑과 도련님이 전부치는거라도 도와줘서 다행이라고나 할까요? 뭐 대한민국에서 이정도도 복받은 거겠지요?-_-;;;;난 더워 죽겠는데 시아버님 춥다고 보일러 틀어놓고 방안에서 TV보시더군요... 때되면 밥상 차려야지, 설겆이 해야지, 정말 일이 장난아니더군요... 대충 다 해놓으니 시엄니 가게 정리하고 들어오시더니 전이 덜익은거 같다고 다시 구우라 그러시고 화전굽자 그러시고....새벽 5시반에 일어나서 12시에 잤습니다.. 정말 그 사이에 단 5분도 쉬질 못했어요....그러니 다리가 코끼리처럼 되지 않겠슴니까? 울 시엄니 손은 무지하게 크십니다.. 당신네 딸들 나물 싸줘야된다고 나물거리만 해도 장난아닙니다.. 참고로 고사리 2킬로면 말 다하지 않았습니까? 콩나물은 빨래 삶는 큰 양동이 아시죠? 거기 가득입니다..
추석 당일날 새색시라고 미어터지는 한복입고 종가집으로 제사지내러 갔습니다. 울 시댁은 돌아다니며 제사를 지내거든요. 그래서 하루에 제사가 4번입니다.. 종가집에 가니 여자는 저포함 꼴랑 3명, 남자들은 약 30명.... 3명이 30명 식사를 챙기니 정신이 없더군요.... 임신을 해서 돌아서면 나두 배고픈데...아침도 안먹구 갔구만... 지들 입만 입인가? 사촌동서가 어쩌겠냐고...스스로 챙겨먹지 않으면 안된다구.....하면서 국에 밥을 말아 주데요....쟁반 하나없이 부엌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밥먹었습니다....정말 눈물나데요... 씨팔~~ 남자랍시고 꼬맹이들도 밥상에 앉아 밥먹는데....... 이럴려구 시집왔나 싶어서 남편 뒷꼭지도 꼴보기 싫더군요.... 종가집 오기전에 울 시엄니 앞치마 챙겨가라고 따라다니면서 잔소리 하더니만 진짜 식모밖에 안되더이다.. 두번째 제사가 우리 시댁이고 세번째를 지나 드디어 마지막집.... 넘 다리가 아파서 구석방에 가서 잠시 쉬었지요.. 형님들 일하시는데 부엌에서 앉아 있으면 예의가 아닌것 같아서 그랬는데 울 시엄니 쪼르르 와서는 "앉아 있지 말고 부엌에 나가라"고 그러시데요..내 참 서러버서..... 남정네들 시중들고있자니 조카뻘 되는놈이 빈접시주면서 이것저것 좀 가져오라고 식당아줌마 시키듯 하더군요.. 넘기가차서 가만 있으니 옆에 있던 울 도련님이 머리 쥐어박으며 "임마! 니가 가져와서 먹어라"고 해서 그나마 위안이 되더군요...글구 무슨 인간들이 그렇게나 많이 먹습니까? 네집을 돌아다니면서도 매끼 밥먹는것 처럼 먹더군요....저 배안터지나 싶어 걱정까지 되더라구요.... 어쨋거나 아침 7시부터 시작된 제사가 마지막집을 지나 시댁에 오니 오후 3시.....그때부터 설겆이며 제기정리며 산더미 같은 일을 다 하고 이제 좀 쉬려는데 큰 시누식구들이 닥치더군요....곧이어 다른 시누들도 줄줄이 오고 외삼촌에 손님들 줄줄이......진짜 미치겠더군요.... 시중드는사람은 나 하나밖에 없는데, 그것도 부른배 안고 힘든데 시누들도 설겆이 조금 거들어주는거 말고는 도와주는 사람 하나 없더군요..... 당신네 딸들은 명절 당일날 친정에 오는데 울 시엄니 친정가라 소리 한마디도 안합디다... 울 큰시누왈"친정 엄마 안기다리시니?" 둘째 시누왈"넌 친정 안가니?" 라는 말밖에는 못들었지요... 참고로 전 아버지가 5년전에 돌아가시고 여동생만 둘 있는집의 장녀지요... 모르고 결혼시킨것도 아니고 울 집 사정 뻔히 알면서.....부엌에서 설겆이 하고 있는데 뭐가 그리도 즐거운지 울 신랑 웃음소리가 제일 큽디다..정말 거짓말 하나 안보태고 입을 찢어놓고 싶었슴다(넘 심했나?-_-;;;;) 결국 담날 친정에 가서 저 몸져누웠습니다.. 이런게 온 가족이 화목한 명절이고 우리가 가꾸고 지켜나가야할 고유의 미풍양속입니까? 정말 더러버서 며느리 노릇 못하겠습니다.. 이런 추석이 또 다가옵니다.... 이번에는 좀 달라져야할텐데... 정말 두려울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