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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남...모든걸 다 책임져야 하나요...


BY 장남의 아내 2002-09-05

엊그제 새벽녁 2시에야 늦게 들어온 남편,
밑도 끝도 없이, "본가와 합치면 안될까..."하더군요..
임신 말기에 들어가는 저,
그날 밤, 한숨 못잤습니다.
지금도 며칠째, 한숨과 눈물만 나옵니다.

단지 생활비가 없으시다고...전세값 올라 갈데도 없다고..
(봉투라고 붙이고, 경비라도 하시면 용돈 정도 못버실까요..생활비는 아들 둘이 보태드리면 되고...작은 평수로, 아님, 아파트 아닌 빌라로 줄이면 될 거 아닙니까, 그렌저 팔고...)

결혼 후 이제껏 형편 닿는대로 아니, 제딴엔 좀 무리해가며 약간씩 보태드렸지만 이제 정말 생활비 없으시다고....
신랑한테 그동안 꽤나 부담을 주셨나 봅니다.
저도 눈치는 채고 있었지만, 이렇게 대안 없이 그냥 아들과 합치자는 말씀, 쉽게 하실지 몰랐습니다. 두분다 너무나(!!!) 건강하신 60대초반이신데...
(어머님 걸레짠 거 보면 거의 탈수기 수준이시고, 아버님, 동네 테니스대회에서 50대등급에서 일등 트로피 받으십니다. 뱃살 하나 없는 근육질이시죠...)
이 나이에 어디 나가 뭘 하겠냐고...하시면 며느리인 저야 할 말 없죠...
하지만 장가 안간 시동생 까지 데리고선 그렇게 쉽게 그런 말이 서로 오갈 수 있나요(저만 빼고 그들끼리...)

남편도 시동생이 생활비 우리보다 더 많이 대느라 저축도 못하고 장가도 못가게 생겼다고(여자도 없음...)동생을 희생양 만들 수 없다나요.
제 생각엔 시동생도 어차피 생활비 안듭니까..본인 혼자 살아도 드는 생활비, 부모님께 좀 드린다고 울 신랑 그렇게 마음 아파 합니다.

"지금이 아니면 그럼 언제 모실거냐.벽에 똥칠해야 모실거냐..."라는 신랑말...

언제나 부모님 모시지 못해 마음에 짐이 되는 효자 장남남편을 두고 늘 불안해하며 살았습니다. 제 성격이 소심해서 누가 뭐라고라도 하면
그 고민에 혓바늘 돋고 하는데...살림도 어설픈데..
완벽한 살림꾼에 왕깔끔에, 왕 프라이드 왕주장 강하신 시어머니와 어떻게 같이 살 수 있을까 엄두가 안납니다.
시아버지도 반찬 맛없으시면 물 말아 드시고 일어서시는 분입니다.
옷은 다 다려서 쫙~ 준비해드려야하는 왕멋쟁이이시구요..차는 그렌저랍니다. 한마디로 폼생폼사의 전형이신 분이시죠.

아...대안이 없을까요...
일단 제가 아르바이트를 해서라도 생활비 마련한다고, 시동생 장가갈때 2천 정도는 대출 받아 주자고...신랑말을 막았습니다.

그런데, 이제 곧 태어날 아가에, 5살난 아이 데리고 아르바이트를 하면 또 얼마를 할까...그 눈물어린 돈 고스란히 가져다 드리고도 모시지 못해 미안해하는 남편 옆에 두고 눈치 보며 살아야 합니다. 지금도 2주에 한번 시댁 갑니다. 결혼 5년째..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아...콩고물 쓰고, 남자 하나 보고 시집 와서 결국은 평생 댓가를 치루는구나.
내가 왜 장남에게 시집 왔던가...
이 남자 부모 봉양하자고 내가 나가 벌어야 되는구나..벌어서 내 아이들 뒷바라지도 할까말까인데...
지금도 학원하나 안보내고, 흔한 홈스쿨선생, 학습지 하나 안시키고,인터넷으로 중고용품 방이나 기웃거려 애들 장남감 마련하고..
우유팩 뒤에다 글자 써서 한글 가르치는데, 앞으로 사교육비에 제 노후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신랑 월급 가지고도 저축도 잘 못하고 사는 평범한 소시민인것을...
밑빠진 독에 물 붓기..장남과 장남의 아내만 이래야 하나요..

울 친정부모님, 보기에도 민망합니다.
제가 좋아서 우겨서 한 결혼이니 이런이야기 하지도 못합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구요..
아직 철부지인 저보다 경험 많으신 분들께서 실질적인 대안이 없는지, 제가 어떻게 해야 현명한 건지, 조언 좀 주세요...
그저 막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