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아컴에 글 올리네요.
지난번에 육아문제로 한번 글을 올리다가 시스템 문제로 잘리고 나서는 잘 안들어왔는데...역시 그래도 우리같은 아줌마들에게는 이만한 공간이 없는 것 같아요. 그쵸?
오늘 아침엔 시어머니께 추석 시장비 겸 해서 미리 돈을 드리고 왔습니다.
요즘 제가 새로 배우는 것이 있어서 일주일에 두번 저녁에 신랑 혼자 아이를 데리러 가는 것이 은근히 눈치가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겸사겸사해서 일찍 드렸죠.
근데, 예전엔 시장비를 드리면 자꾸 마다하시거나 조금만 받으시더니 요즘은 그냥 아무말 없이 받으시고, 가끔은 돈 없다는 푸념을 하셔서 따로 더 드리게도 되네요.
우리 남편도 그래요. 처음엔 내가 용돈을 드리는지 마는지 관심없어하고, 어쩌다 알아도 고마워하더니, 요즘은 한술 더 뜨는 것 같아요.
시댁에 tv가 고장났다고 자꾸 tv 이야기를 하질 않나, 냉장고 이야기를 하지 않나, 어머니가 뭐 불편하다고 한마디 하시면 당장 바꿔드리고 싶어서 안달을 합니다.
물론, 우리 아이 유치원에 다녀오면 봐주시고, 아이 과자값으로 푼돈이 꽤 헐린다는 것도 알지만, 우리가 남에게 아이를 맡기는 것도 아니고, 생활비 외에 다른 것까지 다 책임을 져야되나요?
저희, 맞벌이 한다 해도 둘다 공무원 수입이 얼마나 하겠습니까?
거기서 한달에 15만원에서 20만원씩 생활비 하시라고 드리고, 행사 때나 명절때 그 정도 따로 더 드리고, 한달에 두어번은 모시고 나가 외식하고, 청소기니 작은 그릇들이니 소소한 살림살이도 저희가 사드리립니다.
아이 맡기면서, 너무 이뻐해주시니까 처음엔 그저 고마웠죠. 그리고 두분이 적적하게 식사하신다고 저녁은 먹고 올라가자고 해서 밥 안해도 된다고 좋아했죠. 근데, 자꾸 시간이 흐를수록 신랑을 노려보게 되네요.
우리 천정에서는 우리가 그중 생활수준이 낮은 편이라서 거의 가면 얻어먹고 옵니다. 우리는 돈 내서 밥 한번 살 기회도 안주죠.그저 와 주는 것만으로 좋아하거든요.
근데 시댁에서는 다른 형제, 누나들 있어도 늘 밥 먹으러 가거나 하면 돈을 내는 건 저희입니다. 둘이 버는 집이라는 거죠.
그냥 부모님들 좋으신 분들이고 해서 잘 해드리려고 생각했었는데 이건 제가 순전히 시댁 좋으라고 돈 버는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드네요.
더 괘씸한 건 우리 신랑이에요.
엊그제는 tv 보다가 지펠 냉장고를 보시더니 어머니가 "저런 건 비싸지?" 하시더군요. 시댁 냉장고가 오래되서 곧 바꿔야 할텐데...하시면서요.
저녁에 집에 와서 우리 신랑 한다는 말, 좀 있으면 만료되는 적금 타면 냉장고 사드릴까...그러는 겁니다.
살림살이를 전부 다 우리가 해드리냐고 따졌더니, 우리가 또 뭘 해줬냐고 그러더군요.
세탁기 살 때 돈 보탠거, 청소기랑 냉장고 바꿔드린거, 큰방에 있는 tv 바꿔드린거, 그리고 크고 작은 살림 살이 등등 일일히 열거하다가 제 자신이 웬지 쫀쫀해서 관뒀습니다.
나중에 우리가 다른 곳으로 발령이라도 나서 이사가면 어떻게 사실지 걱정이랬더니, 우리 시부모님, 우리 아이가 온통 사는 낙이라서 우리 없으면 못사실거랍니다.
자식이 부모님에게 잘 하는건 인지상정이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갈수록 당연한 듯하게만 여겨지고,
부모님, 남편, 그리고 시댁 식구들 모두 이제 당연하게만 여기니,
이제 저도 오기가 생깁니다.
친정 사정으로, 비교적 자주 친정에 다녀오는 편이라 그동안 시댁 눈치 보느라 신랑 하자는 대로 다 했었는데,
이제부터는 저도 좀 약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어이, 아저씨. 자기네 집에 잘하는 것만 인지상정인가?
내가 우리 친정에 잘 하는 것도 인지상정이네, 이 사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