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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공포증? 나두 결국 며느리였구나..


BY 새댁 2002-09-13

결혼 1년째 새댁이에요.
처음 아컴을 접했을때가 결혼 2~3달째였는데.. 시간두 빠르지..

신혼여행 다녀오자마자 남편입에서 나오는 소리가 "우리집에 매일 전화해. 엄마가 되게 좋아하실꺼야"
그때는 내가 무슨생각을 하고 살았는지, 그말을 잘~ 따랐죠.

20분 거리의 시댁을 맞벌이하면서도 일주일에 두세번 가고,
(물론 퇴근하면 남편은 티비보고 난 부엌)
매일매일 시댁에 안부전화를 드렸죠.

내가 그렇게 할수록 시부모님이나 남편도 흐뭇해했고, 나름대로 그게 보람이구나..라고 생각했죠.
근데 날이갈수록 "이건 아니다"싶은거에요.

잘할때 칭찬받다가..?
가끔 무성의하게 신경못쓰면 전 나쁜아내, 나쁜 며느리가 되어있는겁니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시댁에서 저녁먹고 나혼자 벽보며 설겆이 하는게 왜이리 서러운지.
나 설겆이 할동안 거실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들..
가끔 하루이틀 전화 거르면 어머님의 무뚝뚝하신 말투..

며느리 사랑받기 나름은 나 자신이 만드는거라는 생각을 해봤어요.

제가 몇년, 몇십년을 이대로 하더라두, 가끔의 나의 소홀함에..
주위의 눈초리는 따가울테고, 그때 난 가슴에 멍이 조금씩 생기겠죠.
힘든것도 나름대로 있는데.. 사소한 서러움까지 겹친다면..ㅠㅠ

시댁에 안부전화 드리면서, 너무 전화드리기 싫다는 생각이 점점들어요.
전화해서 항상 듣는말은..
"니 남편한테 잘해라, 밥 잘챙겨줘라, 서운한건 무조건 니가 참는거다"

한두번도 아니고 항상 하시는말씀이 나를 죽이며 살아라는거니..
너무 서운하고 속상해요.
하기싫은거 억지로 전화드려서 싫은소리듣고 속상해할바엔,
차라리 가끔씩 전화해서 한꺼번에 듣는게 낫겠다 싶더라구요.

결혼 1년째 살면서, 여태껏 전화 안드린날은..열흘도 안됩니다.
(이번주에 2틀이나 전화 안드렸죠)

"전화해야지!" "찾아뵈야지" 이런걸 의무적으로 생각하며..
속으론 '아이~ 가기싫어ㅜㅜ'
이런것 자체가 불효라고 생각해요.

그렇다구 속에서 우러나서 가고싶은 맘도 안생길것 같지만,
좀 적당히 하고 살고싶어서요.
워낙에 효자장남인 신랑땜에 내가 잘해야지..라고 생각했는데,
저도 숨통좀 틔여가면서 갈려구 맘 먹었죠.
하루를 가더라두 기쁜맘으로 가야 효도겠죠?

여태껏 결혼생활하면서 이번주..일주일간 딱 한번갔어요.
(결혼해서 첨있는 날이에요)

전 하늘에서 날벼락이 치는줄 알았는데, 날씨만 좋더군요.
그리고 시어머님두 마냥 당연한듯 생각하셨었는데,
웬일이신지 반갑게 맞아주셨구요.
이렇게..조금씩 내자리를 찾아가며 살아야 할것 같아요.

아마도 제가 어려서(20대초반) 결혼하자마자 남편(서른넘었음)이..
"며느리란 당연히 그렇게 하는거다" 라고 말했었거든요.

주위에 결혼한 사람두 없었고, 엄마도 마냥 잘하라구 했었구..
이게 당연한거라고 생각했는데..
열심히 하면서 조금씩 받는상처가 커지는것보다,
그냥 조금이라도 편하게 하는게 낫겠다는걸 살면서 느꼈어요.

요즘애들 이래서 안돼.. 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해드릴수록 더 뻣뻣하게 받으려는 시댁사람들(남편포함)
다 질려서 보기도 싫어지기전에 새마음 먹으려구요

잘못하고 있는건 아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