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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려다가 너무 속상해서...


BY 세상살이 2002-10-06

저는 기혼은 아니지만 여기에 글올려도 되는 거죠?
정말 속상한데 어떻게 할 수 가 없어서요.
아무 얘기나 쓰기에도 글올린 적이 있어요.

가족 자체가 부담스러운 분들이 저말고도 많으실까요?
저의 부모님은 제가 중학교 입학할때쯤 이혼하셨죠.
제 여동생은 그때 5학년이었구요.그 이후 계속 친할머니가 함께 사시면서 저희를 이때까지 키워주셨어요.

저희 아버지는 제가 대학교에 들어간 수 새어머니와 결혼(사실혼... 왜냐면 새어머니는 전남편과 호적정리를 하지 않았어요.)하셨고 지금 99년생인 막내 남동생을 낳았지요. 그리고 제 여동생과 할머니 저는 살던 집을 팔고 전세 1800짜리를 얻고 나오고 나머지 돈으로는 새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새어머니 아이들이 살 아파트를 얻었지요. 좀 억울했어요. 할머니 돈으로 산 집인데 우리는 지하단칸방으로 쫓겨나가고 자기들은 아파트로 이사간다는 생각에요.

하지만 그 때가지는 괜찮았어요. 대학교에 입학할 때부터 4년 내내 한번 놀지 않고 아르바이트 해가면서 올해 졸업했습니다.9월에 있었던 공무원시험을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시험보기 한달전 일이 터졌네요. 아버지와 어머니가 바닷가에 갔다가 싸움이 벌어졌고 새어머니는 술에 만취해 자살인지 실수인지 물에 빠져 돌아가셨어요.

사고를 정리하는 동안 알아보니 아버지가 1년 쉬시는 동안 생활비로 썼는지 어?는지 아버지 카드값은 천만원이 넘었고 있던 아파트 마저 새어머니의 전남편에게로 넘어갔지요. 호적상 상속이 그래요.
아버지는 남동생 달랑 데리고 오셔서 저와 제 동생은 저금털고 은행에서 융자받아 4000짜리 전세를 얻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정신차리고 잘 사셨으면 좋겠는데 지금 술드시고 집에도 안들어 오시네요. 아버지와 남동생만 없다면 저와 여동생이 사는데는 문제가 없는데 아직 사회에서 자리도 못잡은 저희들의 발목을 잡고계시네요. 아버지는 3대 독자로 자라 의존적이고 하고 싶은 건 다 하십니다. 제가 집에 없으면 할머니가 남동생을 돌봐야 하죠 78세이신 할머니께는 버거운 일입니다. 20대 젊은 나이에 오늘 같은 토요일에 집에서 남동생과 씨름했습니다. 남자친구에게도 미안하고 우리집 사정을 다 알고 어느 정도 이해해 주시는 그 부모님께도 창피하고 죄송합니다. 결혼을 하게 될텐데 저는 결혼하면 항상 당당하게 살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저희 집 사정때문에 알아서 굽신거려야만 하는 입장이 되는 것 같아 너무 속상해요. 님들도 저같은 처지에 있는 며느리 보기 싫으시죠? 금지옥엽키운 아들이 어린 처남을 돌봐야 하는 상황이 될 수 도 있으니까요.

할머니만 안계시면 아빠와 남동생을 모른 척 하고 싶어요. 제가 왜 아버지가 저질러 놓은 일들을 떠맡아야 합니까? 멀리 이민이라도 가고 싶어요. 가끔 아빠와 남동생이 새어머니처럼 죽었으면 하는 생각도 합니다. 나쁜 생각인줄 알지만 ......
아버지 뒤치닥거리 남동생 뒤치닥거리 너무 하기 힘들어요.
저는 아직 하고 싶은 것도 많고 꿈도 많은 25살인데 이렇게 뒷바라지 하다 20대가 끝날 것만 같아요. 이것 저것 안보고 죽고도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