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 얘기를 풀어 놓으려니 한숨 부터 나서요...
그러니까 문제의 발단은 저였어요. 추석을 앞두고 한 열흘쯤 전에 인터넷으로 햅쌀을 주문했지요. 그런데 배송내역에는 배송완료라고 되어 있는데 택배사에 물어보니까 추석 다음다음날이나 되어야 배달이 된다고 되게 미안해 하더라구요. 어쩔 수 없어서 평소 가깝게 지내던 앞집에서 그릇으로 한가득 쌀을 빌렸지요.
"햅쌀 오면 그걸로 갚아 드릴께요. 고마워요."라고 기분좋게 쌀을 꾸었는데 정말 그 쌀로 고맙게 차례도 지내고 마침 그 다음날 쌀이 와서 빌린 만큼의 햅쌀을 정말로 정성스레 담어서 가지고 갔는데....
아뿔싸...그 아줌마, 정말 그런 아줌마일 줄 몰랐습니다.
정색을 하며 내뱉는 말이 "쌀이 왜이렇게 작아요. 나는 큰 그릇에 줬는데 이거는 아니잖아요. 왜 빌려간데 안가져오고 여기 가져왔어요.."
그래서 제가 그랬죠. "그 그릇에 쌀이 반쯤 남아있어서 여기 담아왔어요. 근데 이거 제가 접대 부피 재봤는데 위로 높아서 그거랑 똑같아요" 그래도 이 아줌마는 막무가내 였습니다. "아냐, 아닌거 같애"하면서 고개까지 설레설레 젓는겁니다. 그때 확 돌더라구요. '사람을 뭘루보구..'근데 참았어요. 왜냐하면 이웃사촌끼리 그 깐일로 얼굴 붉힌다는게 우스웠거든요. 그러면서 "아냐, 쌀을 부어도 차지가 않잖아여, 그릇좀 가져와 봐요.." ----띵!----정말 뭘로 얻어 맞은 느낌이더라구요. 누명 쓰는 느낌 아세요. 혹시? 그래서 그 아줌마한테 빌려온 쌀을 다른 그릇에 옮겨담고 처음 빌려왔던 그 그릇에 쌀을 담아가지고 직접 와보라그래서 위로 높은 그 그릇에 옮겨 담았어요. 물론 예전에 부피를 진짜로 재어본 일이 있기 때문에 쌀의 부피는 눈금하나의 오차도 없이 딱 맞아 떨어졌지요. 그걸보고 찡그리면서 뱉고간 말이 더 가관이었어요. "아니, 이상하네 분명히 그 그릇이 훨씬 커보이는데, 속으로 꿍하는거 보다 차라리 이렇게 말하는게 낫잖아요. 햅쌀 온다그래서 내가 얼마나 기대에 부풀어 있었는데...."하면서 문을 닫고 나가더라구요....
와, 저는 평소에 이사가 잦은 군인아파트에 살아요. 그래서 결혼6년에 이집에 6번째 집이예요. 그래도 이사다니면서 앞집하고는 의좋게 지내고 음식해서 나눠먹고 도란도란 살아가는 얘기나누면서 즐겁게 지냈는데 여기 와서도 앞집이라고 뭐 생기면 나눠먹고 나눠쓰고 그랬는데 그 깟 쌀 몇톨 때문에 사람을 떡을 만들다니...정말 비참했어요. 조금 손해보며 사는게 진짜 이익보고 사는거라는거 여러분 다 아시지않아요. 그러는게 맘 편하고 기분좋지 않던가요. 세상 모든일에 이익만 보려고 한다면 너무 삭막하지 않나요. 며칠 되지 않아서 인지 아직도 그 일을 생각하면 앞집 얼굴을 마주대하기가 힘들어요. 지금껏 쌓아온 사람과의 신뢰를 깨버린 그 그릇을 보면 그집 현관에 확 패대기 치고 싶다니까요.... 병중에도 아주 중병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