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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들을 군대에 보내주오"
<대한민국 군인 정승화>를 읽으며 떠오른 단상
일제시대와 해방공간, 한국전쟁과 유신시대, '10·26 박정희 암살사건'과 '12·12 사태'라는 역사적 격랑 속에서 오직 '참 군인의 길'만을 고집했던 정승화 장군(1929~2002)의 자서전 <대한민국 군인 정승화>(휴먼&북스)가 출간됐다.
생전 그가 남긴 메모와 구술을 바탕으로 대필작가 이경식(42)이 정리한 이 책은 '정치적 중립'과 '국민에 대한 봉사' '용맹한 군인정신'을 생의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삼고 칠십 평생을 살아간 한 군인의 삶의 궤적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다.
책에는 면장이 되어 농촌 사람들을 좀더 잘 살 수 있게 해주고 싶었던 청년 '정승화'가 현대사의 질곡과 어쩔 수 없는 운명 속에서 군인의 길을 걸어가는 여정이 과장이나 꾸밈없이 담담하게 서술되어 있다.
<대한민국 군인 정승화>에서는 기존의 자서전들에서 십중팔구 드러나기 마련인 '그럴 듯한 미화를 통한 자기과시'와 '교언(巧言)을 동원한 비겁한 변명과 변호'가 발견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딱딱한 진술과 경직된 서사만이 책을 채우는 건 아니다. 한 인간의 개인사와 함께 한국 현대사를 읽는 재미를 주는 책이 <대한민국 군인 정승화>다.
한국전쟁 당시의 전투장면 묘사는 바로 어제 일어난 일처럼 생생하고, 정치적 격변을 겪어야했던 1980년을 전후한 사회·군사적 위기상황에 대한 서술은 한 편의 역사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드라마틱하다. 여기에다 정승화 장군이 30년의 군생활을 통해 겪었던 각종 에피소드가 더해져 흥미로운 역사소설 읽히듯 책장이 쉽게 넘어간다.
특히 책의 첫머리에서 만나는 정 장군의 장남 홍열(52)씨의 아버지에 대한 회고는 최근 '병풍(兵風)정국'과 맞물려 독자들의 눈길을 끈다. 아래는 정승화 장군이 어떻게 '법'과 '원칙'을 지키며 살았는지를 간명하게 보여주는 세 가지 사례다.
"내 아들을 군대에 보내주오"
정 장군은 군대에 관한 어떤 편의도 자식들에게 용납하지 않았다. 그의 장남 홍열씨는 공식적인 병무 신체검사 전이던 19세 때 자원입대하려고 했지만, 나이 미달에 걸려 입대가 여의치 않았다. 그때 정승화 장군은 관계 장교를 찾아가 "내 자식을 군대에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정 장군의 이 괴이한 부탁(?)은 수락됐고, 홍열씨는 1969년 만 열아홉의 나이로 사지(死地)에 다를 바 없는 베트남으로 파병된다. 훗날 정 장군의 부탁을 받았던 장교는 "내 평생에 자기 자식을 군대에 보내달라는 청탁을 받은 것은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고 술회했다.
"남들이 법을 지키지 않는다고 우리까지 그래선 안 된다"
정승화 장군의 차남은 15살 때 독일로 공부하러갈 기회를 얻었다. 중학교 2학년을 마치고 독일로 떠나려던 아들은 16세 미만이라도 문교부의 추천을 받은 특기자는 유학할 수 있도록 개정된 병역법을 이야기하며 문교부 추천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한다.
하지만 정 장군은 아들의 부탁을 거절한다. "남들이 법을 지키지 않고 편법으로 일을 처리한다고 해서 우리도 똑같이 한다면 법을 지켜야만 하는 일반국민들에게 어떻게 나라를 사랑하라고 할 수 있겠느냐"라는 것이 정 장군이 아들의 눈물겨운 부탁을 거절한 이유였다.
"이 건빵은 네 것이 아니라 병사의 것이다"
홍열씨가 초등학교 6학년이던 시절. 아버지가 부사단장으로 있는 강원도 모부대에 놀러가 건빵 한 봉지를 먹고 있었다. 퇴근해 관사로 돌아와 이를 본 정 장군은 건빵의 출처를 묻고는 "당장 근무병에게 반납하라"고 한 후 섭섭해하는 아들을 이렇게 타이른다. "건빵은 배고픈 병사들의 대용식이다. 하루 세 끼를 꼬박꼬박 먹는 네가 그걸 재미로 가져다 먹는다면 병사 중 누구 하나는 굶게 된다. 군인의 아들이 남에게 피해를 줘서야 되겠느냐."
자연스레 떠올리는 정승화와 이회창의 '법'과 '원칙'
위에서 언급된 정승화 장군의 짤막한 일화(逸話)들은 자연스레 말끝마다 '법'과 '원칙'을 거론하는 또 한 사람을 떠올리게 한다. 한나라당 이회창 대통령후보.
그는 현재 '아들을 불법적으로 병역면제 시켰다'는 국민적 의혹을 받고있고, 이 의혹은 서울지검 특수1부에 의해 수사 중이다. "병역비리 은폐대책회의가 있었다, 없었다" "병적기록표가 조작되었다, 아니다" "179cm에 45kg의 남자가 있을 수 있다, 없다"라는 설왕설래로 한국사회 전체가 술렁이고 있다.
단순히 '아들들을 군대에 보냈다, 보내지 않았다'는 것을 '법과 원칙을 지켰다, 지키지 못 했다'의 잣대로 삼는 것은 다소 경박할 수 있다. 그러나, '법과 원칙을 지킨다'라는 말속에는 '어떤 의심이나 의혹도 없는 삶을 살겠다'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 아닐까?
<대한민국 군인 정승화>는 '군인 정승화'의 법과 원칙과 '정치인 이회창'의 법과 원칙이 어떻게 다른가를 가늠해볼 수 있는 흥미로운 텍스트로 읽힐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