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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난 남이었다........


BY 사이다 2002-10-22

결혼한지 3년... 현재 임신 8개월째......

어젠 울 시댁 제사였다.
시댁은 경기도지만 지하철은 안 다니는곳.
얼마전 우리가 서울로 와서 2시간정도 걸리는 거리다.
임신도 했고 어젠 병원정기검진 날이라 그냥 신랑 퇴근하면 같이 차타고 간다고 했다. 시어머니는 그렇게 하라고 하셨다. 사실 1주일전에 전화통화에서 시어머니가 먼저 말씀하신거다. 몸도 무거우니 당일날 같이 오라고......
토요일날 확인전화 드릴때도 아무말 없으셨다.

그러나.......
월요일 아침.....
시어머니의 전화.
오늘 낮에 올수 없냐구.....
왜 그러시냐구 하니까 시아버지가 시어머니께 한말씀 하신 모양이다.
일년에 두번있는 제사인데 어떻게 둘다 저녁때 오냐고.
우리 시아버지는 성격이 좀 괴팍하시다. 시어머니는 평생을 그 비위 맞추면서 살아오셨다. 우리신랑두 자기아빠 무지 싫어하고 자기엄마만 불쌍하다며 애처롭게 생각하는 편이다.
시어머니는 시아버지가 한소리 했다고 벌벌떨며 나한테 전화한거다.
내가 어떻게 하겠나? 알았다고 했지.
무거운 몸 이끌고 1시간 반 지하철 타고 30분 택시타고 갔다.
시아버지 깜짝 놀라신다. 저녁때 온다면서 왜 벌써 왔냐고.
지하철역에서 전화하면 아버지가 데릴러 갈텐데 왜 전화 안했냐구 뒷북 치신다.

시어머니는 시아버지가 지나가는 말로 한소리 한걸 나한테 쪼로록 전화한거다. 시어머니가 더 이상하다. 바보같다. 자기가 그렇게 하라고 해놓고 남편이 한마디 했다고 그걸 카바 못하고 나한테 전화해서 빨리 오라고 하는거..... 그래놓고는 나랑 전화통화한거는 시아버지한테 이야기두 안 했더만.. 착한건지 바보같은건지 이해 안간다.

난 아직도 직업을 가지고 있다. 매일 출근하는 일은 아니지만 재택근무다. 그래서 가능하면 시댁에 행사 있으면 그전날 밤을 새서 일을 해 놓고도 그날은 일찍 가서 준비를 해 왔다. 그런데 시댁에서는 날 노는 사람으로 아나부다. 그래서 잘해주면 버릇된다고 했나?

전부치면서 괜히 눈물이 났다. 우리아기도 너무 불쌍하고...
만약 내가 매일 출근하는 직업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이 드니깐 정말 막 화가 났다.
어머님과 일하면서 이야기를 해보니 원래 일요일날 저녁에 전화를 할까 하다가 그러면 자기아들이 나 데릴러준다고 같이 내려왔다가 다음날 서울로 출근하려면 힘들것 같아서 그냥 월요일날 아들 출근한 다음에 전화한 거란다..... 더 기가 막힌다. 지아들 자가용으로 2시간거리 운전하는건 불쌍하고 배부른 며느리 2시간 지하철 타고 오는건 안 불쌍한가?

열받아서 밥도 안 들어가고 쫄쫄 굶어가면서 일했다.
11시반쯤 제사 다 지내고 나서 집에 가려니 뭘 싸준다.
가만 보니 홍삼 엑기스다. 지 아들 챙겨먹이란다..... 날추우니....
며느리 하나 있는거 임신 했다고 모 하나 못받아 봤다. 정말 난 남이구나 싶었다. 난 그저 그집안에 들어와서 일하는 사람이구나 싶었다.
그동안 내가 왜 없는돈 쪼개가며 용돈드리고 선물 드리고 했는지 한심했다. 친구들이 적당히 하라고 할때 그래두 신랑 부모님인데 했다.

하루종일 집에 있으면서 그동안 내가 시댁에 했던일들을 생각하니 눈물만 났다. 우리친정도 제사지내는데 돈한번 못 보냈는데 내가 바보지..... 싶다.

신랑두 꼴 보기 싫다.
어제두 집에 오면서 한마디 안했는데 오늘 들어오면 말 해야 겠다.
정말 실망했고 섭섭하다고......
결혼할때 친정엄마가 그렇게 없는집에 시집가서 모할꺼냐고 했을때 신랑 성실하고 시부모님 착하시니 됐다고 했다. 근데 아니다. 아무리 착하고 좋은셔도 시댁은 시댁이다.
사실 이런걸로 신랑한테 말하기도 싫다. 신랑 잘못도 아니니까.
신랑도 어제 이야기듣고 열받았었는데.......
하지만 어떻게 하겠나? 속은 답답하고 눈물은 나고 자꾸만 후회되는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