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까지는 동화일 뿐이다. 삶의 영수증들이 날아 오고, 남편은 철없이 보증을 서고, 시댁에서 대학원 공부를 반대하고, 학비를 대주시겠다는 부모님은 25살 철부지 딸의 고민으로 상심하시고... 그쯤이면 적응이 필요한 '신혼'의 계절이 저무는 것 같다. 결혼 2년 동안 아이가 없던 우리에게 임신이라는 기쁜 소식이 전해진 것과 남편 회사로 월급 압류 통보가 온 것이 거의 1달 간격이었다. 남편은 월급의 반을 압류하면, 생활하는 것도 그렇지만 회사에 얼굴을 들 수가 없다고 우리가 대출금을 갚아야 한단다. 그 선배는 도망가 버리고, 선배의 가족들은 차압 안 당한 것 있으면 가져가 보라고, 식구들끼리도 서로 보증을 서서 모두 신용불량자라고 맞대응하고 있단다. 방법이 없었다. 사방팔방 수소문하던 남편도 좌절감과 배신감에 지쳐있었다. 나는 처음으로 우리가 세상밖에 놓여진 배처럼 위태롭다고 생각했다. 세상 물정 어두운 어리석음을 탓하고 원망하면서 나는 울고 남편은 우는 나를 달래며 적금을 해약했다. 그 때까지 집 한칸 마련하자고 절약하며 모아 온 1300만원 수표 4장이 그렇게 가벼울 수 없었다. 우리의 땀이자 우리 아가와 미래를 위한 씨앗들은 그렇게 사라졌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온 은행 잔고가 억울해서 난 참 오래도록 울었던 것 같다. 첫 딸의 출생 후 벌써 1년이 지났다. 지금은 아이의 재롱에 희망을 품고 감사하며 어느 정도 안정된 결혼 생활을 하고 있다. 이제는 시련이 닥칠지라도 더 강하고 지혜롭게 이겨낼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결혼은 동화가 아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