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을 많이 사랑합니다.
여러모로 괜찮은 사람이고, 마음 씀씀이도 고운편이지요.
...그런데... 전 간간이 남편이 한심스러울때가 있습니다.
남편에겐 미안하지만 솔직히 남편의 한심스러움에 가슴을 두들겨 치고 싶습니다.
일단..남편은 의지가 약한것 같습니다.
담배를 끊는다고 해놓고 4년동안 끊지 못하고 있습니다.
며칠끊었다가 속상한일 있으면 다시 피우고...
자식의 이름을 걸고까지 맹세한 일도 무용지물입니다.
이건 큰 부분도 아닙니다.
남편은 술을 무척 좋아합니다
일주일동안 따지면 일주일 내내 먹지요.
밖에서 회식, 친구랑 먹고 집에 들어오면서 또 사들고 와서 먹고.
아님 집에서도 맥주 두병정도 매일먹고...
일요일 고기라도 구우면 소주 한병,맥주 한병.
아이 치킨 시키면 자기도 소주 한병.
초밥 사서 먹으면 초밥에도 소주 한병.
그리곤 자기는 얼굴 뻘개저서 잡니다.
결혼 초에는 남편의 그런 모습에 크게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아이도 없었고, 무엇보다 친정아버지의 엄청난 주사에 이미 면역된 상태라 남편의 주사없음에 다만 감사할뿐이었지요.
하지만...5년이란 세월이 흐르고 나니 남편의 주사없음에 마냥 감사하게만 되지는 않네요.
재활용 분리 수거때만되면 일주일동안 먹어치운 소주 맥주병들이 수북수북. 한주 거르기라도 하면 그 술병들이 배란다를 꽉 채워 집안으로 들어올정도입니다.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술로 주사를 부려 가정을 파괴하지 않을 뿐이지... 남편의 꾸준한 애주로 가정의 질이 떨어지지는 않는지...
아내와 자식과 오붓이 이야기를 하던가 티브이를 보던가...아님 아이랑 놀아주기를 하던가, 책한권을 읽어주던가...
이것이 아니라 오로지 술 먹고 자기는 적당히 얼큰해 잠을 자고...
제가 과민한건가요...
울 친정 엄마는 아빠에게 데여서인지 주사 안부리는 것 만으로 감사해라고 하는데...그 말도 전혀 와닿지 않고 짜증이 납니다.
친정집에 가도 술...집에서도 술...밖에서도 술...
며칠전에는 술을 인사불성이 되도록 먹고 연락두절...
집에 오지 않았습니다. 하루밤 내내 속이 새까맣게 탔죠.
자기 페이스 조절하나 못해서 저리되다니...
한심하고....아침 일찍 들어오는 남편에게 대고 '미친놈'이라고 했습니다.
내 속 시커멓게 태워놓고 미안하다면 다 무마될 일인줄 알았는지 되려 제게 화를 펄펄 내더군요. 자초지종도 들어보지 않고 욕한다고...
저같으면 무릎꿇고 싹싹 빌었을텐데..
자초지종은 무슨... 어떤 스토리로 전개됐는지 뻔히 아는데..
게다가 눈 떠보니 이발소(퇴폐 이발소)였다네요.
자기는 맹세코 아무일없고 내민 영수증에는 7만원, 숙박료만 되어있다며 증거로 제출. 내가 영수증 거짓으로 끊어온거면 어쩔건데했더니 나중에 카드 내역서 보면 알거아니냐고...
(참고로 남편 수중엔 돈이 없었다는건 알고 있구요)
암튼 여차저차 죽네사네 싸우고...화해했죠.
화해하고 초밥 사줬더니 또 소주한병 먹고 7시부터 취침...
어제는 엄마를 만나 모처럼 저녁을 먹으러갔죠.
도가니탕. 엄마는 애주가 남편을 모시고 사는 덕에 습관처럼 남편에게 소주 반주로 먹게했고 나는 손사레를 치며 치를 떨었고...
남편 그때부터 인상구겨졌고...
집에 돌아와 자기 자존심을 구겼데나...자신을 병신취급했다나...
난 매일 술먹는 모습이 싫어서 그런건데...
암튼 의사 소통의 사이클이 않맞아 또 싸움...
그리고 나가서 또 맥주 5병 사들고 와서 먹고 잠...
(참고로 나와 싸우면 절대 술사들고 오지 않겠다고 맹세했죠..매번 싸울때마다 소주병 맥주병 방안 가득 뒹굴리며 일요일날 싸우면 낮부터 술사다 나르고...암튼 생각만해도 짜증입니다)
이젠 남편이 한심스럽다못해 바보 머저리 같습니다.
보수적 성향도 강해 남편이 가장이라며 가장의 체신을 세우고 아이 앞에서 가장으로서 대우해 달라고 하는데...자기가 도대체 가장스럽게 행동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이는 내가 다 키우고(교육,양육,놀이)까지...
남편은 음식점가서도 기다려서 먹는것 이해못하고(전 맛있는 집은 기다려서라도 먹고싶어하는 편입니다. 미식가는 못돼도 그것도 삶의 재미라고 느끼기에). 자기집 가는 길에 차 막혀도 짜증내서 남의 기분 망치고,하다못해 놀이공원가서도 줄서서 놀이기구 못탑니다. 기다리기 짜증나서...(전 아이를 위해서 기다리는 것도 기쁨니다. 그리고 아이가 좋아하는데...또 그 순간을 짜증나는 기다림이 아니라 즐기는 순간이라고 느끼면 되지 않겠습니까?)
책 한권 않읽어주고(제가 잘 읽기 때문에 아이가 제가 읽어주는것을 더 좋아한다네요. 맞는 말이지만 자기는 재미있게 읽어주려는 노력도 없는 것 같아요. 제가 보기엔)
간간이 요사이 둘째 보기를 원하는데...전 싸울때마다 다짐합니다. 아이 또 않낳는다고요.
아이 낳아봤자,싸우면 자기가 밥한먹 않챙겨먹이고 세수한번 안씻기고, 운다고 안아주지도 않거든요. 자기는 문닫고 자기 방에서 술먹기, 자기...그거 밖에 안하거든요.
끓어오른는 속(저도 한성깔 합니다)안고 아이 챙기려면 제 자신도 챙기기 힘든데...정말 미치기 일보직전입니다.
남편을 사랑하는데... 남편과 맞지 않는 부분도 참 많습니다.
내 이해심이 부족한지..내가 덕이 없는건지...
위에 쓴 글들은 무조건적으로 제 입장에서 쓴겁니다.내가 보고 느낀 상황들...남편이 본다면 남편은 콧방귀를 뀔지도 모르죠.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란 책 있죠.
그 책도 읽어보았는데...(우리 둘다..)그런데 왜 실전에서는 그 책읽은 효과가 없는지...참 한심합니다...
부부라는 이름으로...이렇게 아웅다웅 살아야 하는지...
아...저도 애인이라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애인이 아무리 술을 많이 먹어도, 담배를 끊지 못해도..아무렇지도 않을텐데...
애인이라면 놀이공원가서 줄을 아무리 길게 늘어서도 즐겁기만 할텐데..
전 스트레스 풀곳이 없네요.
저도 밤을 새고 놀고 싶고, 술을 진탕 먹고 술주정을 부리고도 싶네요.
다른 남자앞에 악독스러운 마누라가 아닌 이해심(?)많고 착하기만(?) 한 애인이 되고 싶네요.
이고민 저고민 다 털고 한 여자로서만 사랑받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