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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아줌마들 스트레스풀다


BY 촌아줌마 2002-11-21

동네 계모임에서 부부동반으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그런데 잘 갔다와서 완전 기분 꽝입니다.
울 시엄니, 가기 전날 어찌나 사람을 볶아대는지 차라리 안가려고 했다가 그래도 신랑이 홀아비도 아닌데 혼자 보낼수가 없어 아기델고 같이 갔다왔습니다.
다들 부부끼리 가는데 내가 신랑 따라서 놀러간다고 하니까
그게 그렇게 보기 싫어는지 심술이 났는지 암튼 별별 소리를 다 하면서 사람 염장 지르더라구요.
너 애기 델고 가서 애 병만 나서 오면 가만 안둔다.
여편내라도 하나 써먹을 데가 없다. 지 서방 등골이나 빼먹는 년...
암튼 사람 오후내내 일하는데 졸졸 따라다니면서 속을 뒤집더라구요.
첨엔 대들고 따지다가 더 길어지고 속을 더 긁길래
개가 짖는다 하고 그냥 둬버렸습니다. 그래도 미칠 지경이더군요.
어젯밤 늦게 왔더니 밤 늦은시간까지 전활 해대네요.
애기 괜찮냐, 낼 공판인데 일찍 일어나라 등등
시골아줌마들 스트레스 푸느라고 여행가서도 한잠도 못자고 와서
어제는 좀 자야겠는데 시엄니가 또 스트레스 주네요.
시골 나이많은 아줌마들 틈에 이제 갓 서른인 새댁이 따라가서
사실 함께 어울리기가 쉬운게 아니잖아요.
그냥 바람이나 쏘이려고 갔다왔는데 나름대로 재밌었거든요.
근데 또 다시 현실....정말 돌아오기 싫은 집이었습니다.
울 신랑한테 시내로 나가자고 아무리 얘기해도 소용없습니다.
오늘은 나한테 버럭 짜증을 내고 나가네요.
사실 제가 다리가 아프니까 자꾸 넘어져요.
여행가서도 애기 안고 두번이나 넘어져서 발목이 좀 많이 부었거든요.
오늘 침을 맞으러 가려고 했더니 애봐줄 시간 없다고 해서 그냥
집에서 찜질만 했거든요.
여행갔다와서 잘 놀고 잘 먹고 왔는데 또 다시 돌아온 현실이
넘 암담해서 정말 싫습니다.
아픈다리에다 몇 번 넘어졌더니 퉁퉁 부어오른 발목까지...
피곤한데 시엄니 애기델고 오라고 오늘 하루에도 몇번 전화해대고..
또 울 신랑은 나더러 시엄니 집에 안간다고 뭐라고 하고...
하루종일 김장거리 준비하느라 마늘 석접 다 까고 기계에 갈아서 냉동실 다 집어넣었구만....
내년엔 하우스에 가지농사를 짓는다고 하는 울 신랑...
내 다리 연골이 닳고 닳아서 이제 주저앉든 말든 고향을 못 떠나고
홀엄마 곁을 떠날수 없는 울 신랑...
친정아버지 생신때도, 명절때도 가지 못한 친정이건만 딸내미 다리 아프다고 김장까지 엄마가 다 담아줬는데,
그 김장김치도 가지러 갈 새 없다고-핑계지만- 1월 초에나 가자고 하는 울 신랑...
그래서 할 수 없이 이번주에 김장을 하려고 아픈다리로,
애기델고 마늘 까고 고추 다듬어 빻고, 양념거리 준비하고 있습니다.
정말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아요.
내가 이렇게 시골서 썩으면서 다리 병시되어가면서 살려고
울 엄마아버지 힘들게 나 키우진 않았을텐데...
어디론가 도망가고 싶어요.
이틀동안 동네 아줌마들이 다 40~50대이긴 하지만 비슷한 입장들끼리라 나름대로 스트레스좀 풀고 왔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돌아온 현실이 너무 버겁고 싫네요.
아직도 비닐하우스안에 남아 있는 감자하며,
겨울이면 더 삭막하고 썰렁한 이 시골이
정말 정나미가 떨어져서 하루도 더 있기 싫은데...
저 정말 어떡해야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