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넋두리


BY 천둥번개 2002-11-23

목구멍까지 무언가가 꽉 올라찬 느낍입니다.
가끔 헛구역질도나고..음식을 봐도 먹고 싶다는 생각이 좀체 들지 않습니다...자꾸만 눈가가 뜨끈해집니다...

전 그냥 평범한 주부입니다...정말 평범한...
대출로 집장만해..내년 가을 입주로 부푼 가슴을 안고 기뻐하기도 하고, 그 대출금 갑느라 수중엔 쥔 돈 한푼 없기도하고...
현금주고 물건 척척 못사고 카드 분할이 기본이고...스키장,골프장 가본적도 없고, 왕방울 다이아도 없고, 갖고 싶지도 않고, 친정집 돈 대줄 능력도 없고, 아이 유치원보내고 청소해놓고 장 좀보고..나면 아이 돌아오고...아이 오고나면 아이 씻기고,먹이고 공부좀 봐주고..책읽어주고..재우고...간간이 늦는 남편 기다리다 지치고...매주 목요일 재활용날이면 남편이 지난 일주일간 먹고 쌓아놓은 맥주병 들고 나가고...별다른 취미도 없고...분양대금 내느라 일년동안 고생한다고 생활편의시설 없는 첩첩 산중에 짱박혀 사람구경 못하고 살고...일주일 내내 집중심으로 반경 1킬로 밖으로는 나갈일도 없는...그런 주부입니다...

이번주 내내 아이가 아팠습니다. 장염으로 토하고,설사하고...
밤새 아이가 토하것 닦고, 설사한옷 갈아입히고..거짓말 안보태고 10번이 넘게...잠한숨 못자고...남편은 딱 두번 일어났습니다. 젖은 이불 밀어놓느라...출근하고 일하는데..하고 이해했습니다..
출근한 남편 저녁무렵 자꾸 전화합니다.
아이가 괜찮냐고...아이가 걱정되어 묻는가 했더니 1년만에 만나자는친구들이 있어나봅니다. 아이가 아픈데 냅다 간다고 하기는 미안했는지 자꾸 동태를 살핍니다.
처음엔..자식이 아픈데...내 두고 본다고 농담처럼 으름장 놓았습니다.그랬더니..일찍 들어간답니다.
이내 마음약해져...남편에게 전화겁니다...아이 아프니까 가급적 일찍 오라고...그랬더니 단박에 알았다고 합니다..
나중에 알았읍니다. 내 으름장에도 갈 마음이었다는걸...
얼마전 시댁 시사(산에가서 제자 지내는 것)때 내려가기 하루전날 고행에 있는 친구 전화오자 냅다 만나기로 약속하더군요.
전 그날이 한달에 딱 한번 있는 외출, 제 대학동창들과 만나는 날인데...그래서 나는 친구 만나는것 포기하고 시댁가서 일하는데 가서 할일도 없이 빈둥거리는 당신은 왜 그나마 친구 만나러 나가는냐고...
남편왈, 너무 그렇게 빡빡하게 굴지 말고 이해좀 하랍니다.
10번 시댁에 내려가면 자기는 7번 나갑니다. 친구 만나러..
추석, 설 명절엔 어김없이 고향 고교 동창회 나가 얼큰히 취해 옵니다.
자기만 신납니다...나는 지겨워 죽겠는데..시어머니도 오랜만에 집에와서 친구만나야지 합니다.
오랜만에 지 집에가서 왜 지는 나가고 내집도 아닌데 나는 집에서 짱박혀있는지...나 데리고 나가면 눈치보일까봐..어김없이 그냥나가고 우리 시어머니 빈말도 따라 나가라고 안합니다.

또 어제는 바로 이틀전에 친구 만나고 집에 들어와 밤 11시넘어 라면끓여 끝내준다면서 먹고 자더니 다음날 아침 왝왝 토하고 난리가 났습니다. 체한거지요.
저 저녁때 약사다놓고 기다렸습니다.내가 준약 먹고 증세가 약간 나아져 다음날 출근했습니다. 그래도 점심때 통화땐 아직 완전히 좋아진것 같진 않다고 하더군요...내심 감자탕 먹고 싶었는데...일주일 내내 남편 아프고, 아이 아파 나 먹자고 반찬하기도 싫어 집에 있는것으로 그냥 때우고...그나마도 없어 밥하고 김치뿐...먹기 싫어 시켜먹을까 하다가 한그릇은 차마 배달해달란 말 하기 그렇고 사먹으로 나가자니 아이 아프고,춥고...
남편은 아직도 완쾌가 않되었다니 오늘 저녁땐 감자탕 먹자는 말이 쏙 들어가버렸습니다. 그런데 남편 저녁때 전화와 자기는 저녁먹고 들어온답니다. 회사 직원이랑...
또 11시 남편이 들어왔습니다.
집에 들어와 뭐 먹었냐니까 참치랑 소주 먹었다네요...
그순간 눈물이 핑그르르 돌더군요.
남편에게 난 집지키고, 청소해주는 붙박이 장쯤 되는것 같았습니다.
슬프기도하고 분노도 일었습니다.
난 남편이 속이 아직 편치 않은것 같아 일주일내내 밥,김치만 먹고 지겨워 감자탕좀 같이 먹어달라는 말도 못꺼냈는데...
난 남편 건강이 최고라 생각해 비싼 홍삼 자기만 장복시키고 나는 냄새도 안 맡아봤는데...
내 분노와 서러움을 주저리 주저리 털어놓자 미안하다고, 잘하겠다고 하네요...그래도 그 말이 마음에 와 닿지 않습니다.
남편은 하루종일 집 지키는 내 마음을 모르느까요...
한달에 한번 나가는 것도 남편눈치보고, 엄마랑 떨어져서 시무룩한 아이 보기가 마음 아픈데...남편은 누군가 만나자고 하면 거의 100프로 오케이입니다. 남들 챙기는데는 일등인가봅니다.
그래도 자기는 모두 업무랍니다. 그래서 스트레스도 풀리지 않고 즐겁니도 않답니다.
그래도 나는 남편이 부럽습니다.
나도 업무란 이름아래 남편,자식 다 떨치고 술 한잔 걸치고 얼큰한 기분에 이러저런 이야기 질리도록 하고 싶습니다.
아.. 정말 말이 하고 싶습니다.
일찍 와애 8시 30분, 밥먹고 바로 이불깔고 눕는 남편 텔레비 쪽으로 얼굴 돌리고 집중합니다...
난 외롭습니다...그리고 마음이 묵직하고 자꾸 눈물이 돕니다.
어제도 남편은 미안하고 좀더 잘하겠다 합니다. 내 마음을 더 많이 헤아리겠답니다...그리고 이내 눈은 티브이 쪽으로..그리곤 낄낄 웃음이 새어나옵니다. 티브이에서 웃긴 장면이 나오나 봅니다.
남편은 진정으로 내 아픔을 모릅니다. 난 그런 장면 아나도 않웃기고 오히려 눈물이 도는데...
친구에게서 오늘 아침 전화가 왔습니다.
남편이랑 오늘 같이 여행가기로 했는데, 남편이 여차저차 핑계대더니 시댁에 가자고 해서 저번주에도 갔다며 화가나 난 안간다고 했더니 자기랑 아이만 간다고해서 친구는 나랑 만나자며 연락이 왔습니다.
나도 나가기로 했습니다. 이따 신랑이 오면 아이 맡기고 나갈겁니다.
남편에게 얘기했더니 전화가 두번이나 옵니다. 몇시에 나가냐..
아이랑 자기도 따라나간다...자가 혼자 아이보고 집지키기는 싫은가보죠. 나는 한달에 24일을 그렇게 사는데....
점심 먹었냐며 또 전화가 옵니다. 점심 안먹고 집에와서 나랑 먹겠답니다. 쫄면 먹고 싶다내요. 그래서 내가 그랬죠. 나도 쫄면 먹고 싶지만 한그릇은 배달안해줘서 난 맨날 비빔라면 끓여먹으니까 당신도 그래라고 했죠..그러면서 덧붙였습니다. 왜 오늘은 참치먹자는 사람 없나구...남편 아뭇소리않고 가만 있더군요...
마누라 심기가 편치 않으니 눈치껏 봐줘야겠다고 생각했나봅니다...

정말이지 다음 세상에 다시 태어난다면, 그리고 사람으로 태어난다면 꼭, 반드시 남자 나부랭이로 태어나고 싶습니다.
업무상...나도 그말 꼭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집지키기, 청소하기, 빨래하기, 밥하기 다 싫습니다.
저도 결혼 초 임신전까진 커리어우먼이었습니다.
집에서 살림하는것, 밖에서 일하는것, 다 해본 경험상 밖에 나가는 것이 훨씬 낳습니다. 분명. 밖에서 일하면 생색도 나고, 돈도 법니다.
집안일..남들 다하고, 여자라면 당연히 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집 밖으로 나가면 다른 사람도 만나고, 보고, 말도 하고..물론 스트레스 받고, 서글픈 날도 있지만 분명 밖에 나가는 것이 더 낳습니다...제 경험으론...
아...남편에게 복수해주고 싶습니다.
맨날맨날 나를 기다리며 집 지키게 해주고 싶습니다
밖에서 먹는 밥은 맛이 없다니까 자기가 좋아하는 집에 밥 질리게 먹게 해주고 싶습니다.
늙기만 해봐라...아니 일년후 이 산중을 벗어나기만해봐라...아이가 크기만 해보라...나도 날개 달고 펄? 뛰고, 날아줄테다...

서글프고,화난 마음에 줄줄이 썼네요..쬐끔 마음이 시원하네요..
모두 행복들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