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여름 휴가를 괌으로 간 것이 나에게 새로운 인생의 출발점이 될 줄은 정말 몰랐다. 야자수 숲에 쌓인 남국의 정취가 풍기는 라데라호텔 수영장에서 무리지어 수영을 즐기는 한국어린이들을 만났다.
그들은 미세스키 어학연수를 온 것이었다.
어린학생들에게 산 체험을 중시하는 교육은 꼭 필요하다는 평소의 나의 교육관에 공감이 간 나는 한국에 와서 틈을 기다리고 있다가 교사모집 신문 광고를 보고 서슴치 않고 지원했다.
불행히도 내가 사는 지역에는 선생님이 계시다는 것이었다. 그러고 두 달 후에 부산지사 인사부에서 전화가 왔다. 먼저 오픈한 선생님은 한달 수업하고는 완전히 두 손을 들고 문을 닫았던 것이다. 대학 주변의 조용한 주택가로 대단지 아파트도 별로 없고 학원은 많이 있으며 학부모 대부분이 맞벌이로 바쁘게 살아가는 동네 분위기로 힘들었던 것이다.
시간과 열정을 아주 많이 필요하는 공부방 일이었다. 다행히도 나의 자녀들은 대학생으로 나의 손길을 필요치 않았고, 나는 내가 가진 것을 이웃들과 나누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12년 전에 눈 덮인 버팔로에서 1년 간의 어학연수를 하며 혜택을 많이 누렸던 일을 떠올렸다. 대학원생인 자원봉사 영어선생이 가정방문까지 해 주면서 소수민족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모습도 보았고 아무런 대가 없이 즐겁게 나누는 것을 보람과 가치로 여기는 민족성을 엿볼 수 있었다.
나는 예상치 못했던 어려운 일이 닥칠 때마다, 자원봉사 하던 미국인들을 떠올리면서 참을 수 있었고, 나보다 훨씬 나이 어린 학부모들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 나보다 환경이 어려운 아이들을 정성껏 돌봐주고 가진 것을 함께 나누는 일이면 충분히 보람이 있다는 일념으로 밀고 나가기로 했다.
그런 마음을 아는지 나의 공부방에 들어오면 학생들이 그 전보다 얼굴이 더 밝아지고 자신감이 넘쳐난다. 매일 매일 오고 싶다는 여학생도 있고, 제일 좋아하는 과목은 영어라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어린 딸과 영어 공부하는 재미에 빠진 아빠를 생각해서 좋은 자료들을 아낌없이 복사해서 보내는 일은 나의 즐거움이었다.
또 한가지 미세스키 선생으로서 보람은 나날이 영어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10월 말에 부산에서 있었던 아ㆍ태장애인 경기대회 때에 호주 선수단 서포터즈로 선수단장을 위해 통역을 할 기회를 가졌었는데, 1년 전보다 회화실력이 늘었음을 알 수 있었고, 영어를 좀 한다는 이유로 과분한 대우를 받으며 이국의 선수들과 한국사람으로부터 칭찬을 들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우리 미세스키 선생님은 이런 점에서 남이 못하는 일을 한다는 자부심을 가져도 충분할 것 같다. 회원들을 위해 열심히 가르친 것이 선생님 자신의 실력이 향상되어있으니 말입니다.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없다는 속담은 우리 선생님에게는 빗겨가서, 자아실현과 사회교육의 일익을 담당하는 두 마리의 토끼를 오늘도 잡고 있는 것이라고 확신하면서 전국에 계신 많은 선생님에게 격려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글을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