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아버지 오늘 나 앉혀놓고 연설을 하셨다.
여자의 길에 대하여.
전에도 한번 했었는데,
그때는
여자는 남편을 잘 내조해야 한다.
남자가 안의 일은 전혀 신경 안쓰도록 다 알아서 처리해야 한다.
시집과 관련된 문제도 남편이 신경쓰지 않도록 알아서 잘 해야하고,
바깥일 하는 남편의 심기를 건드리는 일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
는 것이 요지였지요.
오늘은
남자가 밖에서 다른 여자들과 문제가 있더라도 이해해야 한다.
남자는 그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음만 조강지처한테서 떠나 있지 않으면 되는거다.
그러니 마음은 가정에 있다고 믿고 남편이 나가서 바람을 피우더라도
아내는 다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자식 대학 등록금을 보태주진 못했지만
가난한 형편에 대학 가라고 한것만도 대단한 결정이었다.(여기까지는 나도 동의)
대학 가라고 하면서 아들들과 약속한게 있다.
대학 가라고 했으니 취직하면 월급의 30%를 부모에게 매달 꼬박꼬박 내놓으라고 했었다.
그렇게 약속했는데...
아버님 말씀 다 듣고나서
학비 대주고 공부시킨 부모들은 그럼 뭔가 싶다.
학비 한번도 대 준 적 없이 자기가 벌어서 학교 다니고, 은행에서 융자받아 공부 마친 아들들이 대견하지 않을까?
그런데, 어려운 형편에 실업계 가서 졸업하자마자 취직해 돈 벌라고 하지 않고 인문계 가서 대학 가라고 하면서 중학교 3학년 아들에게...인문계 가는 대신에 취직하면 월급의 30% 를 부모에게 내 놓으라는 약속까지 받아내신 울 아버님.
결혼전까진 30%가 아니라 번돈의 거의 다를 부모님께 상납하고
두쪽만 가지고 늦은 나이에 결혼한 남편.
결혼하고 월급이 10% 시집에 매달 드린다.
이게 못마땅 하셔서 오늘 나에게 30%를 내놓기로 약속했다고 이야기를 꺼내신다.
갑자기 이 이야기 듣고 있으면서 남편이 한없이 불쌍해졌다.
그리고 여자문제에 관한 아버님의 설교.
거기엔 한말씀 올렸다.
다른 여자들과 바람피우려면 결혼하지 말고 살아야지,
결혼하고 다른 여자들 만난느건 안되는 일입니다. 아버님.
우리 아버님 내 말 듣고 어이없다는듯 허허 큰소리로 웃으신다.
요즘은 이해 못하나? 하신다.
네 이해 못하죠.
그리고 이해할 일도 아니죠.
결혼이 뭔데요.
마음이 어디에 있건간에 다른 사람 만나려면 결혼은 하지 말았어야죠.
아버님이 계속 우기시다가 그냥 마신다.
답답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