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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요.............넋두리.......


BY 희망이 2002-12-15

엄마, 우리 남동생한테 정말 미안 합니다.

모자란 딸년땜에 고생하시는 엄마, 그리고 항상 오빠같은

우리 남동생......

4년전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습니다.

정말 가진것도 없고 알고보니 애기까지 있던 사람입니다.

드라마에서나 보던 일이 저에게도 일어 나더군요.

아이와 전생에 무슨 인연이 있었는지.........

그사람하고 헤어질까도 생각했지만, 아이땜에 쉽지가 않더군요.

네, 그땐 그사람하고 아이에 대한 동정심이었을지 모릅니다.

아이낳는 고통이 어떤건진 모릅니다.

하지만 키우면서 엄마가 뭔지 조금은 알 수 있을것 같습니다.



사귀고 있는 동안에 아버지 돌아 가셨고,

엄마하고 동생에게는 숨긴채

그 사람하고 동거를 했습니다.

그 사람 돈 한푼없는 사람이었고, 저도 늦게 대학을 졸업하고

모아둔 돈도 없었죠.

매일만나 돈쓰고 다닐봐에야 대출조금 받아 전세집구해서

살기로 했습니다.

아이는 꼭 제가 키우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낮에 직장다니고 저녁에는 시집에서 데려와 세살때부터

키웠습니다.

엄마가 집에 오신다면 아이는 시집으로 보냈죠.

그러다가 어느날 엄마한테 전화했죠.

아이가 있다고,

우리 동생 그러더군요,

누나 그럼 진작 얘기를 했어야지,

누나가 좋아 하는 사람인데 어떻게 반대하겠냐고........

우리 동생 정말 착하죠.......

지금껏 살면서 늘 철없는 누난데도, 욕한번 큰소리 한 번 안치는

아이입니다.

그리고 우리엄마.

엄마 가슴에 대못을 밖았죠.

그래도 우리 엄마 딸이라고 아이 정말 이뻐해 주심니다.

제 자존심 이었을까요.

대출 받은얘기 같은건 정말 못하겠더라구요.

무조건 여유있는척.....신랑 돈 많이 벌어 오는 척 했죠.

그리고 조그만가게 시작했는데 그것도 빚으로 시작했죠.

열심히만하면 다 되는 줄 알았습니다.

엄마 가게에서 친정집까지 두시간 넘게 걸리는 거리를 다니시면서

가게일 도와 주시고,

아이까지 봐 주시고.

눈물만 납니다.

제 인생이 왜 이럴까요?

워낙 없이 시작해 지금까지 빚만 늘였죠.

어제는 신랑이 미안하데요.

너한테 정말 미안하다고...........

두칸짜리 작은 집도 이제 포기하고

더 작은 곳으로 옮기기로 했습니다.

저 고생할 각오 돼 있습니다.

한 일이년 고생하면 빚 갚고 작은 전세집이라도 얻을 수 있겠죠.

내후년이면 우리딸 초등학교도 가야 하는데........



그리고 우리 엄마 동생한테는 뭐라고 해야하죠.

장사잘 안된다고 조금 받는 월급조차 받지 않으시고.

오실때마다 반찬거리사오시고 걱정하시고.......

잘사는 모습 보여 드리고 싶었는데.



내일은 시집에 얘기하러 갑니다.

작은곳으로 이사한다고......

그러면 우리 시어머니 또 우시겠죠........

미안하다고......


그다음은 친정집............


불쌍한 우리 신랑

20대에는 그저 방황만 하다가 이제야 식구들한테 좀 인정받고

살아가고 있는데.......

세상이 그렇게 쉽지가 안네요.

술도 못 마시는 사람이 지금 술 한잔하러 가고 없습니다.

그렇게해서라도 좀 위로가 되면 좋으련만.........


저 고생하고 싶어요.

열심히 고생해서 빚 다갚고 편하게 그렇게 살고 싶어요.

그저 엄마 마음고생할꺼 생각하면 가슴이 터질것만 같아요.


울어봐야 해결될건 아무것도 없겠죠.

알면서도 자꾸 눈물만 나네요.

돈때문에 사람이 이렇게 비참하고 아파질수 있다는거

첨 알았습니다.

한편으로 새 희망도 가졌습니다.

신랑하고 우리딸 이렇게 우리셋이 어떤힘든일이 생겨도

헤어지지는 않으리라는 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