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523

별일은 아닌데요


BY 옹졸녀 2002-12-14

여섯살 딸아이 친구가 있어요
편의상 이름은 은주라고 할께요
피아노학원 친구인데요
은주엄마가 일하는 사람이라
학원 끝나고 6시정도부터 퇴근할때까지
우리집에서 자주 놀다 가거든요
엄마가 집에서 맞아주지 못하는게 안쓰러워서
내딴에는 잘해준다고 했어요
간식도 챙겨먹이고 은주엄마가 늦는 날에는
저녁도 같이 먹고 그랬죠
초기에 은주엄마는 귀찮으셨죠 한마디 하더니
제가 괜찮다고, 우리딸도 친구가 있어서 좋다고 했더니
그 뒤로는 고맙다거나 미안하다거나 이런 내색 전혀 않더라구요
물론 바라지는 않지만요
어쩌다 우리애가 그집에 놀러가면 썩 반기지 않는 눈치고요
일하느라 피곤해서 그려려니 하고
주로 우리집에서 놀았죠
어쨌든 오늘은 토요일이라 학원엘 가지 않으니까
은주엄마는 출근하고 은주는 열시에 우리집에 왔더라구요
뭐 잘 놀고
점심 잘 먹고
9개월 우리 둘째딸까지 아이 셋을 데리고 목욕탕에 갔어요
둘째 씻겨 젖먹여 재우고
나 씻고
아이 둘 씻겨 옷 입히고
구운계란, 음료수 사 먹이고
잘 놀다가 왔지요
저녁을 어떻게 할까 생각하며 집에 와서는
은주엄마한테 전화했더니 퇴근해서 밥먹구 있더라구요
목욕탕에 갔다 왔냐며 하는 말이
고생하셨죠, 우리애 때 많을텐데...
???
뭔가 좀 이상한 느낌이 들대요
그럼 제가 은주를 비롯한 세 아이의 때를 다 밀었어야 된단 말일까요

전 우리 아이들과 목욕탕 가도 박박 때 안밀거든요
그냥 애들은 물속에서 실컷 놀렸다가
비누목욕 한번 하고 나오는 정도예요
목욕탕엔 그저 애들 놀리고
저 피로 풀고 하는 차원에서 가죠
그래서 제가 `때 안밀었는데요 저 원래 애들 때 안밀어요
은주말이 엄마랑 자주 목욕탕 간다던데요` 했더니
은주엄마 목소리가 갑자기 냉랭해지면서
요새 자기가 바빠서 몇주 목욕을 못갔다고 하더군요
그러면,
그래서,
은주의 많은 때를 제가 밀어줬어야 한다는 얘기일까요
하루종일 은주를 봐준 것,
내돈 들여서 목욕탕 간 것에 대한 얘기는 한마디도 없고
은주 때를 안민 것에 대해 저를 책하는 것처럼 말하는게 정상인가요
지금 생각하니 왜 아까 이렇게 얘기를 못했을까
후회가 되네요
그저 은주를 보내달라고 해서 알았다고만 하고 끊었죠

참 특이한 여자네` 생각하고 말려고 해도
어째 기분이 개운하질 않네요
어른들 기분때문에 아이들 관계를 흐트려 놓을수도 없고
(요즘 아이들 친구 만들기는 또 좀 어려워야지요)
이렇게 계속 떨떠름한 기분으로 은주를 대하기도 그렇고..

그냥 툴툴 털어버려야 하는건데
제가 너무 옹졸한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