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술 마셨습니다.
아기도 자고 남편도 자고 있는데
그냥 술이 마셔지네요.
내나이 이제 27.
좋으면 좋은 나이이겠죠?
예전엔 혼란스럽기 그지없는 나이가 너무 싫었는데
지금은 또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휙휙 지나가는 시간이
싫어집니다.
명절증후군이라고 다들 글 올리신거 보면서
내가 겪는 일은 아무것도 아니구나 피식 웃어지네요.
그래도 내내 가슴 언저리는 무겁습니다.
제가 너무 예민한 탓이겠지요.
나두 막내 동서처럼 그냥 막 지나치면 얼마나 좋을까?
동서는 아버님이랑 어머님이 말씀하는 거
대충 흘려 듣는다더군요. 그래서 제가 하는 말도
대충 흘려 듣고 있겠죠.
동서는 나보다 나이가 여섯살이나 많은데
직장 생활한다고
-또 나는 착한여자 컴플렉스에 빠져서....
장도 내가 보고 일도 내가 다하게 되었습니다.
동서가 부러워요.
징징 거리는 아이도 친정에 맡겨 놓고
직장이라는 울타리에서 시댁과도 멀어져도 되고...
일하는 동안에도 아기 때문에 신경 쓰고
집에 와서 쉬고 싶어도 아이 때문에 쉬지도 못했습니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동서는 푹 자고 있는데
전 아기 때문에 전전긍긍...
얼마전에 동서가 시댁에 갔는데
시엄니가 막 울더랍니다.
워낙에 잘 우시는 양반이라서 그러려니 했는데
시엄니가 동서네 집에 따라 올려고 했다고 하네요.
동서랑 저랑은 집이 바로 근처라서
동서가 직장 다니고 하니 우리집에 가 계실거냐고 물었다고
하더라구요.
시엄니 그 뒤에 아무말 안해서 그냥 집에 왔다고 하더군요.
그말을 듣는 순간....
너무 두려워졌습니다.
시엄니
울 집에 오실까봐....
저 참 나쁜가봐요.
너무 끔찍하더이다...
오시면 꼼짝없이 하루종일 허리 필 새 없이 일해야겠죠?
또 말도 안되는 말씀하시면서..-난 사치가 심하다는 둥-지금껏
양말 한짝 제대로 된거 신은 적 없습니다.
속옷은 거의 다 구멍이 났구요.
이 나이에 말입니다.
이 좋은 나이에 속옷하나 양말하나 제대로 된 것 없다고 하니
또 눈물이 나려고 하네요.
우리 애기 아빠 별나게 효자도 아님서
효자인 척 하는 사람이라 제가 어머니 못 오시게 하면
몇일을 속상해하고 서운해하겠죠.
그래서 난 또 어머니 오시라고 할테고....
시엄니는 동서가 직장다니니까 그 집에는 가기 싫어하거든요.
결국 시엄니
나중에 제가 모시게 되면 어떻게 하나...
너무 괴롭습니다.
내가 나쁜 *지요.
알면서도 알면서도 마음처럼 쉽게 받아들일수가 없네요.
시댁에 가면 집안일 다 나몰라라하고
내도록 일하는 거 앉아서 구경하시던지
춥다고 방문 걸어닫고서 며늘은 추운데서
일하든 말든 호호호....
정말 지겨워요.
오랜만에 글 많이 올려보네요.
행여 우리 애기 아빠 보면 또 삐쳐서 한동안 말 안하게
될까 두려워
글 못올렸어요.
근데...
술김에 올립니다.
속상해서 눈물도 더이상 안나오네요.
제가 제가 다 나쁜 사람입니다.
제가 미치도록 싫어요.
저도 직장이나 나가버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