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을 잘 지냈다.
매번 맞는 명절이지만 항상 찜찜하다.
온 식구 모여 맛난 음식 먹고 애들은 사촌들이랑 모처럼 신나고 부모님들은 자손들 보며 흐뭇한 게 명절 아닌가.
근데 이놈의 명절이 점점 더 시부모와 며느리, 시누들과 올케, 부부간을 갈라놓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
어쩜 그리 아들들 편에 서는 명절인지 세월이 지나도 변하는 건 없고
불만만 커지니 당연히 그리 하는 줄 알았던 우리네 옛 여인네들보다 더 스트레스를 받는게 아닌가 싶다.
울 친정 할머니가 다 돌아가시게 생겨 마지막 설일지 모르는 명절인데 남편넘은 빠져나오지 못해 눈치만 보는 꼴이라니.
설날 큰 집에서 차례 지내고 먹고 치우고 세배하니 12시 훌쩍,
가야지 하는데 웬 포커판? 판은 계속 돌아가고 나는 피가 마른다.
눈치를 줘도 무시하는 건지 아닌지...
이혼하고 지 딸들 줄줄이 델고 와 있는 큰 시누가 맨날 가는 친정 뭐하러 일찍 갈려고 하냐 그런다.
정말 정이 뚝 떨어진다.
엄니도 싫고 아버님도 큰 시누도 착한 작은 시누도 다 싫고 남편넘이 젤로 싫다.
전날 아침부터 가서 점심상부터 차려먹으며 차례 준비 하고 저녁 먹고 늦게까지 놀았으면 잘 지낸 거 아닌감?
우리 큰형님은 천연기념물이다.
똑똑하고 재원이였던 형님 아주버님 하나 보고 젊은 나이 시집와서 맞벌이 해 집 칸 마련하고 무일푼 부모님 봉양하고 시동생들 장가 보내고 울 남편 대학공부에 용돈에 결혼까지 시켜주시고 명절이면 시누들 식구들 일주일이 넘도록 와서 지내는 거 다 먹이고 조카들 입히고
지금도 오로지 베풀고 사신다.
우리 아래 동서들은 형님 하나 보고 모두 시댁에 잘 한다.
난 남편과 죽고 못살아 결혼했지만 살아 볼수록 실망되는 부분이 많다. 아니 남자들이 거의 그런가?
잘해주면 고마워하면서도 나중엔 당연한 줄 안다.
내가 뭐 다 잘했다는 건 아니지만 울 형님들을 보면 시댁에서 나의 미래는 뻔하다.
큰형님 그렇게 헌신노력해도 다 당연한줄 알고 다른 형님도 남편 덕에 호강하는 냥 빗대고 그나마 우린 막내라 오냐오냐 나까지 덤으로 대우해줬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좋았던 감정들이 없어진다.
남편한테 받는 서운함들이 가속을 더해준다.
울 엄마 아빠가 그리 잘해줘도 당연한 줄 알고...
에휴~~~
나도 문제 남편도 문제다.